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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K COLUMN] 캐디피는 현금으로...과연 성역인가?

 

바야흐로 디지털 혁신이 일상화된 사회다. 편의점에서 몇백 원짜리 껌 한 통을 사도,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어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간편 결제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한민국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문을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수십 년 전 과거로 거꾸로 흐른다. 그린피와 카트비는 번듯하게 카드로 결제하면서, 라운드가 끝난 뒤 경기보조원에게 전달하는 캐디피 16만 원 안팎은 유독 ‘오직 현금’만 고집하는 기형적인 관행이 서슬 퍼렇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 관행은 좀처럼 이해하기도 어렵고, 불편하다. 골프장에 가기 전 반드시 현금을 챙겨가야 하기 때문이다. 수중에 현금이 없으면 평소 잘 가지 않던 은행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을 찾아가야 한다.

캐디피를 지불해도 영수증은 없다. 그냥 주는 것으로 끝이다. 몇천 원을 결제해도 그 증거가 남는 시대에 십수만 원이 되는 캐디피는 주고받은 흔적이 없다. 연간 수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디피 시장 전체가 단 한 장의 현금 영수증도 없이 ‘깜깜이’로 오가는 셈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금융 인프라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캐디피만 100% 현금 거래가 강요되는 이 기묘한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러한 비정상적인 관행의 근본 원인은 골프장 사업자의 책무 회피와 특수고용직 노동 구조에서 비롯된다. 골프장은 캐디를 직접 고용하지 않은 채 골프장 이용객과 캐디 간의 개인적 거래라는 핑계를 대며 정산 및 수수료 부담을 쏙 빼놓는다. 캐디들 역시 소득 노출에 따른 세금 부담이나 수수료 차감을 이유로 현금을 선호해 왔다. 결국 소비자의 편의나 투명한 거래 질서는 뒷전으로 밀린 채, 사업자의 편의주의와 자영업 성격의 특수고용 형태가 결탁하여 ‘현금 지급 문화’를 고집해 온 것이다.

 

그러나 캐디피 현금 지급 관행은 캐디 노동자 본인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다. 소득 증빙이 불명확해 금융기관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제약을 받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가 마치 공식 요금이 아닌 ‘팁(Tip)’이나 ‘수고비’처럼 다뤄지면서 전문 보조원으로서의 직업적 존엄성마저 훼손된다.

 

골프는 스포츠다. 스포츠의 기본 정신은 규칙을 준수하는 공정함과 투명성에 있다. 겉으로는 고급 대중 스포츠를 표방하면서 결제 시스템만큼은 탈세와 깜깜이 거래의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이율배반이다.

최근 앱을 이용한 간편 결제나 카드 정산 도입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 박정훈 의원(국민의힘)이 캐디피 결제수단 다양화(신용카드·계좌이체·간편결제 도입)를 통한 현금 결제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골프장 업계는 더 이상 낡은 관행 뒤로 숨지 말고 카드 및 간편 결제 의무화와 투명한 정산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골프장의 페어플레이는 오직 코스 위에서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클럽하우스 계산대 앞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김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