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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칼럼] 인류의 이기적 유전자 ‘자연 자본’ 가치 저버린 최악의 실책

지속가능성 실현? 자연 자본 중심 경영방식으로 전환해야
환경협약 10여 년, ESG 외침은 있는데 액션은?

 

아직도 ‘환경’문제를 들먹이면 고개를 외로 꼬는 이들을 만난다. '거기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한다. ‘거기에까지’가 아니라 ‘거기부터’ 신경 써야 할 시국이 왔다. 간신히 올라탄 산업화의 끝물에 젖을 때가 아니다.

 

WRITER 이승엽 

 

“지구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생명이 존재하고, 생명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약 900만 종의 식물, 동물, 원생생물, 균류가 지구에 서식한다. 그중에는 71억 명의 인간도 살고 있다. 그런데 동물 중 하나인 ‘인간’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수많은 생물과 유전자를 소멸시키고 있다.”


지구환경 문제를 특집으로 다룬 기사(2012년 6월 영국 네이처지)의 일부다.

한마디로 우리 인간의 손에 의해 지구와 지구생명체가 파괴되고 있다는 ‘시국선언문’이나 다름없다.

 

‘생물 다양성의 상실과 인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네이처지 해당 호의 표지는 불타오르는 열대우림지역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이 담겼다.

 


생물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
‘유엔 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1천만~3천만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서는 1억 종 이상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반면 과학자들에 의해 이름 붙여진 생물 종은 겨우 200만 종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지구상의 생물 종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도 미지의 상태로 존재하며 이름 없이 생태계의 거대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밝혀진 생물 종 가운데서도 겨우 30여 종만이 식량자원으로 활용된다. 생물자원보전과 미래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생물 다양성’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019년 OECD가 발표한 ‘생물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생태계는 연간 125~140조 달러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국가가 생산하는 GDP의 약 1.5배 이상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무분별한 경제개발과 생태계 파괴로 발생하는 생물 다양성의 파괴손실 비용은 얼마나 될까.

 


예를 들어 1997~2011년 사이에 발생한 토지 파괴로 인한 생태계 손실액은 연간 4~20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토양의 노후화로 인한 손실액도 무려 6~11조 달러에 달했다.
인간의 무분별한 벌채로 천연림은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 650만 헥타르가 감소했다. 영국의 국토면적보다 큰 숲이 5년 만에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또한, 2016년 영국에서 발표된 ‘자연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 존재하는 생물 종의 약 56%가 1970년 이후 감소하고 있으며, 조사된 약 8,000종 중 800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생물 다양성은 '자연 자본'의 핵심
생물의 다양성은 ‘자연 자본’의 핵심요소다. 기업들은 최근 생물 다양성에 대한 정보,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증식을 위한 대책을 보고하고 있다. 환경에 많은 부담을 초래하는 석유, 광업, 가스, 관광업계는 특히 더 생물 다양성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업이 생물 다양성의 보전 활동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사람에게 유용한 종을 중심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생물 중 유용하지 않거나 인기 없는 종은 무시되고 있다는 말이다.


반면 생태학자들은 “지구 생태계의 모든 종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학자들은 “하나의 종이 멸종하게 되면, 설사 그 종이 우리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곤충이라도,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가 먹을 꿀이 사라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종자식물들의 자연 수분이 불가해지고, 그 결과 작물들이 정상적으로 생장하지 못하며, 이런 영향들이 계속 이어지면 궁극적으로 인류도 없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꿀벌은 세계 100대 농작물 중 약 90%의 수정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꿀벌의 수분으로 창출되는 가치를 환산한 결과 2,650억 유로(약 370조 원)에 달했다고 한다.


인류의 이기적 유전자
지금까지 인류는 노동과 자본에 의해 창출되는 부가가치만을 중시했다. 눈에 보이는 가치가 창출되는 자원에만 최소한의 주의를 기울여 왔다. 인간에게 천연자원을 제공하는 자연생태계를 가벼이 여기고, 자연 자본을 ‘활용’하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과신해왔다.

 

경제성장 논리에 사로잡혀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만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정작 그 원천인 ‘자원’의 생산성은 경시했다. ‘생태계’라는 자연 시스템의 부가가치를 경시한 것이다. 결국, 이기적인 인류의 생태계와의 부조화는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이라는 위기를 가져왔다.

 


생물 다양성 얼마나 위기인가
생물 다양성 과학기구(IPBES)는 유네스코 본부가 위치한 파리에서 ‘생물 다양성에 관한 글로벌 평가보고’를 통해 인류의 환경파괴로 향후 수십 년간 약 100만 종의 동식물 종이 멸종위기에 빠질 전망이라 밝혔다.

 

1900년 이후 육상에서 재래종의 20% 이상이 멸종하고, 야생 포유류의 바이오매스는 무려 82%나 감소했다. 척추동물은 16세기부터 680종이 멸종했고, 9%를 넘는 가축 포유류도 이미 멸종했다.

 

현재 멸종위기에 있는 종은 양생류(40%), 해양포유류(33%), 산호(33%), 곤충(10%), 양치류(60% 이상), 침엽수·쌍떡잎식물(30% 이상), 갑각류동물(20% 이상), 육생 포유류(20% 이상), 조류(10% 이상), 경골어류(10%) 등이다.

 

인간의 활동 때문에 해양환경의 66%, 육상환경의 4분의 3이 크게 바뀌었다.

 

토양 노후화로 토지 생산성은 23% 떨어졌다. 연간 최대 5,770억 달러 가치의 농작물이 수분 분실의 위험에 처해 있다. 반면 도시 면적은 1992년부터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육지의 4분의 3이 댐, 저수지, 콘크리트 피복지 등으로 덮였다. 이것으로 최소 50만 종 이상이 장기적인 생식지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삼림은 어떤가. 1970년 이후 원목 생산량이 45% 증가했고, 농지는 확대돼 삼림은 절반 이상 사라졌다.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공짜?
지구상에는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고 있고, 인간은 지구환경과 다른 생물 종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으며 삶을 영위한다.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음료는 하천과 호수에서, 동식물은 식료라는 형태로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 삼림은 목재 등 생활에 필수 공업 용품의 원재료가 되고, 탄소를 흡수해 기후조절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는 자연이 주는 이러한 혜택에 가격을 붙이지 않았다. 물론 이 혜택의 값어치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도 없다. 최근 이슈가 된 ‘지구온난화’는 탄소배출량처럼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가 있고, 그에 따라 지구온난화 대책을 위한 세금 제도가 추진되고 있다.


반면 생태계 서비스와 그 기초가 되는 생물 다양성은 그 가치를 하나의 지표로 정량화하기가 까다롭다.

 

환경경제학자 파반 스쿠데프는 “평가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거의 모든 기업이 ‘성장’만을 지향한 규모확대, 이노베이션, 저비용으로 재무가치를 높이는 데만 치중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앞으로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려면 자연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자연 자본 중심의 경영방식’이란 자연 자본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성장하면서 금전적 자본을 만들어 가는 사업모델이다. 즉, 인적 자본과 자연 자본을 지역사회에 투자하고, 이를 육성하면서 금전적 자본을 만들어 가는 방식을 말한다.


지금까지 자연환경의 가치는 적절하게 평가되지 않았다. 기업은 사업 활동에서 무료 또는 싼 가격에 구매한 자연 자본을 과잉으로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먹는 많은 식품에 사용되는 식물성 기름, 팜유가 있다. 팜유는 마가린, 스낵, 냉동식품, 세제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기름이지만 상품의 원재료 표시에는 ‘식물기름’으로만 표기된다.


팜유의 원료인 유채 나무는 열대의 습한 지역에서 자라고, 세계 생산량의 85%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집중돼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기름을 짜는 공장을 중심으로 광대한 기름 야자수 농장이 조성돼 있는데 특히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세계최대 팜유 생산업체인 ‘FGC’의 노동자들은 강제노동과 아동착취 등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글로벌 농업회사는 이 같은 인권문제만이 아니라, 자연환경까지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주범이다. 광대한 열대림을 베어내니 그곳에 서식하던 오랑우탄, 아시아 코끼리, 수마트라 호랑이 등 희귀한 야생동물은 멸종위기에 처했다.


이렇게 열대림의 생물 다양성이 상실되면 그 사회적 비용은 기업이나 소비자가 부담하지 않는다. 고스란히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되는 꼴이다. 이에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팜유를 구매하지 않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자연 자본이라는 개념이 주목을 받으면서 많은 기업이 자연환경을 ‘자본’으로 인식하고, 적절하게 평가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광산회사의 회개
세계적인 광산회사 리오틴토는 마다가스카르의 광산개발에서 국제 NGO 국제자연보호연합(IUCN)과 협력해 훼손된 자연환경을 재생하고, 자연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탄소발자국=상품가격
자연 자본의 개념을 제품생산과 마케팅 전반에 도입한 회사도 있다. 스웨덴의 대형 식품업체‘펠릭스’는 제품가격을 ‘탄소발자국’에 근거하여 계산하는 슈퍼마켓을 운영하는데 제품의 생산과정과 판매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부담을 제품의 가격에 반영한 상품을 파는 것이다.
펠릭스는 기업이 식품의 생산에서 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효과 가스 배출량은 기후 변화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식품회사들이 그런 결과를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펠릭스의 슈퍼마켓에서는 판매상품의 가격을 탄소발자국에 따라 계산한다. 먼 곳에서 생산되고, 운송되는 식품은 운반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그만큼 판매가격이 올라간다. 사료로 키우는 소, 돼지 등 육류는 생산과정 상 채소류보다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당연히 더 비싸다.


양심에 찔리는 영수증
스웨덴의 남성 의류 브랜드인 ‘아스켓’에서는 영수증에 새로운 정보를 포함하기로 했다. 고객은 자기가 구매한 티 한 장의 소재 생산에 사용된 물의 양, 티셔츠 제조에 들어간 에너지, 매장까지 운송 중에 발생한 트럭의 탄소배출량 등을 영수증을 보고 알게 된다.
가격이 아니라 실제로 각 상품의 환경부담을 영수증에 써넣어 고객이 책임 있는 구매를 생각하도록 한 아이디어였다.


나무 심으면 숙박비 50% 할인?
친환경 경영을 하는 호텔도 등장하고 있다. 올해 오픈예정인 핀란드의 에코 리조트 ‘악틱 블루 리조트’는 색다른 방법으로 친환경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곳의 특징은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투숙객에게 숙박료를 할인해 준다는 점이다. 투숙객이 에너지를 절약을 독려하기 위해 물과 전기 사용량을 줄이거나 친환경 메뉴를 택하면 숙박료를 최대 50%까지 깎아준다. 근방의 숲에 나무를 심어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천문학적 예산, 종자 은행
2010년 이화여대에서 열린 생물 다양성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영국 밀레니엄 종자 은행의 원장, 폴 스미스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식물 종자에 인류의 미래 생존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씨앗 하나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식물 가치에 대해 역설했다.


일찍이 식물 종자의 중요성을 인식한 영국은 2000년 영국 런던 교외의 왕립식물원 내에 밀레니엄 종자 은행을 설립했다. 1억 2천만 달러(약 1,560억 원)를 들여 설립된 밀레니엄 종자 은행은 현재 3만 종, 20억 개의 종자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의 종자 은행 중 최대 규모다.


우리나라에도 경북 봉화군 해발 700m의 고지대에 세계 두 번째로 설립된 국립 백두대간 시드 볼트가 있다. 2023년까지 30만 점, 최종적으로 200만 점 입고를 목표로 하고 있어 세계적인 종자보관실로 관심이 주목되는 시설이다.


지하 터널형(깊이 40m, 터널 길이 127m, 저장고 2개 동 등)으로 조성됐으며, 저장고 내부는 외부온도나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항온항습(영하 20℃, 상대습도 40%)을 유지하도록 설계돼 자가발전기와 내부 공조기 등 체계적인 시설과 장비를 통해 연중 24시간 풀가동된다. 딱 봐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예산보다 더 큰 식물 가치
이렇게 종자 은행이나 종자저장고를 이용하여 품종을 보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역시 대규모 종자 은행을 설립한 것은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한 큰 결심이었다. 이 결심은 식물 종자의 경제적 가치를 눈여겨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종자 은행에 보관된 식물 종자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30조~40조 달러(3,500조~4,60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종자뿐만 아니라 식물을 포함한 각종 생물의 유전자원*은 다가올 미래에 식량 안보, 기후 변화 대응, 바이오 연료 개발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용될 것이다.

 

*유전자원이란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의 농업 및 식량 생산에 유용한 유전적 소재로서 보존가치가 있는 종자, 미생물, 곤충, 동물 등의 생물체를 포괄하여 의미하며, 넓게는 식물의 조직체, 꽃가루, DNA를 포함한다.

 

 

세계 3대 환경협약
국제사회는 점차 생물자원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고, 환경파괴와 기후 변화로 생물 다양성이 급격히 파괴되는 현재의 위기를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1988년부터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사전작업에 나섰고, 마침내 1992년 브라질 리우 유엔 환경 개발 회의에서 ‘생물 다양성 협약’이 채택되어 1993년 발효됐다. 현재까지 EU를 포함한 전 세계 약193개국이 여기에 동참했다.

 

그 규모나 파급효과를 두고 평가할 때, 생물다양성 협약은 ‘기후 변화 협약’, ‘사막화 방지 협약’과 더불어 ‘세계 3대 환경협약’ 중 하나로 꼽힌다.

 

국제사회는 이미 생물다양성 협약이 논의되었을 때부터 유전자원이 가져다줄 막대한 이익과 그 분배의 문제에 주목했다. 이에 관한 국제규범이 요구되었고 10년간의 국제협상을 벌인 결과, 2010년 제10차 생물 다양성 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 2014년 평창에서 열린 제12차 당사국총회에서 발효됐다.

 

이제 유전자원에 접근하고 그 이익을 분배하는 구체적인 체제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환경협약 10여 년, 체감하십니까?
벌써 10여 년이 지난 이러한 체제가 우리 현실에서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ESG 경영’이 대두돼 세계의 많은 기업이 환경에의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태계에 투자하고 있다는 적극적인 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소극적인 투자나 ESG를 표방한 소위 ‘워싱’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생태계는 여전히 뒷전이다.


사라지는 생태계를 복원하여 미래 자연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생태자원의 가치 기준을 세우고 이를 제도적으로 평가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말로는 ESG를 외치는데 실제로 우리가 체감하는 건 별로 없는 게 사실 아닌가.

 


패러다임이 또 바뀌었다
산업 기반이 혁신적으로 바뀔 때마다 인류는 그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증기기관이 등장하자 대량생산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기계화를 이뤄냈고, 전기의 시대에는 공장의 동력과 운송 수단이 급변했으며, 정보화 시대에는 인터넷이 각광 받았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등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소비 지향적 산업은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멸종위기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고, 오히려 인류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나온 새로운 산업 기반이 생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산업이다. 기존의 소비 지향적 산업 패러다임에 몰두하고 있으면 우리는 또 뒤처지게 된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단시간에 비약적 성장을 꾀하는 산업에 편승하기보다 인류를 포함한 생물과 생태계가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지속 가능한 산업 모델을 고안해야 하는 이유다.

 


미래세대의 몫 당겨 쓰는 인류
생물 종과 생태계를 보존하여 미래 세대에게 살 만한 환경을 물려주는 것은 당연한 과제다.

 

이건 단순히 책임과 의무의 얘기가 아니다. 생물자원과 그를 둘러싼 생태계가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미래산업과 직결된다는 얘기다. 바야흐로 생물자원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생물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해 그 이윤을 수확하고, 또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법을 모색할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생태경제학자인 허만 데일리는 “지구에 과잉부담을 주면서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상경제’의 회복을 제창했다. 정상경제란 지구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산량을 줄인 후에 일정하게 지속해 나가는 경제를 말한다.


지구의 자연 자본은 무한대일까. 물론 아니다. 당연히 한계가 있다.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폐기물을 지구가 흡수할 수 있는 여력도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인간은 지구의 처리 능력 이상을 소비한다. 부족분은 어디서 나올까. 지구가 우리 인류를 위해 좀 더 힘을 낸 걸까? 아니다. 우리 세대가 미래세대의 몫을 미리 가져다 쓰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