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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알았는데 투자자는 몰랐다…IPARK현대산업개발 또 ‘늑장 공시’

노동자 사망 당일 노동부 보고…시장에는 사흘 뒤 알려
첫 영업일에도 공시 안 해…거래소,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2022년엔 3307억원 수주정보 언론에 먼저 제공해 제재
재발방지 교육했다지만 또 반복…두 차례 모두 제재금 800만원

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IPARK현대산업개발(대표이사 정경구)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실을 관계 당국에 보고하고도 투자자에게는 뒤늦게 알려 다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2022년 수주 정보를 공시보다 먼저 언론에 제공해 제재받은 뒤 공시 담당자 교육 등 재발방지 대책을 시행했다고 밝혔지만 4년 만에 또다시 공시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이번에는 성격도 무겁다. 회사는 노동자 사망 당일 고용노동부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지만 자본시장에는 사흘 뒤에야 공개했다. 사고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알고도 시장에 전달되는 과정이 늦어진 셈이다. 반복된 공시 위반을 두고 회사 내부의 중요정보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IPARK현대산업개발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공시위반제재금 800만원을 부과했다. 불성실공시 유형은 ‘공시불이행’으로,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확인하고도 지연 공시한 것이 문제가 됐다.

 

◇노동부는 8일 알았는데 시장은 11일에야 알았다

 

사고는 지난 7월 24일 경기 고양시 능곡5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현장에서 발생했다.

 

현장에서 비산먼지와 낙하물을 막는 시설을 설치하던 노동자가 비계 파이프에 있던 벌에 쏘여 의식을 잃었다. 노동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사고 발생 15일 만인 8월 8일 숨졌다.

 

IPARK현대산업개발이 공시한 중대재해 발생일과 고용노동부 보고일은 모두 8월 8일이다. 회사가 노동자의 사망 사실을 파악하고 당국 보고까지 당일 마쳤다는 의미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는 중대재해 발생 공시는 8월 11일 오후에야 이뤄졌다.

 

8일이 토요일이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첫 영업일인 10일에도 공시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관계 당국에는 전달된 중요 정보가 시장에는 한 영업일을 넘겨 공개된 셈이다.

 

거래소 역시 회사가 8일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8월 12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고, IPARK현대산업개발은 같은 달 24일까지였던 이의신청 기간에 별도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중대재해 발생 정보는 단순한 현장 사고 보고에 그치지 않는다. 사망사고는 노동당국 조사와 작업중지, 형사절차는 물론 사안에 따라 행정처분이나 공사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장회사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판단에 참고해야 할 중요 정보다.

 

때문에 이번 사안의 핵심은 회사가 사망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보다, 이미 파악해 당국에 보고한 정보를 왜 투자자에게는 즉시 알리지 못했느냐에 있다.

 

◇4년 전엔 수주정보 ‘먼저’…이번엔 사망사고 ‘늦게’

 

IPARK현대산업개발의 공시 의무 위반은 처음이 아니다.

 

회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라는 사명을 사용하던 2022년 9월에도 서울 동대문구 용두1구역 6지구 공공재개발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공정공시 불이행으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됐다.

 

당시 회사는 2022년 8월 27일 시공사로 선정된 뒤 31일 관련 정보를 언론에 먼저 제공했다. 정작 투자판단과 관련한 주요경영사항 공시는 이튿날인 9월 1일 이뤄졌다. 당시 공사 예정금액은 회사 지분 기준 3307억원이었다.

 

공정공시는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 상대방에게 먼저 제공하지 말고 시장 참여자에게 동시에 알리도록 하는 제도다.

 

2022년에는 수주라는 호재성 정보가 시장보다 언론에 먼저 전달됐고, 이번에는 노동자 사망이라는 중대재해 정보가 관계 당국에 보고된 뒤에도 시장에는 뒤늦게 전달됐다.

 

정보의 성격과 방향은 정반대지만 공통점은 있다. 회사 내부에서 이미 인지한 중요 정보가 적시에 시장 전체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발방지 교육했다는데…4년 만에 같은 ‘공시 위반’

 

문제는 첫 번째 제재 이후 회사가 이미 재발방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IPARK현대산업개발 측은 2022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이후 공시 담당자 교육과 사내 정기 공지 등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4년 만에 다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서 당시 대책이 실제 회사의 정보 전달 시스템에 얼마나 뿌리내렸는지를 되묻게 됐다.

 

회사 측은 이번 공시 지연에 대해 안전관리부서의 공시규정 착오가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후속 대책으로는 “유관부서에 대한 공시규정 재안내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시 대상이 되는 중요 정보는 공시 담당 부서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중대재해는 현장과 안전관리 부서에서, 대형 수주는 사업부서에서 처음 인지된다. 이들 정보가 공시 담당 부서로 즉시 전달되지 않는다면 담당자 교육만으로는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건설회사는 여러 현장이 동시에 가동되는 사업 특성상 중대재해와 계약 변경, 대형 수주 등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가 곳곳에서 발생한다. 현장과 본사, 사업·안전부서와 공시부서를 연결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다.

 

◇두 번 걸렸는데 두 번 모두 ‘800만원’…제재 실효성도 물음표

 

거래소 제재의 실효성도 짚어볼 대목이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2022년과 이번 공시 위반에서 모두 부과벌점 0점, 공시위반제재금 8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벌점이 부과되지 않으면서 과거 위반 전력이 이번 제재의 누적 벌점으로 연결되지도 않았다. 실제 지난달 12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 당시 회사의 최근 1년간 부과누계벌점은 0점이었다.

 

결과적으로 4년 사이 두 차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지만 각각 800만원의 제재금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물론 공시 위반의 경중과 거래소 규정에 따라 벌점과 제재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투자자에게 적시에 정보를 제공해야 할 상장사가 같은 유형의 공시 의무 위반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현행 제재가 충분한 경각심을 주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올해 3월 기존 HDC현대산업개발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바꾸고 정경구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회사는 공식 경영방침에서 ‘투명한 경영’과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공시는 상장사가 시장과 맺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2022년에는 시장보다 먼저 나간 정보가 문제가 됐고, 이번에는 시장에 늦게 도착한 정보가 문제가 됐다.

 

한 번의 실수라면 규정을 다시 안내하는 것으로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과 재발방지 조치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규정 재안내’가 아니라 중요 정보가 발생하는 순간 공시까지 연결되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