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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추진, 정치권 제 맘대로 하나

 


                                              (김해신공항 조감도)

 

 

가덕도 신공항 추진, 정치권 제 맘대로 하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정치권의 행태가 정말 가관(可觀)이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똑같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사리(事理)나 원칙, 상식은 사라진지 오래다. 표(票)만 된다면 모든 걸 무시하고 벌떼처럼 달려든다.
지난 11월 17일 국무총리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추진에 대해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결과 발표를 하기 바쁘게 정치권은 표심(票心) 경쟁에 혈안이 돼 있다.
내년 4월에 치러질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이들의 행태를 보면 정말 나라가 걱정이다.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국민을 대표해 입법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국민의힘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은 11월 20일 ‘가덕도신공항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곧 법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는 문제가 많다. 원칙이나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절차상으로도 문제 투성이다. 한마디로 정치권 제 맘대로다.
먼저 김해신공항 근본적 재검토 필요란 검증위원회 결과 발표가 왜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비약하느냐 문제다.
자구(字句)에 충실하게 해석하면 김해신공항 추진을 보류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란 얘기다. 하지만 이 결과 자체가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검증위의 결과를 100% 신뢰할 수도 없거니와 신뢰한다고 치더라도 이 결과로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곧바로 나아가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말이 안되는 얘기다.
먼저 신뢰할 수 없는 경우를 보자. 이번 결과가 나오기까지 검증위 내부에서 이견이 많았다. 이번 결과도 억지로 만들어낸 냄새가 난다. 정부는 검증위원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힌 적도 없이 깜깜이 밀실 검증을 진행했다. 수조 원이 들어갈 국책사업 적정성을 검토할 검증위원들의 면면도 숨겨가면서 검증을 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정부측 논리대로 로비를 막기 위해서라는 얘기는 소도 웃을 얘기다. 검증위 발표 후 여러 검증위원들이 이에 반발하거나 딴 소리를 한 것도 이번 결과 도출이 순리적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검증위는 2016년 김해신공항 추진 결론을 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세계적인 공항설계 전문기관이자 공항컨설팅업체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용역 결과를 뒤엎을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검증위가 ADPi의 능력보다 뛰어난지도 사실 의심스럽다.
이번 결과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검증과정과 검증위원별 항목 평가 등 검증과  관련된 일체를 전면 공개하지 않은 점이다. 
그래놓고 검증위의 결과를 무슨 금과옥조(金科玉條)나 불문율(不文律)처럼 떠받드는 듯한 행태는 옳지 못하다.
백번 양보해 이번 검증위의 결과를 100% 신뢰할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김해 신공항을 접고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는 게 맞는 얘기인가. 그건 절대 아니다. 
김수삼 검증위원장도 11월 20일 검증위 명의의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과학적·기술적 측면에서 김해 신공항의 적정성을 검토한 것을 가덕도 등 특정 공항과 연결하거나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명히 했다.
일부 검증위원들도 김해 신공항 재검토가 백지화 결론으로 해석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비판했다. 한 검증위원은 “우리 역할은 김해공항만 평가하는 것”이라며 “가덕도의 ‘가’자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여권에서 먼저 불을 지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그동안 김해 신공항 추진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다 오 전 시장이 불미스런 일로 사퇴하고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내년 4월 7일로 다가오자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언급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그 과정에서 검증위의 결과가 발표되자 정치권은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들고 나왔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당론도 없이 우왕좌왕하다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잽싸게 특별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사실 원칙적으로 접근하자면 야당은 이번 검증위의 검증 과정과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부터 하는 게 옳았다. 그런 다음 검증위의 결과에 따라 순리대로 과정을 밟는 것이 도리다. 만에 하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결정되면 그때 가서 특별법안을 내면 된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행태는 야당으로서 해야할 행보가 아니다. 적전 분열에 다름아니다. 아마 더불어민주당은 속으로 쾌재를 부를 것이다. 자신들이 쳐 놓은 덫에 국민의힘이 덜컥 걸려 들었으니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교묘하다. 원래 당헌대로라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당원 투표란 변칙 수법을 통해 당헌을 개정, 후보를 내기로 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표를 얻겠다는 심산(心算),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절대 다수의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신공항 문제를 순리와 원칙, 상식에 따르지 않고 오로지 표만 보고 접근한다면 나라가 뭐가 되겠는가. 힘이 있다고 그 힘을 제 맘대로 쓰고 나면 그 피해는 누가 입나. 결국 국민들이 손해를 본다. 힘이 있다고 안하무인(眼下無人)하는 행태는 제발 그만두길 바란다. 국민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가.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