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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칼럼] 2023년 새해, 골퍼를 위한 화두 자신감 그리고 연습

연습만이 자신감 만든다
연습 없는 자신감은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검은 토끼띠의 해다. 검은토끼띠의 해는 ‘노력한 만큼 복이 들어오는 해’라고 전해진다. 토끼가 가진 부지런함과 예민함으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지혜를 갖추는 한 해가 되기를 염원한다.


WRITER 이원태

 

2023년 당신의 골프는 어떤 모습일까
누구든 새해 첫날, 떠오르는 첫 태양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간절하게 기원하는 것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 아닐까. 건강관리를 위한 원칙을 머리로는 잘 알고는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아 매년 새로운 다짐을 한다.

 

‘새로움’을 추구하려면 이전과의 연결고리를 끊어 내고, 익숙한 것과 이별해야 한다. 떠나 보낸 과거의 것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것에서 오는 낯섦에 적응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건 상당한 노력이 필수조건이다.

 

골퍼라면 어떨까. 골퍼들의 새해 소망은 ‘타수 줄이기’와 ‘장타’에 대한 욕심, 다시 말해 ‘싱글 핸디와 장타왕’이다. 그러려면 2023년을 골프의 원년으로 삼아 올바른 목표 의식과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안전하고 즐겁게 골프를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신년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집중적인 연습을 통해 목표를 달성해보자.

 


연습만이 자신감을 만든다
‘계단을 밟아야 계단 위로 올라설 수 있다.’
터키 속담이다. 2023년에는 이 속담처럼 골프든 무엇이든자신감을 가지고 한 해를 시작해야겠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계단을 밟아야 계단 위로 오를 수 있다는 얘기 말이다. 이 당연한 말이 ‘속담’이 된 건 계단을 밟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계단을 밟고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감의 부재일 테고 말이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근거도 없이 자신감만 앞세운 모습을 지적하는 유행어다. 자신감에도 근거가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골퍼의 자신감에 필요한 근거는 바로 충분한 연습이다.자신감은 실력에서 나와야 한다.

 

실력의 뒷받침이 없는 자신감은 허울뿐인 환상이다. 물론 실력은 좋은데 심리상태가 불안하여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소수다.

 

자신감을 가지려면, 연초부터 효과적인 연습을 해야 한다. 골프와 삶의 행운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심지어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전성기의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골프에서 우승이란, 오직 연습과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이 낳는 결과물이다.


“연습할수록 운이 더 좋아진다”
남아공의 전설적인 골프선수 개리 플레이어는 “연습하면 할수록 운이 더 좋아진다”라고 했다. 충분한 연습으로 자신감을 만들면, 운도 끌어당긴다는 생생한 증언이다.

 

‘인생이란 필연과 우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격언이 있다. 우연은 운이 지배하는 것이고, 필연이란 실력이 뒷받침될 때 나타난다. 좋은 실력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

 

다시 한번 ‘연습만이 살길’이다. 골프장에서 ‘혹시나’라며 행운을 바라지만 오잘공 하나 없이 ‘역시’로 끝나는 골프는 다들 경험이 있으리라. 반면 아무리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평소 연습이 됐다면 오잘공은 나온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도 “골프는 인생과 가장 닮은 스포츠다. 골프는 표면이 고르지 않은 곳에서 펼쳐지는 경기로서, 모든 것이 당신에게 달린 경기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골프를 잘 치는 것은 끝없는 연습의 결과라는 말이다. 스윙 자세를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골프에 투자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과이불개, 골프에서도 독약
전국 대학교수들이 2022년을 보내면서 우리 사회의 현상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과 소인배 정치를 비판하는 글이지만, 잘못된 골프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골퍼에게도 필요한 사자성어가 아닌가 생각한다.

 

골프 실력은 평소의 연습량에 비례한다. 골프 실력이 제자리이거나 후퇴했다면 스스로 탓해야 마땅하다. 고치지 않은 결과니까 말이다.


특히나 골퍼에게 겨울은 동면의 계절이 아니다
1월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겨울. 겨울 필드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골프는 사실 연중 내내 가능한 운동이지만, 대부분 골퍼는 겨울을 ‘동면의 시간’으로 생각한다.

 

신년소망인 ‘골프 실력 향상’을 달성하려면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혹한의 1월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론 겨울에도 쉴새 없이 필드에 나서는 골퍼라면 ‘부상없는 라운딩’을 위해 안전과 보온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겠고.


겨울 골프는 추운 날씨와 바람을 극복하며 즐기는 또 다른매력이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그린피도 매력적이고. 다만 겨울 골프에서는 연습의 결과를 보기보다 그동안 필드에서 나타난 자신의 약점을 찾고, 고치기 위한 시간을 만드는 게 좋다.


겨울은 동면기간이 아니라 부족한 골프를 완성할 기회다. 잘 나가다가 결정적인 한 방(OB)에 무너지는 골퍼라면 주로 어느 샷에서 무너지는지를, 벙커가 말썽이라면 샌드 샷을, 피칭이나 치핑에서 무너진다면 숏 게임에 모든 역량을 투자할 기회가 바로 겨울이다.

 

토끼는 예로부터 영리한 동물로 여겨졌다. 특히, 검은 토끼띠의 해는 ‘노력하는 만큼 복이 들어오는 해’로 51년생, 63년생, 75년생, 87년생, 99년생이 해당한다.

2023년 계묘년에 바라는 염원은 토끼가 가진 부지런함과 예민함으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지혜다. 2023년 검은 토끼의 해를 ‘노력한 만큼 복이 들어오는 해’로 만들어 보자.

 

 

피나는 연습이 만든 선수, 손흥민 월드클래스의 자신감
자신감은 피나는 연습이 만드는 ‘결과’다. 아버지 손웅정만 빼고 세계가 인정한 월클(월드클래스) 손흥민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가 마치 ‘수도사’처럼 살아가며 소화해내는 연습량이다. 손흥민이 늘 가슴에 간직한 아버지의 교훈은 “모든 일은 ‘운칠기삼’이니,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의 뜻에 맡겨라”는 말이다.


아버지 손웅정이 기본기를 강조한 건 ‘축구공과 한 몸이 될 정도로 기본이 탄탄해야 어떤 기술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기본기보다 더 강조한 게 바로 인성이었다.

 

“축구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기본기지만, 축구보다도 중요한 것이 인성이다. 축구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절대로 교만하지 않다.” (손웅정)

 

동료에 대한 배려, 팀을 위한 헌신과 더불어 몸에 밴 겸손함은 어린이 팬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며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인성’ 역시 수양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 연습 없이 실력이 보장되지 않는 것과 같다.

 

 

준우승 전문 토니 피나우, 4개월간 3승 만든 원동력은 자신감
토니 피나우(33·미국)가 2022년 11월 14일(한국시각),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휴스턴오픈 최종라운드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에 성공하면서 6년 넘게 따라다니던 ‘준우승 전문’ 꼬리표를 말끔하게 떼어냈다.

 

2022년에만 3승을 쓸어 담으며, 언제 어디서든 우승할 수 있는 ‘톱 랭커’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토니 피나우는 1년여 전만 해도 ‘준우승 전문’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39차례의 톱 10 랭크에도 불구하고 우승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8차례의 준우승에 그치자 그에게는 ‘뒷심이 약하다’, ‘멘탈이 약하다’는 꼬리표가 달렸다.


준우승만 하던 시절과 PGA투어 강자인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자신감이다. 그는 이번 대회 중 PGA투어와의 인터뷰에서 “우승은 자신감을 준다. (준우승에 그쳤던) 지난 대회 때도 모두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우승하는 것이다. 우승을 경험하자 내 경기에 자신감이 생겼고, 우승을 다투는 상위권에 들어서 있는 상태에서도 잠을 푹 잘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피나우는 지난 7월 3M 오픈과 8월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연이은 우승으로 PGA투어 강자로 자리를 굳혔고, 4개월 만에 우승을 하나 더 추가했다.

 

경기가 끝난 뒤 피나우는“우승이 없었던 지난 5년 동안에도, 나는 나를 믿었다. 그리고 내 몸과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제 그 모든 것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토니 피나우의 자신감은 우승이 만들어줬다. 그 우승은 흔들리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던 5년이 만든 결과고.

 


예순 살 트로트 가수, 허송 4수 끝에 최고령 프로골퍼 되다
트로트 가수 허송(61)은 조용필과 비슷한 음색과 가창력을 가진 가수다. ‘추억’, ‘야’, ‘몰라요, 몰라’ 등 자신의 히트곡을 앞세워 라이브 카페와 주부 노래 교실, 등 각종 행사에서 꽤 유명했다. 코로나19로 졸지에 설 무대를 잃고 공연 수입이 없어지자, 그는 생계 수단으로 취미였던 골프의 프로자격에 도전했고, 2022년 11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KPGA 프로 선발전에서 최고령으로 선발됐다.


프로 골퍼가 되기 위한 이 관문은 1년에 3차례 열린다. 최종 합격자에겐 KPGA 프로자격과 2부 투어 예선전 참가 자격 등을 준다. 허송 씨가 통과한 11월 선발전에는 1,223명이 예선(2라운드)에 참가해 241명이 본선(2라운드)에 진출했고, 약 4%인 단 50명만이 최종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아마추어 고수라고 해도 60세의 그가 프로 선발전을 통과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다. 참가 자격 17세 이상인 프로 선발전에는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골프 교습을 받아 비거리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10대와 20대 프로 지망 장타자들이 대부분이다.


162㎝, 64㎏으로 체구도 크지 않은 그가 KPGA 프로에 선발된 것은 지난 2021년부터 4차례나 도전한 끝에 이루어낸 결과다. 허송은 KPGA 최고령 프로 선발전 통과 기록인 56세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비결이 뭐였을까.


강원도 속초에 사는 그는 차에 골프채와 자전거를 싣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골프 연습을 하고 자전거를 탔다. 주변의 권유로 마흔넷 나이에 뒤늦게 골프에 입문했는데도 ‘기본기가 탄탄하고 숏 게임과 퍼트에 빈틈이 없다’는 평을 받는다.


처음 골프에 입문했을 때 기본기부터 가르쳐 준 티칭 프로 덕분이다. 그의 티칭 프로는 “제대로 치고 싶으냐?”고 묻고는 3개월 동안 7번 아이언 빈 스윙만으로 자세를 익히게 했다. 허송은 “빈 스윙만 하는 것으로는 재미가 없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이렇게 차근차근 기본 단계를 거쳐 가며 숏 게임은 1m 단위로, 퍼팅은 자신의 걸음 수대로 정확하게 보낼 수 있는 자신만의 비결을 익혔다. 이렇게 기초가 탄탄해지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8개월 만에 70대 타수를 치고 2년이 지나면서는 언더파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정말 골프를 잘 치고 싶다면, 하루에 30분 만이라도 꾸준히 기본기 연습을 하라고 강조한다. 그의 다음 꿈은 50세 이상 참가하는 KPGA 챔피언스 투어에 도전하는 것이다. 결국, 프로골퍼 허송을 만든 것도 연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