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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누가 ‘블랙’인가

영화 ‘타짜’에서 곽철용이 말한다.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 해.”

고니가 응대한다. “대신 이 돈 우리가 먹습니다. 신사답게."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다. 하지만 지금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은 ‘신사’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난 6월초,한 골프장에서 고객과 골프장 직원 사이에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방울토마토’ 사건이다. 이 사 건을 보면서 앞선 타짜의 명장면이 떠올랐다.

 

EDITOR 방제일

 

‘블랙’이다. 무더위가 짙어지는 7월, 이번호의 커버스토리의 주제는 ‘블랙’이다. 우리는 진상 손님을 가리켜 ‘블랙 컨슈머’라 부른다. 악성을 뜻하는 ‘블랙’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가 합쳐진 신조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블랙 컨슈머’ 가 넘쳐 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만 들어가도 수많은 블랙 컨슈머 얘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내가 겪지 않으면 그저 우스운 이야기다. 내가 그 일을  겪는 순간 그것은 전혀 다른 사건의 ‘블랙’이 된다.

지난 6월초 ,한 골프장과 골퍼 사이에 논란이 될만한 사건이 있었다. 기분 좋게 골프장을 찾았던 골퍼는맥주2캔과 방울토마토 한 봉지로 인해 골프장의 ‘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시작은 해프닝이다. 골프장 직원은 해당 골퍼의 가방을 검사했다. 음식물이 적발됐다. 규정을 들어 직원은 반입금지라고 말했다. 골퍼는 항의했다. 물론 단순한 항의는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거친 말들이 서로 오갔다. 책임자가 나왔다. 첵임자도 골프장의 방침을 들었다. 결국 일이 터졌다. 라운드 금지를 통보했다.  그들은 그렇게 골프장의 ‘블랙리스트’가 됐다. 즐거운 마음으로 찾은 골프장은 ‘방울토 마토’ 한봉지로 인해 엉망이 됐다.
       

골프장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골프장 또한 몇몇  ‘블랙 컨슈머’로 인해 몸살앓이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골프장과 골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자면, 골프장 또한 블랙 컨슈머와 마찬가지로 ‘블랙 기업’화 돼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블랙기업’이란 기업이 사회적 역할 나 법을 준수하지 않고 근로자를 착취하거나, 소비자에게 갑질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블랙 컨슈머만큼 블랙 기업도 사회적 해악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골프장은 골퍼들이 찾지 않아 경영 위기를 겪었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반전된다.

 

소위 MZ세대들이 골프를 시작했다. 해외로 나갈 수 없게 된 골퍼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국내 골프장을 찾기 시작했다. 골프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골프 산업 호황의 이면에 수많은 ‘블랙’들이 생겨났다.


골퍼들이 방울토마토와 맥주2캔을 가지고 골프장을 찾은 이유는 명백하다. 그늘집의 폭리가 그만큼 심하기 때문이다. 몇몇 골퍼는 골프장의 갑질이 도를 넘어섰다고 이사건에 대해 분통을 터뜨린다.

 

물론 반대의견도 있다. 쾌적한 라운드 환경을 위해 음식물 반입이 금지돼야한다는 것이다.

 

양쪽 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옳다고 보기도 힘들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앞선 타짜의 장면이다시금 진하게 떠올랐다.
 

골프장은 곽철용과 같이 골퍼들에게 신사답게 행동하라고 말한다. 도박장을 운영하는 건달 ‘곽철용’은 신사가 아니다.당연히 타짜인 고니도 신사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 우리의 골프가 그렇다. 점점 '신사다움'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그리고 점점 더 '블랙'이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