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스포츠가 바뀐다’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새로운 흐름과 생활 속 변화를 조명하는 연재입니다. <편집자주>
처음 만난 다섯 사람이 같은 색 조끼를 나눠 입는다. 경기 시작 1분 전까지 이름도 모르던 사람들이 종료 휘슬이 울릴 무렵에는 서로를 격려하는 동료가 된다.
서로의 이름조차 제대로 모른 채 경기장에 들어서지만 공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긴 설명은 필요 없다. 패스를 주고받고, 빈 공간을 메우며, 득점이 터지면 자연스럽게 손바닥을 마주친다. 팀이 없어서 축구를 못 하던 시대와는 다른 풍경이다.
풋살의 성장에는 축구의 높은 인기도 작용하지만, 더 큰 변화는 참여 방식에서 나타난다. 회사나 학교, 지인 중심으로 인원을 모아야 했던 종목이 이제는 개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고르고 낯선 참가자들과도 경기를 즐기는 생활체육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20일 막을 내린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스페인이 아르헨티나를 연장전 끝에 1대 0으로 꺾고 정상에 오르며 한 달 넘게 이어진 축구 축제를 마무리했다. 세계 최고의 무대를 향한 관심이 곧바로 국내 풋살 참여 증가로 연결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대회가 다시 불러낸 축구 열기와, 이미 생활 속에 자리를 넓혀온 풋살의 흐름이 같은 시기에 맞물린 것은 분명하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일상으로 스며든 참여형 스포츠 열풍’ 보고서는 축구와 풋살을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참여 기반을 갖춘 생활체육 종목으로 꼽았다. 동호회와 직장, 학교,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참여가 이어지는 가운데 예약과 개인 매칭을 돕는 플랫폼이 경기 참여의 번거로움을 덜어냈다는 분석이다.
팀을 구하던 운동에서 경기를 고르는 운동으로

과거 풋살을 하려면 먼저 사람부터 모아야 했다.
경기장 예약보다 어려운 일은 정해진 시간에 뛸 인원을 채우는 것이었다. 한두 명이 빠지면 일정을 미루거나 경기를 취소해야 했고, 팀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참여할 기회조차 많지 않았다.
예약 플랫폼의 등장은 이 순서를 바꿨다. 참가자는 팀을 꾸린 뒤 경기장을 찾는 대신, 먼저 시간과 장소를 고른 뒤 이미 마련된 경기에 합류한다. 개인 신청자를 한 경기에 연결하고 조끼와 공, 경기 진행까지 제공하는 방식이 확산하면서 ‘팀이 없어서 못 한다’는 장벽도 낮아졌다.
여기에 풋살 특유의 조건이 힘을 보탰다. 정식 축구보다 적은 인원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고 경기장 규모도 작다. 한 경기의 시간도 비교적 짧아 퇴근 이후나 주말 일정 사이에 끼워 넣기 쉽다. 넓은 잔디구장과 22명의 선수를 모두 확보하지 않아도 축구의 속도와 경쟁, 골의 재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다.
그 결과 풋살장은 친목단체의 전용 공간에서 벗어나고 있다. 정기팀과 개인 참가자가 같은 경기장에 모이고, 초보자와 경험자가 수준에 맞는 경기를 찾아 뛰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참여 방식이 유연해지자 직장인과 2030세대의 생활시간 안으로 풋살이 들어올 여지도 커졌다.
짧은 경기 안에서 빠르게 가까워진다
러닝크루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관계를 쌓는다면 풋살은 같은 편이 되는 순간 거리를 좁힌다.
낯선 참가자라도 패스를 한 번 주고받으면 동료가 된다. 수비가 빈자리를 채우고 실수를 격려하는 과정에서 말보다 빠른 호흡이 생긴다. 경기 전에는 이름을 몰랐던 사람들이 종료 휘슬 뒤 다음 경기를 함께 잡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풋살의 매력을 사람을 만나는 기능에만 가둘 수는 없다. 좁은 공간에서 공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모든 참가자가 공격과 수비에 반복해서 관여한다. 공을 만질 기회가 많고 득점 장면도 자주 나온다. 긴 경기시간과 넓은 운동장이 부담스러운 입문자에게 풋살이 비교적 손쉬운 선택지가 되는 배경이다.
이처럼 풋살은 축구를 축소한 운동에 그치지 않는다. 큰 경기장에서 관람하던 축구의 속도와 전술, 경쟁의 재미를 생활시간에 맞게 다시 설계한 종목에 가깝다. 누구와 팀을 꾸릴 것인가보다 언제, 어디서, 어느 수준의 경기에 참여할 것인가가 중요해지면서 생활체육의 문법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팬덤은 경기장 밖에서 또 다른 시장을 만든다
축구의 강점은 거대한 팬덤이다.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축구는 글로벌 스포츠 스폰서십 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협업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대표팀과 프로구단을 응원하는 문화가 유니폼과 축구화, 굿즈 소비를 이끌어왔다면, 풋살은 여기에 직접 참여하는 경험을 보탠다.
실제로 생활체육 참가자는 경기장 이용료와 장비 구매에 머물지 않는다. 개인 레슨을 받고, 동호회 유니폼을 맞추며, 지역대회와 아마추어 리그에 참가한다. 플랫폼은 경기 예약과 개인 매칭을 넘어 기록 관리와 커뮤니티 운영, 브랜드 행사까지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관람과 참여가 서로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과 프로축구가 축구를 향한 관심을 키운다면, 풋살장은 그 관심을 몸으로 경험할 통로를 제공한다. 화면 속 장면을 따라 해보고 싶었던 팬에게 가까운 경기장과 한 자리의 빈 명단이 참여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결국 풋살의 성장을 이끈 것은 축구 열기만이 아니다. 인원을 모으고 장소를 잡아야 했던 불편을 덜어내고, 개인 한 명도 경기 안으로 불러들인 참여 방식의 변화가 더 큰 힘이었다.
월드컵은 막을 내렸지만 동네 풋살장의 경기표는 다음 주에도 이어진다. 관중석에서 시작된 축구의 재미가 생활체육으로 옮겨가는 길목에서, 풋살은 팀이 없는 사람에게도 한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 다음 편에서는 파크골프와 피클볼의 부상을 다룹니다. 익숙한 종목의 틈을 파고들며 세대와 가족의 참여 폭을 넓히는 신흥 생활체육의 성장 배경을 살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