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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취재기자 패싱한 구리시 대변인…발행인에 “너무 과하게 하지 말라 해달라”

공무원 시민응대 논란 보도 하루 만에 발행인에게 직접 전화
“사과했는데 기자가 더 요구”…알고 보니 보도 후 공식 취재질의
“너무 과하게 하지 말라고 해달라” 두 차례 요청…취재 우회 압박 논란
대변인 독자 판단인가, 윗선 보고·지시 있었나…의사결정 과정도 의문
신동화 시장 몰랐다면 관리 문제, 알았다면 어떤 판단했는지 설명해야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구리시 소속 공무원의 부적절한 시민 응대 논란이 이번에는 구리시 대변인실의 언론 대응 문제로 번졌다. 해당 사건을 보도한 본지 기자에게 사실관계를 설명하거나 반론을 제기하는 대신 구리시 대변인이 언론사 발행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기자가 과도한 요구를 많이 한다”고 말하고, 해당 기자에게 “너무 과하게 하지 말라고 얘기해 달라”고 두 차례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변인이 ‘과도한 요구’라고 설명한 것은 금품이나 편의, 사적인 요구가 아니었다. 전날 본지가 보도한 「 “공무원이 종입니까?”…구리시 공무원 시민 응대 논란, 공직기강 도마」기사와 관련해 구리시의 공식 입장과 사실관계 확인 여부, 사후조치 및 공직기강 관리 등을 묻는 취재 질의였다. 질문의 수가 많다고 판단했다면 답변 범위나 시간을 협의하면 될 일이지만, 대변인은 취재기자가 아닌 발행인을 먼저 찾아 기자의 취재가 ‘과도하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자제를 요청했다.

 

행정기관은 언론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하면 반론하거나 정정을 요구할 수 있고, 질의가 지나치게 많다면 답변 가능한 범위를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과 행정기관 사이의 공식적인 소통을 담당하는 대변인이 정작 해당 기자와 직접 소통하지 않은 채 언론사 경영진을 통해 취재 강도를 낮춰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더욱이 이 같은 연락이 대변인의 독자적인 판단이었는지, 구리시 내부의 보고나 협의를 거쳐 이뤄진 것인지도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 “기자가 과도한 요구”…소속·직책은 한참 뒤에 밝혔다

 

9일 오후 4시께 본지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강영자 지이코노미 발행인을 찾았고, 자신을 이도환이라고 소개한 뒤 “경기도 모 지자체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만 밝혔다. 이어 통화 목적을 설명하면서 “지이코노미의 기자분이 좀 과도한 요구를 많이 해서”라고 말했다.

 

강 발행인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묻자 이 대변인은 본지 기자를 지목했다. 이후 강 발행인이 “혹시 구리시 쪽에서 근무하시는 분 아니세요?”라고 묻자 구리시 근무 사실을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직책은 바로 밝히지 않았다. 통화를 시작한 지 약 3분40초가 지나 발행인이 다시 직책을 확인하고 나서야 “저는 구리시 대변인으로 있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전화 예절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당시 통화의 목적이 가볍지 않았다. 언론사 발행인에게 특정 기자의 취재 활동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려는 전화였다면 자신이 어느 기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연락했는지를 먼저 명확히 밝히는 것이 정상적인 소통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그 당사자가 구리시와 언론 사이의 공식적인 소통을 담당하는 대변인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통화 방식이 적절했는지도 짚어볼 대목이다.

 

◇ “사과했는데 더 많은 것 요구”…그 ‘요구’는 취재 질의였다

 

통화가 이어지자 이 대변인은 발행인에게 “우리 직원이 좀 무례하게 아마 이분을 대한 것 같다”며 “그래서 사과의 뜻을 표했는데 본지 기자가 그 외에 더 많은 것들을 자꾸 요구해서”라고 말했다. 이 설명만 놓고 보면 해당 공무원의 부적절한 응대에 대해 이미 사과와 후속조치가 이뤄졌는데도 기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별도의 요구를 계속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이에 강 발행인이 “그 외에 많은 것들이 어떤 것을 요구했느냐”고 되묻자 이 대변인이 제시한 것은 보도 이후 구리시의 공식 입장과 공직기강 관리, 사실관계 확인 및 사후조치 등을 묻는 취재 질의서였다. 이 대변인은 질문 개수를 직접 세어본 뒤 “거의 마흔 개 가까운 질문지를 보내서 거기에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문이 40개에 육박한다면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많다고 느낄 수 있고, 답변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중복되는 질의가 있다면 정리를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취재 질의의 개수가 많다는 것과 기자가 취재 목적을 벗어난 부당한 요구를 했다는 것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구리시의 공식 입장과 사후조치를 묻는 질의를 두고 발행인에게 ‘더 많은 것들을 자꾸 요구한다’고 설명했다면 무엇이 과도하고 부당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어야 하지만, 이날 통화에서는 그런 설명이 확인되지 않았다.

 

◇ 구리시는 “사과했다”…본지 기자는 “사과받은 사실 없다”

 

 

통화에서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야 할 대목도 나왔다. 이 대변인은 “제가 알기로는 본지 기자께 사과도 하고 그 담당 공무원을 교육해서 차후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하고 있는데”라며, 본지 기자가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취지로 추가 질의를 하고 있다고 발행인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본지 기자가 밝힌 사실관계와는 차이가 있다. 본지 기자는 현장에서 해당 공무원으로부터 사과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선 보도에서 다룬 것처럼 당시 현장에서는 공무원의 시민 응대 태도를 둘러싼 실랑이가 이어졌고, 이후에도 당사자인 해당 공무원이 본지 기자에게 직접 사과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 기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 대변인이 언급한 ‘사과’가 누가,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해당 공무원이 내부적으로 사과 의사를 밝혔다는 의미인지, 시청 관계자가 대신 유감을 전달했다는 의미인지, 실제 본지 기자에게 직접 사과가 이뤄졌다는 의미인지에 따라 사실관계는 달라진다.

 

더욱이 대변인이 언론사 발행인에게 기자의 취재가 과도하다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하려 했다면, 그 전제가 되는 ‘이미 사과했다’는 사실부터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순서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설명해야 할 대변인이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전제로 기자의 후속 취재를 문제 삼았다면 이는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다.

 

◇ 발행인에게 두 차례 “본지 기자 너무 과하게 하지 말라고…”

 

통화에서 가장 논란이 될 만한 대목은 이 대변인이 발행인에게 본지 기자의 취재를 자제시켜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반복했다는 점이다. 이 대변인은 “우리 발행인께서도 본지 기자에게 너무 과하게 하지 말아 달라고 좀 얘기해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통화 말미에도 “우리 발행인님께서도 좀 너무 과도하게 하지 말라고 얘기 좀 해 주세요”라고 재차 요청했다.

 

대변인이 본지 기자에게 질의를 줄여달라고 요청한 것이 아니라 언론사 발행인에게 기자의 취재를 자제시켜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고충 전달로만 볼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기사 내용이 잘못됐다면 기자에게 반론을 제기하고, 질의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면 무엇이 과도한지 설명한 뒤 답변 범위를 협의하는 것이 통상적인 언론 대응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대변인이 그 과정을 건너뛰고 언론사 경영진에게 연락했다는 점은 민감한 대목이다. 이 대변인이 단순히 어려움을 전달하려는 의도였는지, 아니면 발행인을 통해 본지 기자의 후속 취재 강도를 낮추려는 의도였는지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다만 의도와 별개로 언론사 내부의 지휘관계를 통해 취재기자에게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방식을 대변인이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 언론과 소통해야 할 대변인이 정작 기자를 건너뛰었다

 

이번 사안을 무겁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화를 건 사람이 일반 공무원이 아니라 구리시 대변인이기 때문이다. 대변인은 행정기관과 언론 사이에 이견이 발생했을 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시의 입장을 설명하며, 잘못된 보도에는 반론하고 취재진의 질문을 담당 부서와 연결하는 공식적인 소통 창구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순서가 뒤집혔다. 공무원의 시민 응대 문제가 보도되자 본지 기자는 구리시의 입장과 사후조치를 묻는 질의서를 보냈고, 대변인은 이에 대한 답변이나 협의보다 먼저 언론사 발행인에게 연락해 기자가 ‘과도한 요구’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기자에게 “너무 과하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까지 두 차례 했다.

 

공직사회가 불편한 질문을 받는 것과 부당한 요구를 받는 것은 구별돼야 한다. 취재 질의에 답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부담스럽더라도 그것만으로 질문 자체가 부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판적인 보도가 나왔을 때 사실과 근거를 가지고 설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당당하게 반박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정상적인 언론 대응이다.

 

시민 응대 논란을 수습해야 할 구리시가 이제는 대변인의 언론 응대까지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든 셈이다.

 

◇ 대변인 독자 판단인가…‘윗선 오더’ 있었나

 

여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남는다. 이 대변인이 발행인에게 전화를 건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구리시 내부의 보고·협의 또는 상급자의 지시를 거쳐 이뤄진 것인지다.

 

현재까지 신동화 구리시장이 해당 전화를 지시했다거나 다른 윗선에서 언론사 발행인 접촉을 주문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시장의 지시나 이른바 ‘윗선 오더’가 있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대변인은 구리시를 대표해 언론과 접촉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민감한 보도와 관련해 언론사 발행인에게 직접 연락하고 특정 기자의 취재 자제를 요청하기까지 어떤 보고와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는지는 구리시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 대변인이 발행인에게 전화하기 전 누구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는지, 보고 과정에서 기사와 후속 질의에 대해 어떤 판단이 내려졌는지, 발행인 접촉을 누구와 상의했는지 등이 확인돼야 한다. 특히 “기자에게 너무 과하게 하지 말라고 얘기해 달라”는 요청이 대변인 개인의 판단이었는지, 상급자와 협의된 대응이었는지는 이번 논란의 성격을 가를 중요한 대목이다.

 

만약 아무런 보고나 지시 없이 대변인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일이라면 구리시는 이 같은 언론 대응이 대변인에게 허용된 재량의 범위인지 판단해야 한다. 반대로 사전에 상급자에게 보고했거나 지시·협의를 거쳐 이뤄진 연락이었다면 문제는 대변인 개인의 처신을 넘어 구리시의 공식적인 언론 대응 체계로 확대된다. 누가 보고를 받았고, 누가 발행인 접촉을 결정했으며, 왜 취재기자와 직접 소통하는 대신 언론사 경영진을 찾았는지까지 설명해야 할 이유다.

 

◇ 신동화 시장, 몰랐다면 관리 문제…알았다면 판단 밝혀야

 

논란이 대변인실까지 확대된 만큼 신동화 구리시장의 관리 책임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시장이 대변인의 개별적인 언론 접촉을 일일이 사전에 지시한다고 볼 수 없으며, 현재까지 이번 전화에 신 시장이 직접 관여했다는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변인실은 구리시의 공식적인 언론 소통 창구다. 그 책임자가 이미 보도된 사안과 관련해 취재기자가 아닌 발행인에게 직접 연락해 기자의 취재를 ‘과도하다’고 설명하고 자제를 요청했다면, 적어도 사후적으로는 시장을 포함한 지휘부가 그 대응의 적절성을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신 시장이 이 같은 대응을 사전에 몰랐다면 대변인실이 민감한 언론 현안을 어떤 보고체계와 기준 아래 처리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사전에 보고를 받았다면 어떤 내용을 보고받았고 어떤 판단이나 지시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 사후에 알게 됐다면 이 대변인의 대응을 적절하다고 판단하는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시정할 것인지가 남는다.

 

시장에게 관리 책임을 묻는 것은 실무자의 전화 한 통까지 직접 지시했는지를 따지자는 의미가 아니다. 조직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잘못된 대응이 있었다면 바로잡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준을 세우는 것이 조직 책임자의 역할이라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안은 신 시장 체제의 공직기강뿐 아니라 비판적인 언론 보도에 구리시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 처음에는 공무원의 ‘말’이었다…이제는 구리시의 ‘태도’가 됐다

 

이번 논란은 빗물펌프장에서 한 공무원이 시민을 어떻게 대했느냐는 문제에서 시작됐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잘못이 있었다면 사과하고 필요한 교육과 재발 방지 조치를 하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보도 이후 대응 과정에서 문제가 한 단계 더 커졌다. 본지 기자가 구리시의 공식 입장과 사후조치를 묻자 대변인은 기자에게 직접 연락하기보다 발행인을 찾았고, 기자가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두 차례에 걸쳐 취재를 자제시켜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 여기에 대변인이 말한 ‘사과가 이미 이뤄졌다’는 설명마저 본지 기자가 파악한 사실관계와 엇갈리면서 이제는 구리시가 무엇을 확인하고 어떤 판단을 토대로 언론에 대응했는지까지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이번 사안에서 구리시가 답해야 할 것은 질문이 10개였는지 40개였는지가 아니다. 시민이 공무원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비판적인 기사가 나왔을 때 사실과 반론으로 대응하는지, 취재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기자의 상급자를 찾아가 취재 강도를 낮춰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구리시가 인정하는 정상적인 언론 대응인지가 핵심이다.

 

행정의 수준은 거창한 구호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시민 한 사람을 대하는 일선 공무원의 태도에서 드러나고, 불편한 질문을 받았을 때 공직자가 보이는 자세에서도 확인된다. 비판적인 기사를 마주했을 때 근거와 설명으로 대응하는지, 아니면 취재기자를 건너뛰고 그 언론사의 발행인을 찾는지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보도에서 구리시는 일선 공무원의 시민 응대 수준을 질문받았다. 하루 뒤에는 시의 공식적인 ‘입’인 대변인의 언론 대응 방식까지 도마에 올랐다. 두 논란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벌어졌지만 결국 공통된 질문으로 모인다. 시민과 언론을 대하는 구리시 공직사회의 ‘태도’가 과연 공공기관에 요구되는 수준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이제 설명해야 할 사람도 현장 공무원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변인은 왜 본지 기자가 아닌 발행인에게 전화를 걸어 취재 자제를 요청했는지, 구리시는 이 같은 대응을 적절하다고 판단하는지 밝혀야 한다. 아울러 이 과정에 사전 보고나 상급자의 지시·협의가 있었는지도 확인돼야 한다.

 

그리고 구리시 행정의 최종 책임자인 신동화 시장 역시 이번 대변인실의 대응이 자신이 이끄는 구리시의 공직기강과 언론 소통 원칙에 부합하는지 답할 필요가 있다. 문제의 시작은 한 공무원의 시민 응대였지만,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대응까지 논란이 되면서 이제 질문은 개인을 넘어 구리시 조직 전체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