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김주신 경제 | Mr.마켓의 목소리] 선행되어야 할 자금시장 안정과 경기 악화 조심해야 할 때

11월 FOMC에서 연준이 속도 조절을 언급한 가운데,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의 상승률이 둔화하는 것이 확인됐다. 한국은행은 11월 24일 열리는 2022년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p 인상할 전망이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12월 FOMC에서의 50bp 인상 확률은 80.6%까지 상승하는 등 시장은 12월 FOMC에서의 50bp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모양새다.


WRITER 김주신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 한은의 빠른 금리 인상 필요성도 감소했다. 달러당 1,400원을 웃돌던 원화도 1,300원대 중반을 기록하는 등 환율도 상당 부분 안정됐다.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결정한 이유가 ‘원화가 약세 대응이었다’는 점에서 한은의 추가 50bp 인상 명분은 낮아졌다.

 

실질적 유동성 지원대책 나올까
한국은행의 목적에는 물가안정이 중요하지만, 그다음으로 금융시장 안정도 중요하다. 2022년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25bp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지만,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리 인상보다 ‘CP 매입’에 나설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어봐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금융시장 안정에 있어서 한국은행에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은 회사채, CP 시장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CP, 단기 사채의 만기가 집중돼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2022년 마지막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보다 실질적인 유동성 지원대책이 나올 것인지에 더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CP 시장만을 놓고 본다면 금융위기 상태라는 점에서 유동성 지원대책이 나와야 연말까지 자금시장 불안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의 이유로 언급하고 있는 내외금리차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설명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내외금리차가 외환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통화는 유로화, 위안화로 국한되기 때문이며, 엔화도 거의 설명력이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다. 한국 원화는 2014년 이후 블룸버그 달러인덱스에 수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차보다는 글로벌 통화 가치에 수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록적 물가상승? 굳건한 美 소비
한편 기록적인 물가상승에도 미국의 소비는 굳건했다. 지난 10월 소매판매가 8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이면서 오히려 물가상승 압력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Fed의 고강도 긴축에도 미국의 소비가 되레 견고해졌다는 의미다. 긴축의 고삐를 쥔 미연방준비제도(Fed)의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는데도 미국의 소비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많은 가계가 팬데믹 초기에 수조 달러의 정부 부양책과 줄어든 지출 기회, 높은 임금 덕분에 저축할 수 있었으며, 빅테크 기업 등 일부 부문의 정리해고가 늘었지만, 일자리는 여전히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팬데믹 기간 미국 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면서 인플레를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에 Fed가 긴축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졌지만, Fed 내부에선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물가 상승률이 최소 2%대로 내려와야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착륙 기대감? 아직은 글쎄…
美 10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둔화한 가운데, 고용시장도 시장 예상보다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다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90년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유일하게 연착륙을 달성했던 1994~1995년 금리 인상 사이클을 보면 경제 회복세, 견조한 고용시장이라는 2가지 요인이 있다.


현재 국면은 이 두 가지 요인과는 다른 상황이다. 1994년은 경기 회복 국면으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신용 사이클이 회복됐던 반면, 지금은 지난 8월을 고점으로 증가 폭은 둔화하고 있으며, 금융환경 긴축은 심화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이는 경제의 수요압력을 나타내는 ‘*GDP 갭’과 인플레이션 간 양(+)의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GDP갭: 실제 GDP와 잠재 GDP간 차이로 양수일 경우 경기 과열(초과 수요)상태를 의미)


9월 FOMC에서 연준은 생산성과 노동 공급 충격을 반영하여 잠재 GDP 추정치를 하향수정하였다. 이는 실업률이 적정 수준보다 지나치게 낮은 상황이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과거보다 많은 수준의 실업(경기 악화)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잡다 실업률 올라가면 어쩌나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이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강도는 다르다. 샌프란시스코 연은 연구(「What If? Monetary Policy in Hindsight」)에 따르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은 0.1%p 하락하는 반면, 실업률은 같은 기간 0.3%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은 인플레이션의 하락보다 실업률이 상승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이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전형적인 경기 후행지표이다. 근원 CPI가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얘기는 통화 긴축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후 나오는 미국 실물경제지표, 특히 고용시장 지표는 경기 악화 모습을 반영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연속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9월 말 이후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더불어 11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 59.9p에서 54.7p로 급락한 점도 경기가 악화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로 적용되는 시기는 경기가 버텨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