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거문도에 남은 근대사의 흔적을 보존하기 위해 한국과 영국의 관계기관이 손을 맞잡았다. 도심에서는 어린이와 주민들이 전통 장을 담그며 마을공동체의 정을 나눴고, 국동항 어선에는 광복절을 앞두고 태극기가 내걸렸다.
역사문화유산을 지키고 생활 속 전통을 이어가는 여수의 움직임이 섬과 도심, 바다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다.
여수시는 지난 11일 주한영국대사관, 국가유산청,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여수 거문도 근대역사문화공간 보존 및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서영학 여수시장과 허민 국가유산청장,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 이길용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문화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네 기관은 거문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주민의 삶과 관광, 지역경제를 잇는 활용 방안을 함께 찾기로 했다.
여수시는 주민과 소통하며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지역 축제와 전시 등을 통해 문화유산 활용 범위를 넓힌다. 국가유산청은 예산과 기술 지원, 조사·연구·홍보에 협조하며 주한영국대사관은 거문도 사건과 관련한 역사·고증 자료 제공과 공공외교를 지원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관광 홍보와 예산 지원을 맡는다.
협약에 앞서 거둔 성과도 있다. 영국 정부의 협조를 받아 우리나라 최초의 테니스장과 해저통신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거문도 주민과 영국군 사이에 작성된 토지임대차 계약문서 등 새로운 고증자료를 확보했다. 여수시는 이 자료들을 거문도 근대역사문화공간 종합정비계획에 반영한다.
거문도 근대역사문화공간은 근대 가옥과 외래 문물 유입의 흔적, 어촌마을 생활사를 간직한 곳으로 2024년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다. 구 삼산면 의사당과 해저통신시설도 도서지역 지방자치제도와 근대 산업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각각 국가등록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서영학 시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거문도의 소중한 역사가 주민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키우는 힘이 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거문도에서 근대유산의 내일을 준비했다면, 광림지구에서는 오랜 먹거리 문화를 주민의 손으로 이어갔다.
여수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도시재생사업이 마무리된 광림지구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돕기 위해 ‘전통장 담그기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했다. 지난 5일과 7일 두 차례 열린 교육에는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학부모 등 주민 6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고추장과 된장, 쌈장의 제조 원리를 배운 뒤 직접 장을 담그며 전통 발효문화를 체험했다. 일회성 체험을 넘어 도시재생으로 마련한 거점시설에 주민의 활동을 채우고, 광림새뜰마을공동체협동조합의 운영 기반을 다지는 데 의미를 뒀다.
임사규 광림새뜰마을공동체협동조합 이사장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장 담그기 체험을 선보이게 돼 뜻깊다”며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고 주민들에게는 마을의 희망을 나누는 자리가 됐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광림새뜰마을공동체협동조합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거점시설에서 전통장 제조사업을 운영하며 주민 복지와 지역경제에 힘을 보태고 있다.
광복절을 사흘 앞둔 12일에는 국동항 어선들이 태극기로 단장했다.
여수시와 여수수협, 서부어촌계 관계자와 어업인 등 50여 명은 이날 국동항에서 어선 태극기 달기 행사를 열었다. 여수수협이 조업에 나서는 어업인들에게 태극기를 제작해 무상으로 제공했고, 참가자들은 선박에 직접 올라 낡은 태극기를 새것으로 바꿔 달았다.
어업인들은 태극기를 게양하며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안전 조업과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성공 개최를 기원했다.
김상문 여수수협조합장은 “어업인들이 바다 위에서 태극기를 달고 조업하는 모습에는 우리 영토와 수산자원을 지킨다는 의미가 있다”며 안전한 조업 환경과 나라사랑 문화 확산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거문도에 남은 근대사의 기록과 광림마을의 장독, 국동항 어선에 오른 태극기는 서로 다른 문화의 장면이다. 여수시는 관계기관 및 주민들과 협력해 역사문화유산 보존과 마을공동체 운영, 쾌적한 항만 환경 조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