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6.4℃
  • 구름많음강릉 24.1℃
  • 맑음서울 27.3℃
  • 맑음대전 27.4℃
  • 구름많음대구 26.9℃
  • 맑음울산 26.0℃
  • 맑음광주 29.1℃
  • 맑음부산 28.7℃
  • 맑음고창 27.4℃
  • 구름많음제주 26.6℃
  • 맑음강화 25.3℃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5℃
  • 맑음강진군 29.0℃
  • 맑음경주시 25.3℃
  • 구름많음거제 26.9℃
기상청 제공

[뉴스룸 시선] ‘별 셋’ 김도균이 강원랜드로 간 까닭…폐광도시의 운명 바꿀 수 있을까

군복 벗고 강원랜드 지휘봉 잡은 전 수도방위사령관
2년8개월 CEO 공백 끝내고 K-HIT 프로젝트 본격화
카지노 넘어 사계절 체류형 복합리조트로 체질 전환
이재명 정부 ‘특별한 희생, 특별한 보상’ 기조와 맞닿아
관광객 넘어 소비·일자리 머무는 지역경제 만들어야

군복을 입고 40년 가까이 국가안보의 현장을 지켰던 장군이 카지노와 호텔, 관광산업을 책임지는 공기업의 지휘봉을 잡았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김도균 강원랜드 신임 대표이사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이번 인사를 단순히 ‘군 출신 CEO의 변신’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김 대표는 육군사관학교 44기로 임관해 국방부 북한정책과장과 대북정책관,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을 거쳐 수도방위사령관을 지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도 참여했다. 그의 군 경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지휘만이 아니다. 이해가 충돌하는 상대와 협상하고 여러 조직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자리를 거쳤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가 이제 마주한 강원랜드 역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조직이다. 카지노 규제와 대규모 투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폐광지역 주민과 노동조합은 물론 관광산업 육성과 도박중독이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동시에 풀어야 한다. 기업 경영과 관광·카지노 산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김 대표가 넘어야 할 분명한 과제지만, 강원랜드가 처한 현실을 고려하면 협상과 조정 능력 역시 CEO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이다.

 

더욱이 강원랜드는 오랫동안 선장이 없었다. 이삼걸 전 대표 퇴임 이후 약 2년8개월 동안 최고경영자 공백이 이어졌다. 글로벌 복합리조트 전환이라는 대형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을 맡을 CEO가 부재했던 셈이다.

 

그 사이 강원랜드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했다. 카지노에 의존해 온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K-HIT 프로젝트가 추진됐고 투자 규모와 사업 구상도 커졌다. 이제 강원랜드가 풀어야 할 문제는 카지노 시설을 얼마나 확장할 것인가가 아니다. 사람들이 왜 정선과 태백을 찾아오고, 무엇 때문에 하루 더 머물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김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글로벌 공공형 복합리조트’를 꺼내든 배경도 여기에 있다.

 

◇카지노에서 ‘머무는 관광’으로

 

강원랜드의 복합리조트 전략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호텔과 관광시설 몇 곳을 추가하는 것으로 변화를 포장하는 일이다. 복합리조트로의 전환은 시설의 숫자가 아니라 수익구조와 관광객의 소비 방식이 달라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K-HIT 프로젝트의 핵심도 결국 비카지노 부문의 경쟁력을 얼마나 키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강원랜드는 계절적 한계를 넘어 사계절 체류형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로 전환하고,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한 복합 관광벨트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카지노는 관광객을 강원랜드까지 끌어들일 수 있지만 카지노만으로 폐광지역 전체를 살릴 수는 없다. 관광객이 카지노에서 돈을 쓰고 곧바로 지역을 빠져나간다면 강원랜드의 실적이 좋아져도 주변 상권이 체감하는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선에 온 관광객이 태백으로 이동하고, 하루 더 숙박하며 지역 음식점과 전통시장, 관광시설에서 지갑을 열도록 해야 한다. 관광객의 동선을 강원랜드 내부에서 폐광지역 전체로 넓혀야 한다는 얘기다. 강원랜드의 매출 증가가 지역의 소득과 고용 증가로 이어질 때 비로소 복합리조트 전환의 경제적 의미도 완성된다.

 

따라서 성공의 기준 역시 방문객 숫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체류시간과 비카지노 매출, 지역 관광소비, 고용과 청년 정착까지 함께 봐야 한다.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

 

김 대표가 취임식에 앞서 첫 공식 일정으로 태백 순직산업전사 위령탑을 찾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의례적인 참배로 볼 수도 있지만 강원랜드가 탄생한 배경을 생각하면 그 의미는 가볍지 않다.

 

강원랜드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관광기업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위해 석탄을 캐던 광부들이 있었고,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삶의 기반을 잃은 지역이 있었다. 그 지역의 경제회생을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 강원랜드다. 태생부터 지역과 운명을 함께해야 하는 공기업이라는 뜻이다.

 

김 대표가 취임사에서 언급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균형성장의 방향을 폐광지역에 대입하면 강원랜드는 그 정책을 현장에서 시험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중요한 것은 ‘보상’의 방식이다. 과거 산업화를 위해 희생했던 지역에 지원금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들기 어렵다. 관광과 문화, 서비스산업을 키우고 지역기업을 육성하면서 청년들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원에서 산업으로, 보상에서 성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야 한다.

 

그 중심에 강원랜드가 설 수 있다. K-HIT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가 지역기업의 참여와 고용 확대로 이어지고, 강원랜드를 찾은 관광객의 소비가 주변 도시로 퍼진다면 복합리조트 사업은 하나의 기업 투자사업을 넘어 폐광지역 경제구조를 바꾸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카지노를 키우되 카지노에 갇혀서는 안 된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강원랜드가 성장하려면 카지노 경쟁력을 외면할 수 없지만 공기업이 카지노 매출 확대만을 성장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 수익성과 공공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 강원랜드의 숙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원랜드의 복합리조트 전환 과정에서 사업성과 함께 도박중독 등 사회적 영향을 살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김 대표가 AI 기반 중독예방 시스템 고도화를 주요 경영과제에 포함시킨 것도 그래서 의미가 있다.

 

결국 강원랜드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돈을 쓰는 카지노’가 아니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면서 사회적 비용은 줄이고, 카지노에서 발생한 수익과 관광수요가 다시 지역의 관광산업과 일자리로 흘러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강원랜드가 내세운 ‘공공형 복합리조트’가 민간 복합리조트와 달라야 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장군의 리더십, 이제 경영 성적으로 증명할 때

 

김 대표는 취임식에서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을 말했다. 위와 아래가 같은 목표를 가지면 승리한다는 의미다. 군인 출신 CEO다운 표현이지만 강원랜드에서 필요한 리더십은 명령과 지휘보다 경청과 조정에 가까울 것이다.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와 규제 개선을 협의해야 한다. 노동조합과 조직의 방향을 공유하는 동시에 관광·레저 전문가에게는 과감하게 권한을 맡길 필요가 있다. 취임식에서 김 대표와 임우혁 강원랜드 노동조합 위원장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을 내놓은 것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다.

 

그러나 취임사의 언어는 어디까지나 약속이다. 김 대표가 제시한 K-HIT의 실행력, 비카지노 매출 확대, 관광객 체류시간 증가, 지역기업 참여와 일자리 창출이 실제 숫자로 나타나야 비로소 경영 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강원랜드에도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세계 복합리조트 시장은 카지노 하나만으로 관광객을 붙잡는 경쟁에서 이미 벗어나고 있다. 공연과 음식, 쇼핑과 휴양, 자연과 문화가 하나의 목적지가 돼야 사람들이 찾아오고 머문다. 강원랜드가 이 경쟁에 올라탈지, 여전히 ‘산속 카지노’라는 오래된 이미지에 머물지는 앞으로 몇 년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김도균이라는 새 선장은 이제 막 키를 잡았다. 그가 성공한다면 변화는 강원랜드 하나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정선과 태백, 영월과 삼척을 비롯한 석탄산업전환지역이 카지노 주변 도시를 넘어 하나의 관광경제권으로 연결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강원랜드의 복합리조트 전환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균형성장이 현장에서 어떻게 산업과 일자리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반대로 막대한 투자가 강원랜드 담장 안에 머문다면 ‘지역 상생’이라는 오래된 구호를 또 한 번 반복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김도균 체제의 강원랜드를 지켜볼 이유가 있다. 별 셋을 달았던 장군이 이번에는 사람을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관광객의 흐름을 지역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 성패는 강원랜드의 실적표뿐 아니라 폐광지역의 상권과 일자리에서 먼저 확인될 것이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