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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한국 골프의 자존심…파인비치, 세계 100대 리조트 첫 진입

해안 절경·코스 혁신·LPGA 개최 성과 인정
세계 100대 골프코스 향한 여정 본격화

지이코노미 방제일 기자 |  전남 해남의 파인비치 골프링크스가 세계 골프 무대에서 존재감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파인비치는 미국 골프 전문 미디어 골프닷컴과 골프매거진이 발표한 ‘2026 세계 100대 골프 리조트(GOLF’s Top 100 Resorts in the World for 2026)’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골프와 숙박, 서비스, 식음, 여행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이번 리스트에서 파인비치는 신규 선정지를 뜻하는 ‘NEW’로 소개됐다. 단순히 좋은 풍경을 가진 골프장을 넘어, 세계적인 골프 여행 목적지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산이 아닌 바다, 한국 골프의 또 다른 얼굴

파인비치의 가장 강렬한 경쟁력은 단연 ‘바다’다. 한국 골프장이 산악 지형을 활용한 코스로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파인비치는 한반도 남서쪽 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지형을 적극적으로 코스 안으로 끌어들였다. 높은 해안 지형에 자리 잡은 홀에서는 남해의 수평선이 시야 가득 펼쳐지고, 바다에서 조금 떨어진 홀에서도 굴곡진 지형과 원경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스케일을 만든다. 골드닷컴 역시 이 같은 파인비치의 지형적 개성에 주목했다. 전체 코스 가운데 10개 홀이 높은 해안 지형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파인비치가 한국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플레이 경험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비치코스의 15번과 16번 홀이다.

 

파3 15번 홀은 바다를 가로질러 그린을 공략해야 하는 파인비치의 대표적인 시그니처 홀이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와 바람을 동시에 계산해야 해 아름다움과 긴장감이 공존한다. 이어지는 파4 16번 홀은 해안선을 따라 길게 펼쳐진다. 티잉 구역에 서면 바다와 코스의 경계가 맞닿은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샷을 거듭할수록 남해안 특유의 장대한 경관이 이어진다.

 

GOLF.com이 파인비치를 두고 “‘아시아의 페블비치(Asia’s answer to Pebble Beach)’라고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표현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세 코스, 서로 다른 세 가지 얼굴

파인비치는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코스를 통해 골퍼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구릉 지형의 전략성을 살린 ‘파인코스’는 샷의 정확도와 코스 매니지먼트를 요구한다. 반면 ‘비치코스’는 바다와 절벽, 해안선이 만들어내는 극적인 풍경이 중심이다. ‘오시아노코스’는 보다 이국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또 다른 플레이 감각을 선사한다.

 

파인비치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시설 확장이 아니다. 코스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더위에 강하면서도 안정적인 플레이 컨디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페어웨이를 금잔디(조이시아)로 전환하고, 코스 곳곳의 디테일과 유지관리 시스템을 개선해왔다. 해외 골프 전문가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글로벌 기준에서 코스를 바라보는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카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국내 골프 문화와 달리 골프 본연의 리듬을 느낄 수 있도록 ‘워킹 골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 역시 파인비치가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LPGA가 확인한 파인비치의 가능성

세계 무대를 향한 파인비치의 행보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것은 LPGA 투어였다. 파인비치는 2025년 LPGA BMW Ladies Championship을 개최하며 세계 정상급 여자 골퍼들을 맞았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직접 코스를 경험했고, 투어 관계자와 해외 골프 팬들에게 파인비치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세계적인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단순히 코스가 아름다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코스 컨디션과 경기 운영, 연습 환경, 숙박과 이동, 갤러리 동선까지 대회 전반의 완성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파인비치는 첫 LPGA 대회 개최를 통해 이러한 운영 능력을 확인받았다. 오는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2026 BMW Ladies Championship 역시 파인비치가 세계 골프계와 만나는 또 한 번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세계 100대 리조트’ 다음 목표는 ‘세계 100대 코스’

파인비치가 바라보는 최종 목적지는 이번 선정이 아니다. 세계 100대 골프 리조트와 GOLF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골프코스(World Top 100 Courses)’는 별개의 평가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25~2026 세계 100대 골프코스 평가에는 전 세계 126명의 전문 패널이 참여해 531개 후보 코스를 평가했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코스 경쟁의 무대다.

 

파인비치는 이번 세계 100대 골프 리조트 선정을 그 문턱으로 향하는 첫 번째 국제적 이정표로 보고 있다.

허명호 파인비치 대표는 “잔디 한 포기부터 코스의 작은 디테일까지 하나씩 바꾸고 세계적인 대회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선택했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 왔다”며 “파인비치가 세계를 향한 길 위에 작은 흔적 하나를 남길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명문 골프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설계와 풍경 위에 수십 년에 걸친 관리와 문화, 그리고 골퍼들의 기억이 쌓여 하나의 이름이 완성된다. 한국 최남단에 가까운 해남의 바닷가에서 시작된 파인비치의 도전 역시 이제 그 과정에 들어섰다.

 

세계 100대 골프 리조트에서, 언젠가 세계 100대 골프코스로. 남해의 바람과 바다를 품은 파인비치의 다음 목적지가 어디일지 세계 골프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