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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칼럼]ESG, 그린 워싱 주의보

눈 가리고 아웅? “그린워싱 사례, 셀 수도 없다”
결국은 덜 쓰는 게 가장 친환경

모두가 ESG의 기치를 내세우는 ‘대 ESG 시대’다. 그럼 지구촌은 곧 지속 가능해질까? 그러면 참 좋겠지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말로만 친환경’을 실천하는 ‘그린워싱’ 주의보가 세계적으로 논란이다. 이미지 좋은 글로벌 기업도 코로나19 시국에 소프트파워를 성장시킨 대한민국도 피해갈 수 없다. ESG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이미 늦었다.

 

WRITER 이승엽

 

ESG에 민감한 MZ세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이라는 조사 결과 10명 중 6명(64.5%)이 “ESG를 실천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은 추가 비용이 있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MZ 세대는 실제로 ESG 경영 여부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세대라는 얘기다. 배달앱 리뷰를 통한 고객의 부당한 갑질 사례를 호소하거나, 남몰래 선행하던 식당에 ‘돈쭐 내고 왔다’며 구매 릴레이가 펼쳐지는 일도 종종 벌어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ESG 한다더니 그린워싱?
문제는 ‘워싱’ 논란이다. 쉽게 말하면 실제로 ESG 경영을 하지 않거나, 미비하게 수행하는 기업이 겉으로는 ESG 시대의 선구자인 ‘척’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린워싱’, 즉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도 ‘녹색경영’이라는 키워드로 기업을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 ‘친환경 위장술’을 벌이는 기업의 행태가 그린워싱에 해당한다. 그린워싱은 환경운동가인 제이 웨스터벨드(Jay Westerveld)가 1980년대에 만든 용어다.


‘소셜워싱’도 있다.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모범을 보이는 모습을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사회 공헌 행위를 요식·전시 행위로만 인식하고 수행하거나, 불투명한 지배 구조를 유지하는 경우를 말하는 용어다.

 

일부러일 수도 있고, 단순히 ESG 경영에 서툴렀을 수도 있다. 의도를 떠나 결과적으로 그린워싱 논란에 휘말린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본다.


커피 전문점인가 컵 전문점인가?
스타벅스는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종이 빨대를 도입한 카페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된다.

 

그런 스타벅스가 2021년 9월, 50주년 기념 이벤트를 진행했다. 음료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리유저블(다회용) 컵을 증정하는 행사였다. 그러나 최근 ‘MD 상품 판매에만 과도하게 적극적’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MD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유인책’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MD 상품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다지만, 결국 플라스틱이 주로 사용되니 더욱 눈총을 샀다.


스타벅스 입장에서 억울할지, 아니면 아픈 곳을 찔린 기분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논란거리가 됐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이 가져야 할 진정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종이’에 담은 한정판, 잘라보니…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종이로 된 용기에 담은 화장품을 한정판으로 판매했다. 그런데 용기를 절단해 보니 플라스틱 소재로 밝혀졌다.

 

차라리 플라스틱으로만 만들었으면 겉 종이를 쓰지 않았을 걸 이중으로 소비한 결과가 되어 버려 브랜드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사례다.


한편,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을 리필할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도 그린워싱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내용물만 구매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별도 용기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캡슐 소재를 바꾸는 게 먼저 아닌가
세계적 커피 브랜드인 네슬레는 알루미늄으로 된 커피 캡슐을 모아 재활용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환경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한다는 취지였다.


네슬레는 이 커피 캡슐을 만들기 위해 연간 8천 톤의 알루미늄을 사용한다. 1톤의 알루미늄을 만들려면 2인 가구가 5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필요하며, 8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글로벌 기업인 네슬레가 소모하고 배출하는 양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에 캡슐 재활용이라는 좋은 취지였음에도 “따지고 보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핀잔을 듣게 됐다.

 

“그린워싱 사례, 셀 수도 없다”
환경보호단체 ‘체인징마켓재단(CMF)’은 ‘대기업이 내세우는 친환경 활동이 알고 보면 그린워싱에 해당한다’고 보고하며 관련 사례를 실었다(출처: 오피니언뉴스). CMF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플라스틱 오염 위기에 대응하겠다며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해양 플라스틱을 사용한다는 주장은 가장 흔한 그린워싱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 보고서에서 그린워싱 사례로 지적한 기업은 세계적인 식품회사부터 가구, 패션,화장품 등 전 분야에 걸쳐있었다.

 

 

눈 가리고 아웅?
그중 한 사례는 코카콜라다. 보고서는 “코카콜라는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용기를 만든다고 홍보하지만, 정작 코카콜라 스스로가 플라스틱 오염의 주범이라는 건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환경운동 ‘BFFP(플라스틱에서 벗어나기)’가 선정한 ‘최대 플라스틱 오염원’으로 4년 연속(2018~2021)으로 꼽혔으면서도 친환경 포장 용기 기술이라는 미미한 변화를 과장 홍보해 시장의 눈을 가린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츄잉캔디 멘토스로 유명한 이탈리아 제과기업 ‘페르페티 반멜레(PVM)’는 자사의 친환경 판지 상자 포장을 내세우지만, 사실 재활용이 불가한 합성물이라는 사실에는 침묵한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글로벌 소비재기업 P&G는 자사의 샴푸 용기를 해양 플라스틱을 수거해 만들었다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파란색으로 염색돼 더는 재활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도 밝혔다.


이처럼 기업은 친환경 제품이라고 주장하나 실상은 재활용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소재를 쓰고 있고, 수거한 해양 플라스틱 사용량로 적은 양에 그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CMF의 조지 하딩 롤스는 “최근 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는 유명 기업의 주장이 오도였음이 드러났다”면서 “보고서에 담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이는 규제당국이 심각하게 다뤄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산업계는 사실상 거의 실체가 없는 ‘그린 인증’에 만족하기 바빠 다른 한편으로 플라스틱 위기를 지속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덜 쓰는 게 가장 친환경
친환경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무엇보다 인식해야 할 것은 친환경 제품이라도 과소비는 환경 파괴를 하는 행위라는 점이다. 꼭 필요한 물건을 아껴서 사용하는 것, 이것이 진정으로 지구를 위한 올바른 길이다.


사실 일반 소비자가 제품을 사면서 일일이 그린워싱인지 아닌지 기업의 속사정을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친환경·인증 제품이라고 판매하는 제품이라면 더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는 있다.

 

특히 관련 교육과 기준 마련으로 그린워싱을 구분하기 쉽게 만드는 정책도 필요하다. 실제로 환경부는 2013년 가짜 친환경 제품을 가려내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2020년에는 그린워싱 신고 포상금 정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좋은 변화이기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부가 옥석을 가려야 할 일을 소비자에게 맡긴 꼴이 아닌가. 정부 차원에서 정확한 기준을 세우고, 그에 따르지 않는 기업을 가려내 개선할 수 있게 계도하는 것이 그린워싱을 줄일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다.


대한민국의 진정성은?
‘친환경’ 타이틀이 붙으면 상품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마음 놓고 써도 될 것 같고, 제품을 쓰는 것만으로도 환경보호에 일조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소비자도 선호하고, 기업도 ‘선한’ 이미지를 만들기에 좋다.

 

윈-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ESG 경영과 그 역효과로 제시되는 그린워싱 사례를 볼 때, ESG 경영이라는 개념이 세상을 이롭게 만들 혁신일지 결국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늘 생각하고, 경계해야 하겠다.


덧붙여 올해 새로 출범해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나갈 현 정부에게도 묻는다. 진정한 ESG 경영을 추구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기업이자 모체인 대한민국 정부의 진정성이 궁금하다. ESG 경영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정도가 아니라, 대전환, 대격변의 개념이다. 이 칼럼을 통해 자주 말하지만, 우리는 이미 늦었다.

 

 

사회적 책임과 공유가치 창출, 대 ESG 시대의 개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복습해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용어는 CSR, CSV 그리고 ESG가 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먼저 CSR은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기업의 생산·영업활동에서 법적·경제적 책임 외에도 사회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CSR이 대두된 건 “기업도 큰 의미에서 사회의 구성원이므로 사회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는 취지였다.


따라서 기업 윤리(생산 과정의 환경파괴, 인권 문제 등), 국가와 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 정도, 제품 하자에 대한 인정과 합리적 보상 등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지를 지켜봤다.


CSV(공유가치 창출)
CSV는 Creating Shared Value의 머리글자를 땄다. 마이클 포터, 마크 크래머 등이 주장한 CSV는 기업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임직원과 협력업체, 지역 사회와 국가 등 해당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가 사회 발전과 양립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CSV는 경제적 가치(기업)를 사회적 가치(공공)와 결부시키는, 즉 기업가치를 사회와 공유하자는 ‘공유가치’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개념이었다.

 

ESG 경영(지속 가능한 경영)
한편 최근 기업 경영의 기본으로 여겨지는 ESG는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라는 3가지 요소의 머리글자를 땄다. 모든 기업 활동에서 친환경을 추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기업의 지배 구조까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하는 경영을 ESG 경영이라고 한다.


이 칼럼을 통해 여러 번 반복해 언급했듯, ESG는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이념이라기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행하고 있는 기업을 ‘골라내는’ 지표로 시작한 개념이다.


ESG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 증권가에서는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2022년 현재 ‘대 ESG 시대’가 열린 건 “2025년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사부터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고 선언한 금융위원회의 발표로부터였다.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을 수행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기 시작했고, ESG 평가 정보는 해당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주요 지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