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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켈슨은 불명예 은퇴를 꿈꾸는가

지이코노미 방제일 기자 | ‘레프티’ 필 미켈슨은 한때 골프 팬들이 가장 사랑한 탐험가였다. 왼손으로 공을 휘어 감고, 벙커에서 기적 같은 샷을 선보이며 갤러리를 환호케한 골퍼스타였다.’ 전성기 시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최대 라이벌이기도 했던 미켈슨.

그러나 2026년 6월, 그의 이름은 의혹으로 점철돼 있다. 최근 로이터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켈슨은 캘리포니아 랜초 산타페의 더 팜스 골프클럽에서 여성 직원에게 ‘동의 없는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뒤 더 이상 해당 클럽 회원이 아닌 상태다. 클럽은 독립 조사를 거쳐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고, 미켈슨 측은 “오해는 해소됐다”고 해명했지만, 가족 건강 문제로 프로 골프 복귀 시점이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현재형: 클럽하우스에서 멈춘 전설

이번 의혹은 올봄 더 팜스 골프클럽 클럽하우스에서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은 골프다이제스트를 인용해 미켈슨이 라운드 전 여성 직원에게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신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직원이 즉시 상부에 보고했으며, 클럽 관계자들이 검토와 조사를 시작한 뒤 라운드 중이던 미켈슨에게 퇴장을 요구했다. 피해를 주장한 직원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직원 또한 매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더 팜스 골프클럽은 미켈슨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직원의 신고 이후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했고, 으며철저한 독립 조사를 진행했,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이 사람은 더는 더 팜스 골프클럽의 회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미켈슨 측 대변인은 “모든 오해는 풀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변호인 톰 클레어는 “허위 소문과 추측을 유포하는 개인 또는 매체에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다만 공식적인 형사 절차나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의혹일 뿐이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각종 의혹으로 흔들리던 미켈슨의 평판에 이번 논란이 또 하나의 균열을 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균열이 필 미켈슨의 커리어 전체를 무너뜨리고 원치 않던 불명예 은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록의 미켈슨: 왼손 하나로 쓴 명예의 전당

기록만 보면 가히 압도적이다. LIV 골프 공식 프로필은 그를 “메이저 6승, PGA 투어 45승, 2021년 최고령 메이저 챔피언”으로 소개한다. 실제 미켈은 마스터스 3회, PGA 챔피언십 2회, 디 오픈 1회 등 메이저 대회에서만 6승을 달성했다. US 오픈만 우승했더라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도 있었다.

 

미켈슨의 커리어 중 단연 돋보였던 순간은 2021년 키아와 아일랜드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이었다. 기네스월드레코드는 미켈슨이 2021년 5월 23일, 만 50세 341일의 나이로 우승해 남자 골프 메이저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고 기록한다. 당시 그는 세계랭킹 115위였고, 8년 동안 메이저 우승이 없었다.

 

미켈슨은 골프를 왼손으로 치지만 일상에서는 오른손잡이로 알려졌다. 어릴 때 오른손잡이 아버지의 스윙을 마주 보고 따라 하다 왼손 스윙을 익힌 이야기 역시 ‘레프티’ 신화를 만든 핵심 에피소드다. 1991년에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PGA 투어 투손 오픈에서 우승했다. AP는 닉 던랩이 2024년 아마추어로 PGA 투어 우승을 하기 전까지, 미켈슨의 1991년 우승이 마지막 아마추어 우승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팬들이 그를 사랑한 이유: 계산보다 감각, 안전보다 모험

미켈슨의 매력은 완벽함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심에 있었다. 오른쪽으로 도는 안전한 루트보다 숲 사이의 바늘구멍을 노렸고, 그린 중앙보다 핀을 직접 노렸다. 2010년 마스터스 13번 홀, 소나무 사이에서 레이스 크리크를 넘겨 홀 3피트에 붙인 샷은 그의 커리어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월드 골프 명예의 전당은 그 장면을 소개하며, 당시 미켈슨이 세 번째 그린재킷을 차지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과감한 모험성은 때로 추락의 다른 이름이 됐다. 2006년 US오픈 윙드풋 18번 홀에서 그는 드라이버를 꺼냈다가 우승을 잃었고, “나는 정말 바보였다”는 자책성 발언으로 골프사에 남았다.

 

논란의 연대기: 주식, 도박, 사우디, 그리고 클럽

미켈슨의 커리어 후반부의 논란은 그의 젊은 시절 커리어만큼이나 화려하다. 2014년에는 칼 아이칸, 빌리 월터스와 관련된 내부자 거래 조사 보도에 이름이 등장했다. 이후 2016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딘푸즈 내부자 거래 사건과 관련해 월터스 등을 기소하면서, 미켈슨이 딘푸즈 거래로 얻은 이익을 반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EC 발표의 핵심은 미켈슨이 월터스의 불법 행위로부터 이익을 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 미켈슨은 형사 기소된 인물은 아니었다.

 

도박 문제도 오래된 그림자다. ABC뉴스는 2015년 법원 문건에서 미켈슨의 돈으로 알려진 275만 달러가 불법 스포츠 도박 운영과 관련된 중개인을 통해 세탁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미켈슨은 법원 문건에 이름이 적시되지 않았고 기소되거나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2023년에는 유명 도박사 빌리 월터스의 책을 통해 미켈슨이 30년간 10억 달러 이상을 베팅했고 약 1억 달러 손실을 봤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켈슨은 라이더컵 베팅 의혹에 대해 “라이더컵에 베팅한 적 없다”고 반박했고, 도박 중독에 대해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2022년 LIV 골프를 둘러싼 발언은 미켈슨의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바꿨다. ABC뉴스는 미켈슨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신생 리그와 관련한 발언으로 사과했고, KPMG가 후원을 종료했다고 보도했다.당시 AP통신 또한 미켈슨이 PGA 투어를 “불쾌할 정도의 탐욕적(obnoxious greed)”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인권 문제와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언급하면서도 PGA 투어를 재편할 기회라고 말하며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그리고 2026년, 더 팜스 골프클럽 의혹이 더해졌다. 이 사건은 단독으로도 중대하지만, 미켈슨의 최근 행보 전체 위에서 보면 더 큰 맥락을 갖는다. 그는 가족 건강 문제로 2026년 LIV 골프 초반 대회들을 대부분 건너뛰었고,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에서도 빠졌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미켈슨이 가족의 개인 건강 문제로 PGA 챔피언십에서 기권했다고 전했다.

 

필 미켈슨의 빛과 그림자: 빛이 밝을수록 어둠은 짙다

미켈슨이 2022년 PGA 투어에서 LIV 골프로 이동했을 때, 그는 단순한 선수 이상의 상징이었다. 사우디 자본이 투입된 신생 리그가 전통의 PGA 투어 질서를 흔드는 데 미켈슨은 가장 큰 얼굴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26년 LIV 자체도 불확실성에 놓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 공공투자펀드 PIF는 2026시즌 종료 후 LIV 골프 투자가 더 이상 현재 투자 전략과 맞지 않는다고 밝혔고, LIV는 새 장기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며칠 뒤 로이터는 LIV 골프 CEO 스콧 오닐이 PIF의 2026시즌 잔여 자금 지원을 “말 그대로 믿고 있다”고 하면서도, 남은 일정 보장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켈슨 개인의 복귀 시점뿐 아니라 그가 몸담은 리그의 미래까지 동시에 흔들리는 셈이다.

 

한때, 필 미켈슨은 골프가 사랑한 가장 인간적인 슈퍼스타였다. 대담한 승부사였고, 때로는 무모한 도전자였다. 그래서 팬들은 그를 ‘레프티’라 불렀고, 그의 실패마저 흥미로운 이야기로 다뤘다. 하지만 지금 필 미켈슨의 향한 대중들의 관심은 그가 대체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한때 그랜드슬래머를 노리고, PGA 투어에 보기 드문 ‘왼손’ 골퍼로서 수많은 족적을 남긴 미켈슨. 그의 이런 몰락은 향후 골프사에서 반면교사로 회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