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코스피가 하루 만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국채금리 상승,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 선물·옵션 동시 만기까지 겹치면서 장중 6900선마저 무너졌다. 그러나 장 후반 매수세가 유입되며 결국 7000선을 지켜냈다.
전날 33거래일 만에 되찾은 ‘칠천피’가 단순한 하루짜리 반등인지, 새로운 지지선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였다는 점에서 이날 시장의 움직임은 의미가 작지 않았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72포인트(0.25%) 내린 7033.92에 거래를 마쳤다. 7038.85로 출발한 지수는 장중 6898.45까지 밀리며 7000선을 내줬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시장을 가장 강하게 압박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조482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약 1조9470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현물과 선물에서 동시에 강한 매도 압력이 들어온 셈이다.
반대편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지수를 받쳤다. 개인은 약 3800억원, 기관은 4334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기타법인이 1조6670억원가량을 사들이면서 외국인 매도 충격을 흡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도 지수 하단을 지탱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중 2% 넘게 밀렸던 두 종목은 낙폭을 대부분 회복해 삼성전자는 0.19% 내린 26만9000원, SK하이닉스는 0.16% 하락한 185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美 금리 동시에 압박…밖에서는 ‘악재’
대외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치솟았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장중 4.8%를 넘어섰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비용 부담과 물가 압력을 동시에 높인다. 여기에 시장금리까지 오르면 성장주와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는 특히 부담스러운 조합이다.
국내 수급 여건도 좋지 않았다. 이날은 주가지수·개별주식 선물과 옵션 만기가 겹치는 이른바 ‘네 마녀의 날’이었다. 여기에 KRX 섹터지수 정기 변경까지 맞물리면서 프로그램 매매와 지수 리밸런싱에 따른 수급 변동성이 확대됐다.
특히 KRX 반도체지수의 개별 종목 비중 조정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리밸런싱 매물이 출회되면서 장중 지수 하락 압력을 키웠다.
그럼에도 코스피가 종가 기준 7000선을 지켜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외국인이 2조원 넘게 팔아치운 상황에서도 개인과 기관, 기타법인의 매수세가 매물을 상당 부분 받아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도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 대만 TSMC가 8월 월간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반도체 투자심리가 살아났고 코스피 역시 한때 상승 전환하기도 했다.
◇7000선 지켰지만…이제 시선은 미국 물가로
코스닥은 코스피보다 강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55포인트(0.79%) 오른 836.92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개인이 매도에 나섰지만 기관의 대규모 순매수가 지수를 끌어올렸다.
시장의 다음 시선은 미국 물가지표로 향하고 있다.
이번 주 예정된 미국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향후 미국 금리 경로를 가늠할 핵심 변수다. 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이미 4.8%대로 올라선 미국 국채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국내 증시에도 다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도비와 오라클 등 주요 기술기업의 실적도 변수다. AI 투자 확대가 실제 기업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가 확인될 경우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기술주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결국 이날 코스피가 보여준 것은 ‘상승’보다는 ‘방어력’에 가깝다. 국제유가와 미국 금리 상승, 외국인 대규모 매도, 선물·옵션 만기와 지수 리밸런싱이라는 악재가 한꺼번에 몰렸는데도 7000선을 내주지 않았다.
다만 7000선 안착을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컸고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라는 변수가 여전히 살아 있다.
전날 33거래일 만에 되찾은 7000선이 새로운 지지선으로 굳어질지, 다시 변동성의 경계선이 될지는 미국 물가와 금리, 유가의 움직임에 달렸다. 코스피 7000 시대의 두 번째 관문은 이제 ‘돌파’가 아니라 ‘버티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