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산수유꽃을 보러 왔다가 화엄사 홍매화를 만나고, 섬진강 벚꽃길까지 걸었다. 구례의 봄축제가 날짜와 장소를 달리해 이어지면서 관광객의 체류를 이끌었다. 그 결과 구례군의 3월 인구는 주민등록인구의 15.8배까지 불어났다.
행정안전부와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에 따르면 구례군은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개 시·군 가운데 3월 등록인구 대비 체류인구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24년 이후 3년 연속 3월 전국 1위다.
축제의 효과는 방문객 증가에 머물지만 않았다. 사진 애호가와 상춘객이 구례 곳곳을 오가면서 숙박업소와 음식점, 전통시장 이용도 늘었다. 봄꽃을 따라 길어진 체류가 지역 소비로 이어진 것이다.
과제는 봄 한철의 높은 생활인구를 다른 계절까지 이어가고, 방문객 일부를 실제 거주인구로 연결하는 일이다. 구례군이 여름철 관광지 정비와 농산물 가공, 귀농·귀촌 정책을 함께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 봄꽃 진 자리에는 계곡 관광
봄축제가 막을 내린 뒤 관광의 무대는 산간 계곡과 하천으로 옮겨간다. 구례군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주요 하천과 계곡에 설치된 불법 점용시설물을 정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8월 한 달을 ‘하천·계곡 불법행위 특별 단속기간’으로 지정하면서 군도 주중과 주말에 단속반을 운영한다. 하천 내 불법 시설물뿐 아니라 주변 무허가 건축물과 무신고 음식점 영업, 불법 상행위도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정비는 시설물 철거에 그치지 않는다. 군은 안전울타리를 설치하고 쌓인 토사를 걷어내 계곡 이용객의 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을 줄인다. 주민들의 자진 철거를 유도해 불법 시설물이 다시 들어서는 것도 막기로 했다.
특히 가족 단위 이용객이 찾는 여름철 계곡의 안전과 편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봄꽃으로 얻은 관광 성과를 여름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는 쾌적한 이용 환경을 갖추는 일이 먼저라는 판단이다.
◇ 블루베리와 배, ‘제철 농산물’ 꼬리표 뗀다
관광객의 체류가 지역 소비로 이어지려면 구례에서 사고 맛볼 수 있는 상품도 필요하다. 구례군이 블루베리와 배를 활용한 농축액 제조기술 개발에 나선 이유다.
군은 지난달 30일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산물 이용 농축액 제조기술 개발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와 가공센터 이용 단체 회원 등 20여 명이 참석해 블루베리·배 농축액의 표준 제조공정안을 점검했다.
용역을 맡은 지리산이야기영농조합법인은 농축액 2종의 제조 과정을 공개했다. 참석자들은 이를 활용한 요거트와 배 에이드를 맛보며 당도와 활용성, 상품화 가능성을 살폈다.
개발의 초점은 짧은 수확기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맞춰졌다. 생과 중심으로 판매하던 농산물을 농축액으로 만들면 디저트와 음료 원료로 연중 활용할 수 있다. 농가는 출하시기에 쫓기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수 있고, 관광객이 구례에서 구매할 지역 상품도 다양해진다.
군은 용역이 끝나면 가공센터 이용자들에게 표준 제조기술을 전수한다. 이후 농가별 아이디어를 접목한 디저트와 음료 개발부터 생산·판매까지 단계별로 지원할 계획이다.
◇ 553명 증가…‘구경 온 사람’이 ‘사는 사람’ 될까
생활인구 확대가 인구감소 대응으로 이어지려면 반복 방문과 실제 정착을 끌어내야 한다. 축제 때 구례를 찾은 사람이 다시 방문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에 터를 잡을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일이 남아 있다.
구례군에 따르면 지난 6월 10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선정된 이후 7월 말까지 인구가 553명 증가했다. 군은 사업 선정 이후 나타난 인구 증가 흐름에 주목하면서 귀농·귀촌 정책과의 연계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다만 전입 증가가 지속되려면 일자리와 소득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관광지 환경 정비와 농산물 가공, 귀농·귀촌 지원을 각각의 사업에 머물게 하지 않고 정착 여건 확대로 연결해야 하는 이유다.
장길선 군수는 “생활인구 전국 1위는 군민과 함께 추진해 온 관광정책과 지역 활력 정책이 결실을 맺은 결과”라며 “사계절 관광 콘텐츠에 농어촌 기본소득과 귀농·귀촌 정책을 연계해 생활인구와 정주인구를 함께 늘려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대한민국 대표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확기가 지난 농산물을 표준화된 농축액으로 가공해 연중 활용하면 농가 소득 증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개발된 기술이 다양한 가공제품 창업과 농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