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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제공

최신 슈퍼컴 모셔놓고 냉각기는 12년 된 고물?… 기상청의 아슬아슬한 예보

- 이헌승 의원 "기상청 슈퍼컴 6호기 초기분 냉각에 2014년 설치된 터보냉동기 재사용“
- 전산실 내부 최고 33.5℃ ‘핫스팟’ 발생… 최고-최저 온도 차 8.4℃ 달해 운영 위험 지적
- 성능 자랑보다 열 관리가 핵심… "6호기 본격 가동 전 냉각 인프라 전면 점검·교체해야"

지이코노미 정태율 기자 | 대한민국 기상예보의 핵심 자산인 국가기상슈퍼컴퓨터가 최신 기종으로 교체되고 있지만, 정작 거대한 발열을 제어할 냉각 설비는 12년 전 노후 장비를 그대로 재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전산실 내부 온도가 최고 33.5℃까지 치솟는 고온 지점(핫스팟)까지 확인되어, 장비 과열에 따른 예보 시스템 장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헌승 의원(국민의힘, 부산 진구을)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6년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에너지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청이 차세대 국가기상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냉각 계통의 약점이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6호기 초기분의 냉각을 담당할 터보냉동기 2대는 지난 2014년 12월(슈퍼컴 4호기 도입 당시)에 설치된 650RT급 노후 장비다. 현재 가동 중인 5호기를 식히는 터보냉동기 4대가 2020년 8월에 설치된 것과 비교해도 현격히 오래된 장비다.

 

기상청은 인버터 패널 등 일부 부품만 교체한 채 12년 된 냉각 설비를 차세대 슈퍼컴 가동에 그대로 사용한다는 계획이어서 '임시방편식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노후 설비 사용뿐만이 아니다. 이미 기존 전산실 내부의 냉각 불균형 수치가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진단 기관이 전산실 2홀 내 6개 지점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 가장 높은 곳은 33.5℃까지 치솟은 반면 가장 낮은 곳은 25.1℃를 기록해 동일한 공간 안에서 무려 8.4℃의 극심한 온도차가 발생했다. 특히 33.5℃의 고열이 관측된 지점은 슈퍼컴 5호기 초기분이 설치된 구역으로, 보고서는 향후 온도 불균형으로 인해 전산 장비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공식 지적했다.

 

이헌승 의원은 “기상예보의 핵심인 슈퍼컴퓨터는 연산 성능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어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라며 “인버터 패널만 갈아 끼운 12년 된 냉각설비를 쓰면서 전산실 내부 고온 지점까지 확인된 것은 심각한 안전불감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의원은 “기상청은 슈퍼컴 6호기의 본격적인 가동에 앞서 냉각 설비 전반의 안정성을 재점검하고, 노후 장비의 신규 교체 필요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슈퍼컴퓨터는 '열과의 전쟁'을 치르는 첨단 컴퓨팅의 집약체다. 수백,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세계 최고 수준의 연산장치를 도입하더라도, 이를 식혀줄 냉각 인프라가 부실하면 제 성능을 내기는커녕 과열로 인한 셧다운(마비) 위험에 노출된다.

 

12년 된 냉동기 부품 몇 개만 바꿔 최신 슈퍼컴에 붙이고, 전산실 한쪽이 33.5℃까지 끓어오르는데도 방치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자 예산 안배의 본말전도다. 기상재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엔진(슈퍼컴)뿐만 아니라 라디에이터(냉각기)의 대수술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