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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기 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자유구역(FEZ)의 역할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정책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역사의 변곡점이 된 전염병
14세기 유럽에 전파된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의 1/3인 2,500만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이로 인해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지며, 영주들의 지배력이 약화 되고 농노들의 도시 이동으로 중세 농노제 해체가 시작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흑사병은 확산은 실크로드 무역로의 폐쇄를 초래했다. 유럽 ??귀족들은 더 이상 비단, 후추 등 동양의 특산물을 접하기 힘들어졌다. 이는 훗날 지리상 발견의 동기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스페인, 영국 등 유럽 주요국가에 엄청난 부를 안겨 주었다. 이렇듯 인류는 전염병에 의해 큰 희생을 치르며 전염병을 매개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왔다. 

◈ 코로나19 이후의 변화 
코로나19 또한 SARS, MERS와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의 팬데믹 상황으로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의 팬데믹은 공장을 닫게 하고, 해외 출장과 투자 결정을 보류시켰으며, 심지어는 국경 폐쇄 등으로 국제무역에 14세기 흑사병과 유사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여러 국가에 분산된 공급업체에 의존하는 글로벌가치사슬(GVC)을 활용하는 다국적 기업들에게 심각한 충격을 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분업 네트워크가 붕괴되면서 다국적기업들은 해외 분업구조에 의한 생산 리스크를 명확하게 경험하였다. 최근의 글로벌 경영방식에서 GSCM(글로벌 공급망 관리)이나 JIT(Just-In-Time) 제조방식 등은 이미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위에서 언급한 과거의 핵심강점은 이제 가장 큰 약점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공급업체 이중화(복수화), 공급망 다각화 및 안전재고 확보 등이 핵심경영전략이 될 것이다. 더불어 지난 10년간 점진적으로 진행되온 공급망의 Reshoring은 더욱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Needs와 최적의 대안 
코로나19 이후 재도약을 위한 산업 및 물류 시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지역과 시장에 따라 성장 패턴은 다르겠지만, 새로운 성장을 위해서는 수천 제곱미터의 새로운 산업 및 물류 시설이 요구된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위생·안전 등의 보장을 위해서는 현재의 공간 수요보다 넓은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경영환경의 도전적 변화 속에 경제자유구역(Free Economic Zone)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파편화되고 탈세계화 되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① 지역 중심의 가치사슬(RVC) 재배치 과정에서 유리
경제자유구역은 다국적기업들이 원거리 글로벌 가치사슬을 해체하여, 단일 지역내에서 생산이 가능하도록 추진하는 지역가치사슬(RVC·Regional Value Chain) 재배치 과정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다국적기업들은 가치사슬 재배치 과정에서 신속하게 자사의 전체 생산 프로세스를 이전할 수 있도록 원활한 행정지원 등이 제공되는 입지를 물색하게 될 것이다. 이때 경제자유구역은 자동화된 프로세스와 우수한 물류시스템 및 서류 작업을 최소화하며(또는 전자화된 행정처리로) 다국적기업의 가치사슬 재배치를 지원할 수 있는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② 낮은 비용의 신속한 신규 프로젝트 추진 지원 가능
국가나 지방 정부는 다국적기업들이 산업 단지에서 가능한 낮은 비용으로 신규 프로젝트를 신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설계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은 생산자 및 최종 소비자에게 인접한 세계적 수준의 산업 단지로서, 다국적기업들의 기계나 장비의 면세 운송이 지원 가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제자유구역은 다국적기업들이 자동화된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원자재의 신속한 조달을 통해 기업의 안전재고를 확보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③ 신규 제품 및 서비스 개발 유리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UNTACT 경제는 이에 부합되는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요구할 것이다. AI, Big Data, AR·VR 디지털 콘텐츠 등이 첨단 기술 및 산업 프로세스 자동화의 발전과 확장을 주도할 것이다. 

전자화된 업무 프로세스와 통신망 등 기반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은 신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보다 유리한 조건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시기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실행의 테스트 베드였던 경제자유구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시 한번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강력한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 경제자유구역 경쟁 심화 전망속 경쟁력 제고 방안 
UNCTAD에 의하면 `18년 기준 세계적으로 5,400여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운영되고 있으며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경제자유구역의 경제적 중요성과 정책 목표는 각 국가의 경제개발 수준에 따라 상이하나 각국은 자국 산업발전 단계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을 자국 산업정책에 부합되도록 활용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세계 경제자유구역의 75%가 밀접된 곳으로 향후 GVC 재편 과정 등에서 경제자유구역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부합되는 경영환경 제공을 위해 스스로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정통적인 ‘면세 혜택’ 이외에 산업 및 물류 프로세스에 정교하고 높은 수준의 위생표준을 적용하여 ‘탄소 제로’, ‘바이러스 제로’의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하여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경제자유구역은 더욱 안전하고, 더욱 청결하며, 더욱 이중화되고, 더욱 다각화된 가치사슬 재편에 더욱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