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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칼럼] 골프장에서 익사사고? '여름철 골프장 안전불감증' 여전


 

[이원태 칼럼]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의 영향으로 벌써 전국에서 익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에는 경기도 이천의 한 골프장 6번 홀에서 드라이브 티샷한 볼이 물에 빠지자 골퍼가 공을 찾기 위해 해저드 주변을 다니다가 실족하여 물에 빠졌다. 이를 목격한 동반자들의 비상용 구명 장구를 이용한 신속한 구조 덕분에 살 수 있었다. 골프장 물웅덩이를 얕다고 방심했다가 예상치 못한 위험을 당한 것이다. 다행히 골퍼는 개헤엄이라도 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동반자의 빠른 행동으로 살아 나올 수 있었다. 

  골프가 어떤 계절의 운동일까? 이 질문에 대부분의 골퍼들은 여름이라 대답한다. 골프공이 놓인 자리의 잔디는 여름에 생장이 가장 활발한 까닭에 임팩트 때 질감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골퍼의 신체 근육의 회전운동이 최적의 몸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은 골퍼들에게는 겨울과 마찬가지로 반갑지만은 않은 계절이다. 여름철의 폭염과 집중호우로 이어지는 장맛비의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골프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더위 속에 장갑에 싸인 손은 클럽의 무게나 활동에 민감하면서 땀에 의해 움직임에 둔화하기 때문에 여름철 골프장 안전사고는 다른 계절에 비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중 가장 치명적인 사고는 워터 해저드(water hazard:인공연못)에서의 익사사고이다. 최근 가평군의 한 골프장에서 50대 여성이 연못에 빠져 숨졌으며, 청도군의 골프장에서도 50대 남성이 수심 2.5m 워터 해저드에 빠져 숨졌다. 용인, 경주, 안동, 제주도 등 전국의 골프장에서 거의 매년 익사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익사사고 현장에 준비한 구명환(튜브)은 아무도 사용한 흔적이 없으며 동반자의 구조 요청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해저드에서 안전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분실구를 찾는 이러한 행동은 사실 이미 예견된 안전사고가 아닌가 한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유난히 볼에 집착하는 골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샷한 공이 물웅덩이에 빠지면 아까운 마음에 건지려고 무리하게 행동하다가 물에 빠진다. 특히 골프장에서 필요한 물을 가두어 주는 저류형 해저드는 아주 위험하다. 경관용 해저드는 1m 정도의 깊이로 익사 위험성은 거의 없지만 이 또한 심장마비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주말 골퍼들이 신경을 써야 할 해저드는 저류형이 대부분이다. 비가 올 때 한 번에 하류로 물이 쓸려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거나 물을 모아 필요하면 사용하는 기능성 해저드는 폭도 넓고 수심도 깊으므로 위험한 것이다. 골프장 대부분은 저류형 해저드에 구명튜브를 설치해 놓았지만, 저류형 해저드 주변에서 지나치게 불에 집착하는 과욕을 부리는 않도록 한다. 최근 골프장 익사 사고가 발생한 충북의 골프장도 저류형 해저드인 것이다. 

  해저드의 형태 중 직벽형보다 경사형이 더 위험하다. 직벽 형은 직벽의 턱을 잡고 나올 수 있지만, 경사형은 수면이 닿는 부분을 시멘트로 마무리하거나 두꺼운 비닐로 만들어서 미끄러져 올라가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방수를 위해 비닐재로 바닥과 지면의 경계까지 덮어 놓았기 때문에 빠져나오려 발버둥칠수록 계속 미끄러져서 나오지 못하기(제주도는 현무암으로 형성되어 해저드 바닥으로 물이 빠지지 않도록 비닐 재로 덮음) 때문에 더 위험하다.
카트 추락으로 물에 빠지는 것도 조심하여야 한다. 운전 부주의에 의한 전동 카트 추락사고가 익사 사고로 이어지는 예도 있다. 이때는 2차 손상 때문에 혼자 힘으로 밖으로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동반자가 물에 빠진 것을 목격할 경우, 수상 구조의 우선순위로 먼저 물 밖에서 동반자가 익수자를 직접 구조하는 방법이 있다. 물 밖 또는 물속(허리 정도 높이)까지 들어가서 몸(인간사슬, 손, 다리)을 이용하여 바로 구조한다. 그 다음 순위로는 장비를 이용하여 구조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해저드 주변에 설치된 익사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설치된 구명조끼, 구명환, 로프 등 인명 구조장비를 이용하거나 장대 등과 같이 현장 주위에 있는 도구를 이용하여 구조하는 방법이다. 마지막 최후수단으로는 직접 물에 뛰어들어 수영으로 구조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이때 수영이 능숙하여도 직접 수영으로 구조한다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며 이때도 반드시 부력(구명 장구)을 이용하여 구조하도록 한다. 

  해저드에서 익수자를 구조한 후에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즉시 심폐소생술을 하면 90%의 높은 생존율을 보이지만 4분이 지나면 생존율은 50% 이하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골든타임 4분’이라 일컫는다. 익수자 구조시간이 10분대가 넘어가면 거의 생존이 어렵게 때문에 조기 발견이 최상의 생존을 보장한다. 익수자의 생존율을 향상하기 위해 빠른 구조와 함께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것이다. 

  해저드에 본인이 빠졌을 경우, 가장 먼저 고함을 질러 캐디와 동반자들에게 위험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침착하게 주변 버팀목(지지목)을 확인하고 버틸 수 있다면 차분히 기다리도록 한다. 무리하게 나오려고 한다면 더욱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동반자가 뛰어와 구명환을 사용할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리도록 한다. 라운드 중 해저드 주변을 지날 때 구명 장구의 위치를 파악하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미국에서 불특정 시민들을 대상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두렵고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의 설문 조사 결과 3위가 물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 2위가 화상을 입는 사고, 1위가 남 앞에 강의하는 일이라는 한다. 물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그것은 수영하지 못하여도 개헤엄 정도는 칠 수 있을 정도의 수영 실력을 갖춘다면 골프장에서 익사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골프장 안전사고는 생명과 직결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여름철 골프장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골프장뿐 아니라 골퍼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골프장에서는 익사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법규의 재정비를 통한 법적 장치 마련에만 몰두한다. 주변에는 위험성을 알리는 문구가 담긴 안전표지판 설치와 함께 구명환(튜브)을 비치하고 준비하는 것으로 마치는 것이다. 막상 동반자들이 익수자를 발견하고 구명환을 던지기 위해 준비하는데 구명환의 노끈이 단단하게 조여 있어서 동반자들이 끈을 풀지 못해 구명환을 던져주지 못했다면 골프장 내 안전장치는 무용지물이 된다.

  골프 운동 중 해저드에 빠져 익사한 사건의 책임을 물어 골프장 관계자를 기소한 사례는 단 한 건(법원 확인 결과)도 없었다. 골퍼들의 사전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해주는 것이다. 골프장에서는 저류형 해저드 옆에는 위험 사고에 대비해 바로 연락할 수 있는 비상연락망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골프장 안전사고를 단순하게 골퍼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골프장에서 해저드에 구명환을 설치하는 등의 안전장치을 마련하는 것 이상으로 안전요원배치, 골프장 근무자 및 회원대상의 안전교육 등 사고 예방 활동에 최선을 다하도록 한다.

  골프장에서 안전사고를 벗어나는 길은 결국 철저한 예방뿐이다. 한국의 골퍼들은 폭우와 안개 등 악천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라운드를 강행하는 특성이 있다. 골프장 역시 웬만해서는 휴장하지 않는다. 이처럼, "설마" 하는 안이한 생각에서 출발하는 '안전불감증'이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골퍼 각자가 스스로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골프장 내 “안전사고=인명피해”가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골프장 캐디도 주기적인 안전 교육을 통해 단순한 경기 보조가 아닌 동반자의 안전과 경기를 책임지는 전문 보조인으로서 직무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원태

 

 

-대원대학교 응급구조과 겸임교수

-대한인명구조협회장

-사회복지학 박사

-응급구조사

-골프 안전지도사

-골프장(캐디) 안전 교육기관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