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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글로벌 홍보대사 된 골프왕 베일 "가레스 베일에게 돌을 던지자"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세계 정상급 축구 선수가 ‘골프 치려고 축구한다’는 조롱을 받는다.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2기를 수놓은 레전드, 가레스 베일(웨일스) 얘기다. 가뜩이나 골프에 대한 애정이 과해 조롱받던 그가 이번에는 아예 R&A의 글로벌 홍보대사가 됐다.
 

 

“베 과장, 골프 좀 친다며? 핸디 몇이야?”
가레스 베일은 현재 손흥민이 활약하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의 간판선수로 프리미어리그를 소위 ‘씹어 먹은’ 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벤제마와 함께 세계 톱클래스의 트로이카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정상급 축구 선수다.


1억 명이 넘는 SNS 팔로워를 가진 그는 핸디캡 2의 수준급 골퍼기도 하다. 골프에 대한 그의 열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익히 알려진 바다. 골 세리머니로 스윙 모션을 선보이거나 동료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축구보다 골프 관련 얘기를 늘어놓는 그의 모습은 이제 팬들에게는 익숙하다.


프리 시즌 기간에는 늘 골프 행사에 참석하고, 그의 SNS에는 어김없이 골프 치는 영상이 올라온다.


2019년에는 경기장에 입장하면서도 골프 경기를 시청하며 입장했고, 레알 마드리드 동료 티보 쿠르투아는 “라커룸에서 베일의 별명은 골프 선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저 취미에 진심인 흔한 골퍼로 볼 수도 있지만, 2015/2016 시즌에는 ‘경기 후 골프를 치다 부상을 입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정도다.

 

뒷마당 조경 "파쓰리 3개 정도면 괜찮잖아?"
베일이 웨일즈의 자기 집 뒷마당에 세계적인 골프 코스를 그대로 옮겨 왔다는 얘기도 한때 화제였다.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TPC 소그래스 파3 17번 홀, 마스터스가 열리는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의 파3 12번 홀, 디오픈이 열리는 스코틀랜드 로열트룬의 ‘우표딱지 홀’로 불리는 8번 홀까지 3개 명문 코스의 대표적인 홀을 그대로 조성했다.


대단하다 싶지만, 물론 주급 9억 원을 받는 그가 골프를 사랑했을 뿐이지 그게 다른 종목이었더라도 똑같이 자기 집에 그 취미를 할 공간을 만들었을 거다. 어쨌든 이 정도 영향력을 가진 스타가 이 정도의 열정을 보인다면 어떤 협회라도 그를 홍보대사로 위촉하지 않을 도리가 있나.

 

 

축구도사 베일 "골프 입문에 영감을 주고파"
R&A의 글로벌 홍보대사가 된 베일은 “골프는 놀라운 스포츠이며, 더 많은 사람이 골프를 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나의 야망이었다(축구팬, 특히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들으면 뚜껑 열릴 소리다)”며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골프를 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R&A 최고개발책임자(CDO) 필 안더튼은 “가레스의 골프 열정은 누구나 알고 있으며, 그는 영향력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가레스 베일 같은 롤모델이 더 많은 여성과 젊은이를 스포츠에 고무시키고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그가 골프의 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골프 매니지먼트사인 ‘모데스트!골프(이하 모데스트)’의 공동창업자 니얼 호란은 “가레스를 모데스트로 영입하게 돼 기쁘다”며 “R&A와 긴밀히 협력해 새로운 관중에게 다가가고, 골프를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팝그룹 원디렉션의 멤버로 기타리스트이자 작사가인 호란 역시 아일랜드 출신의 열성적인 골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마스터스 파3 콘테스트에서는 북아일랜드 출신의 로리 매킬로이의 캐디를 맡기도 했다.


원디렉션과 결별한 뒤 골프 매니지먼트 회사인 모데스트를 창업했다. 모데스트는 이미 12명의 프로 골퍼를 관리하고 있으며, R&A와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풀뿌리 골프 참여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18세 이하 잉글랜드 챔피언십을 설립했는데 남녀 학생이 같은 대회에 참가해 겨루는 대회다. 호란은 특히 “더 많은 어린 소녀들을 게임에 참여시키고 있다는 점이 매우 기쁘다”며 “이는 골프 인구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홍보대사로서의 굵직한 행보도 예정돼 있다. 베일은 오는 8월 웨일즈 켈틱매너리조트에서 열리는 DP월드투어 카주오픈의 주최자로 나선다. 당연히 대회 전날 열리는 프로암에도 출전한다. 자신의 고향에서 열리는 골프 대회의 호스트를 맡는 베일의 심경은 어떨까. 이보다 더 뿌듯한 금의환향이 있을까.


DP월드투어 CEO 키스 펠리는 “그는 우리의 투어와 골프의 큰 후원자이며, R&A의 글로벌 대사로서 골프를 새롭고 다양한 대중에게 알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취미 생활은 중요하다. 어디까지나 취미로서.
운동선수, 그것도 굴지의 업적을 이룬 톱 클래스 선수가 취미 생활을 좀 하기로서니 뭐가 문제일까. 그러나 최근에는 이게 꽤 논란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의 베테랑 선수인 그는 나이를 먹으며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몸이 생명인 프로 선수는 건강 관리가 곧 능력이다. 실제로 함께 활약한 호날두(자기 관리계의 마이스터)는 2022년 현재까지도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수준급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프로’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화려하기만 한 길이 아니다.


공격진의 주축인 베일이 부상에 빠지면 팀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 번의 부상 뒤 복귀하자마자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손흥민 같았으면 모를까, 베일의 부상은 쉼 없이 계속됐다.


부상회복을 기다렸다가 한 경기 반짝 활약하는 베일,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몸소 실현한다. 문제는 ‘베일이 돌아왔다’는 찬양과 감회가 절정을 이루기도 전에 ‘어어? 절뚝거리는데?!’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팬들은 다시 그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부상 중이라던 베일이 골프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포착된 것. “부상으로 본업을 못 하게 된 프로 선수가 골프를 치러 다녀?!”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후로 벤치에서의 무관심한 모습(경기를 지켜보며 졸거나, 마스크를 안대처럼 눈에 얹는)까지 목격한 팬들은 폭발했다. 감독(지네딘 지단)과의 불화설도 끊이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유명한 스타들을 수집해 은하수를 만들겠다.” (레알 마드리드)
갈락티코는 ‘은하수’라는 뜻으로 ‘전 세계의 별’로 추앙받는 최고의 선수만으로 팀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스페인 프로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영입 정책을 말한다. 이는 당대 최정상급 스타 선수를 영입해 팀의 가치와 명성을 높이고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겠다는 마케팅 전략이다.
2000년대 초반 지단, 호나우두, 피구, 베컴 등을 막대한 이적료를 지불해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갈락티코 정책을 시행했다.
이후 2009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카 등을 영입하면서 ‘갈락티코 2기’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때 호날두·벤제마와 함께 세계최강급 공격진을 구축한 것이 가레스 베일이다.

 

감독 역시 그를 출장시키지 않았고, 그럴수록 베일은 골프 삼매경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패배하던 날. 베일은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환해진 얼굴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야간 라운드가 잡혔던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나이도 많아져 전성기를 지난 노장에게 너무 과한 기여도를 요구한 것일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고려해야 할 건 그의 주급이 9억 원이라는 점이다.

 

'그 시절' 토트넘의 전술? 전술명 ‘가레스 베일’

베일은 원래 토트넘 홋스퍼 소속이었다. 왼쪽 풀백으로 데뷔(30세의 이영표가 그 자리에서 뛰던 때다. 베일은 낭랑 18세 띠동갑 경쟁자였다)해 폭발적인 스피드와 공격력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후 윙어로 자리를 바꾼 베일은 매 시즌 10골 10도움 이상을 기록하더니 2012-2013시즌에는 45경기에서 26골 14도움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를 계기로 꿈의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에 입성한 베일은 공인된 월드클래스 선수가 됐다.


토트넘 시절의 베일은 “가레스 베일이 토트넘의 전술”이라고 평가될 정도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플레이를 보였다.

 

그가 공을 잡기만 해도 기대감이 생겼다. 좌측 풀백과 윙어 자리를 섭렵한 베일은 우측면에서도 활약했다. 토트넘에서의 마지막 시즌은 좌우와 중앙을 가리지 않고 ‘올라운더’로 뛰었다.


레알 시절에는 ‘좌날두, 우베일’이라는 수식어까지 만들어 냈다. 탁월한 스피드와 어디서든 빨랫줄 같은 궤적을 그리며 골키퍼를 위협하는 왼발 슈팅은 성패를 떠나 시원시원한 즐거움을 주는 대체 불가능한 선수였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 치만 낮았더라면 세계 역사는 달라졌다’지만, 베일이 양발잡이였다면 축구계 역사는… 아니다. 너무 흥분하지는 말자.

 

 

이쯤이면 찔리는 사람도 있겠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골퍼 중 가레스 베일의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이가 얼마나 될까.


누구에게나 골프에 한창 몰입했던 시기가 있다. 먼저 그 당시를 한 번 떠올려보자. 가슴에 손을 얹고 ‘이 열정으로 ○○을 했으면…’ 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베일에게 돌을 던지자.

 

골프를 배우고 난 뒤 이전보다 더욱 열심히 본업에 충실했는지 돌이켜보자. 찔리지 않는 이라면 베일에게 돌을 던지자.


아, 본업에 더 충실하게 되는 때가 있다. 본격적으로 라운드를 나갈 때다. 더 많이 돈을 벌지 않으면 라운드 횟수가 제한되니까.

 

음? 골프 비용 벌려고 본업에 치중하는 건 베일이나 우리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물론 우리는 주급이 아니라 10년쯤 일해도 9억 원은 못 벌겠지만.


나는 그를 이해해보려 한다
베일이 골프에 대한 애정을 보인 뒤 딱 한 번 축구 선수로서의 면모를 물씬 풍긴 적이 있기는 있다. 친정팀인 토트넘 홋스퍼에 1년 임대로 돌아와 손흥민, 해리 케인과 호흡을 맞췄던 몇 경기가 그랬다.

 

그러고 보면 한국 축구팬에게 베일은 이영표의 후임자로, 손흥민의 동료로 인연이 깊다. 그런 그가 이적료 없이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을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어쨌든 속도와 피지컬을 주무기로 세계 무대를 휘저었던 그가 전성기만큼의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순 없다. 다만 가뜩이나 잔 부상의 우려가 있는 골프(물론 플레이 타입에 따라 다르긴 하겠다)는 재미로만 즐겨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게다가 이제는 (우승 트로피 맛을 볼 때가 됐는데 아직 못 본) 손흥민의 동료가 될 판이다.

토트넘으로의 이적 얘기가 지금은 다시 사라진 듯 하지만 그가 선배로서 베테랑으로서 손흥민이 의지할 만한 존재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은 팬으로서 여전하다.


가레스 베일.

그는 나와(혹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골프를 좋아하는 골퍼다. 그래서 그를 이해해보려 한다. 다만 손흥민에게 골프에 대한 영감을 주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