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그건 옛 얘기다. 요즘 같은 세상에선 10년이면 강산이 몇 번 바뀔 지도 모른다. 그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10년이란 시간에 수많은 선수가 나타나고 사라진다. 영광의 순간을 뒤로한 채 잊혀져가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승리의 축배가 독배가 되어 긴 슬럼프의 늪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신지은(제니 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가 2016년 5월 LPGA 투어에서 첫 승을 거두고 다시 우승을 하기까지 10년 2개월이 넘게(3,737일) 걸렸다.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다. 그 긴 시간을 그는 침묵과 인내로 버텨왔다.
그랬던 그가 마침내 두 번째 정상에 섰다. 26일 영국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의 던도널드 링크스에서 열린 ‘ISPS 한다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것이다.
그가 우승을 확정짓는 퍼트를 끝내고 캐디와 가벼운 포옹을 하고 나자 동료 선수들이 그에게 달려와 우승을 축하하는 물 세례와 와인 세례를 퍼붓었다. 그 순간 그는 웃다가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그때 누군가 그에게 다가와 그를 끌어안으며 “실컷 울어라”고 소리쳤다. 중년의 남자였다. TV 중계를 지켜보던 기자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오랜 시간 그가 마주했을 지독한 고독과 설움, 그리고 마음고생을 감히 짐작하기 어려웠다.
신지은은 2011년부터 LPGA 투어에서 활동하며 탄탄한 기본기와 정교한 샷을 바탕으로 세계 정상급 무대에 연착륙했다. 그러나 두 번째 우승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미끄러지기를 수차례, 그동안 수많은 라이징 스타 등장을 바라보며 느꼈을 중압감과 조급함은 감히 가늠하기 어렵다. 누구나 수년 동안 우승 소식이 없으면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고 멘탈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지은의 무기는 ‘변함없는 꾸준함’이었다. 우승컵을 들지 못했던 10년 남짓의 기간 에도 그는 투어 무대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큰 기복 없이 컷을 통과하고, 리더보드 상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기회를 엿보았다. 화려한 스타성에 주목하는 스포츠계에서 그의 묵직한 행보는 자칫 눈에 띄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의 루틴을 믿고 매일 타석에 들어선 그의 ‘절제된 뚝심’은 최고의 결실로 돌아왔다.
이번 2승 달성은 최근 루키들의 강세와 한층 치열해진 LPGA 무대에서 베테랑이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각별하다. 폭발적인 장타와 패기를 앞세운 신예들 사이에서, 신지은은 노련한 경기 운영과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오랜 시간 벼려온 정교한 코스 매니지먼트로 승기를 잡았다. 세월의 흐름에 타협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윙을 가다듬고 체력을 관리해 온 프로페셔널리즘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신지은의 두 번째 우승은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 번의 성공 이후 찾아온 기나긴 침체기,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조급함, 그리고 노력해도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는 답답함은 비단 스포츠 선수만의 고민이 아니다. 신지은은 10년이라는 인내를 통해, 진짜 실력은 단기간의 반짝임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
10년 2개월 만에 올려다본 LPGA 정상의 풍경은 아마 첫 우승 때보다 훨씬 아름답고 뭉클했을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한 신지은. 그의 두 번째 승리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그가 써 내려갈 더욱 빛나는 골프 인생의 2막을 기대한다.
김대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