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4.2℃
  • 흐림강릉 25.0℃
  • 흐림서울 29.3℃
  • 소나기대전 26.4℃
  • 흐림대구 32.0℃
  • 흐림울산 30.2℃
  • 흐림광주 29.5℃
  • 구름많음부산 32.6℃
  • 흐림고창 30.0℃
  • 흐림제주 28.6℃
  • 흐림강화 24.9℃
  • 흐림보은 25.8℃
  • 흐림금산 26.4℃
  • 흐림강진군 28.9℃
  • 흐림경주시 29.9℃
  • 흐림거제 30.8℃
기상청 제공

[투어 가이드] 고흥, 바다가 오늘을 지키고 우주가 내일을 열다

230개의 섬이 이어온 삶, 우주와 바다가 함께 성장하는 도시
계절마다 이야기가 다른 바다와 섬, 머물수록 깊어지는 여행
바람 따라 걷고 별을 바라보며 우주와 내일을 만나는 고흥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우리나라에는 바다를 품은 도시가 많다. 아름다운 산을 가진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지켜오면서 그 바다 위에 우주라는 미래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도시는 흔치 않다. 바다는 오늘의 삶을 지키고, 우주는 내일의 산업을 준비한다. 자연과 문화,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하나의 성장축으로 이어지는 곳. 그곳이 오늘의 고흥이다.

 

 

바다가 도시를 키웠고

사람은 그 바다를 지켜왔다

 

지도를 펼치면 고흥은 남해를 향해 길게 뻗은 해양반도다. 746㎞가 넘는 해안선과 230개의 크고 작은 섬은 도시의 지형을 만들었고, 그 가운데 23개 유인도에서는 지금도 삶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다.

 

새벽이면 녹동항에는 밤바다를 누빈 어선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경매장의 분주한 손길은 누구보다 먼저 하루를 깨운다. 계절이 바뀌면 들녘에서는 유자가 노랗게 익어가고, 산자락에는 취나물이 얼굴을 내민다. 바다와 들, 숲이 서로 다른 계절을 품으며 하나의 도시를 완성한다.

 

고흥에서는 자연을 바라보기만 하지 않는다. 바다는 산업이 되고, 들녘은 경제가 되며, 숲은 또 다른 가능성을 키운다. 유자는 전국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취나물과 김은 전국 1위 생산지로 꼽힌다. 미역과 조생양파, 마늘도 전국 상위권을 유지한다. 유자와 석류, 한우, 김, 미역, 다시마, 굴 등 8개 품목은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되며 고흥이라는 이름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

 

 

여행의 끝은 풍경이 아니라

한 끼의 미식이 완성한다

 

도시는 눈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아름다운 풍경은 사진으로 남지만, 그 도시를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결국 식탁 위에 오른 한 끼다.

 

새벽을 연 녹동항은 저녁이면 미식의 무대로 다시 살아난다. 갓 잡아 올린 삼치회와 장어, 계절마다 다른 자연산 활어는 항구의 시간을 식탁으로 옮겨 놓는다. 겨울이면 굴과 매생이, 미역과 김이 바다의 계절을 알리고, 낙지와 서대는 서남해 특유의 풍미를 더한다.

 

들녘에서는 유자가 차와 청, 빵과 한정식으로 다시 태어나고, 석류와 한우는 고흥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녹동전통시장과 고흥전통시장에는 수산물과 농산물이 한데 어우러지고, 상인들의 정겨운 사투리가 오간다. 고흥의 음식은 바다와 들, 사람의 시간이 함께 빚어낸 또 하나의 여행이다.

 

 

바다 위에 우주가 내려앉자

도시의 방향도 달라졌다

 

고흥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는 바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선을 하늘로 올리면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로우주센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기지다.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힘차게 솟아오를 때마다 고흥은 남해안의 작은 군을 넘어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출발점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우주발사체 산업클러스터와 미래비행체 산업 허브, 스마트팜 혁신밸리 등이 추진되면서 고흥은 발사장을 가진 도시에서 우주산업을 키우는 도시로 성장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우주산업은 농수산업을 대신하는 산업이 아니다. 바다가 지켜온 경제 위에 미래산업이 새로운 가능성을 더하는 구조다. 전통을 버리는 발전이 아니라 전통 위에 미래를 쌓아 올리는 성장 전략, 그것이 고흥이 선택한 방향이다.

 

 

권역마다 다른 풍경

여행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흥을 한 번 다녀왔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권역이 바뀔 때마다 도시의 표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녹동·거금권에서는 항구의 활기와 소록도의 역사, 거금생태숲과 연홍도의 예술이 서로 다른 감동을 전한다. 팔영산권에서는 여덟 봉우리와 능가사, 편백치유의숲이 자연이 주는 쉼을 선사한다. 우주발사전망대와 미르마루길에서는 남해와 다도해, 나로우주센터가 한 시선 안에 들어온다.

 

나로도권의 나로우주센터와 국립청소년우주센터는 미래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봉래산 편백숲과 쑥섬, 내나로도 해안길, 발포만호성은 자연과 역사를 함께 품고 있다. 고흥만권의 분청문화박물관과 수변노을공원, 고흥읍권의 목일신 문화예술거리와 전통시장도 또 다른 여행의 색을 더한다.

 

소록도는 한센인의 아픈 삶과 마리안느·마가렛 두 간호사의 헌신을 기억하는 공간이다. 능가사와 발포만호성, 천경자 화백과 박치기왕 김일의 이야기는 고흥의 시간을 더욱 깊게 만든다.

 

팔영산 편백숲과 쑥섬을 비롯한 정원들은 빠르게 둘러보는 여행에서 오래 머무는 여행으로 고흥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바다는 오늘을 지키고

우주는 내일을 연다

 

새해 첫날 남열해맞이행사가 희망을 열고, 봄에는 고흥우주항공축제가 도시를 우주로 연결한다. 여름밤 녹동항 드론쇼는 다도해의 밤하늘을 수놓고, 가을이면 유자축제가 도시를 향긋한 향기로 물들인다.

 

새벽이면 녹동항에는 어선들이 돌아온다. 또 다른 날에는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체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다. 하나는 오늘의 삶을 지키고, 다른 하나는 내일의 가능성을 연다.

 

바다가 키운 도시 위에 우주가 내려앉았고, 전통 위에 미래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과거를 지키기 위해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고,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 과거를 버리지도 않았다.

 

바다가 오늘을 지키고, 우주가 내일을 여는 도시. 그 이름이 바로 고흥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