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새 경제팀이 전기차 산업과 퇴직연금 개편을 첫 테이블에 올렸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관계부처 장관과 금융위원장, 청와대 경제라인이 참여하는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본격적인 정책 조율에 들어갔다.
첫 안건이 전기차와 퇴직연금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전기차는 자동차·배터리 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고, 퇴직연금은 국민 노후소득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장기 투자기반과 연결되는 사안이다. 새 경제팀이 산업경쟁력과 금융·노후소득 문제를 동시에 초기 핵심과제로 올린 셈이다.
◇산업·금융·노동·환경 한자리에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27일 오후 취임 후 첫 경제현안간담회를 열었다.
회의에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이 참석했다.
재정과 산업, 금융, 노동, 환경정책을 담당하는 핵심 경제라인이 한 테이블에 모인 것이다. 참석자들은 전기차 산업 정책방향과 퇴직연금 제도개선 방안을 약 2시간 동안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정책안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추가적인 부처 협의와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방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첫 번째 카드는 ‘전기차’
새 경제팀이 첫 산업정책 안건으로 전기차를 선택한 것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전기차 시장은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 확대와 미국·유럽의 자국 산업 보호정책, 배터리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 생산 전기차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 점유율이 28.7%에 이르렀다는 집계도 나왔다.
전기차 산업은 완성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터리와 핵심소재, 충전 인프라, 전력망, 탄소정책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통상정책까지 얽혀 있다.
이번 회의에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재정경제부가 동시에 참여한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가 앞으로 내놓을 전기차 대책에서는 단순한 구매보조금 조정보다 국내 수요와 완성차·배터리 산업 경쟁력, 충전 인프라, 공급망과 통상정책을 어떻게 하나의 산업전략으로 묶어낼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퇴직연금도 첫 안건…노후자금과 자본시장 연결
전기차와 함께 선택된 또 하나의 안건은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자금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노동정책이지만, 적립금을 장기간 운용한다는 점에서는 금융·자본시장 정책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이 함께 회의에 참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이날 퇴직연금 개편의 구체적인 방향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특정 제도의 도입이나 의무화를 정부 방침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향후 정부안에서는 퇴직연금의 수익률과 운용방식, 가입자의 선택권, 금융회사의 운용 경쟁을 어떻게 개선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퇴직연금이 국민 노후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면서 동시에 장기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사실상 ‘녹실회의’ 부활…경제팀 조정력 시험대
이번 간담회에서 정책 내용 못지않게 주목되는 것은 정부의 경제정책 결정 방식이다.
경제현안간담회는 이 부총리가 후보자 시절부터 신설을 예고한 회의체다. 과거 경제부총리가 관계부처 장관들과 주요 경제현안을 비공식적으로 조율했던 이른바 ‘녹실회의’와 유사한 성격이다.
이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도 각 부처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경제팀을 ‘원팀’으로 이끌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취임 직후에는 실물경제와 부동산·금융·외환시장의 위험을 다시 점검하고 대미 투자 등 주요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경제현안간담회를 수시로 열어 부처 간 이해가 엇갈리거나 경제적 파급력이 큰 사안을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경제현안간담회의 성패는 회의를 얼마나 자주 여느냐가 아니라 실제 정책을 얼마나 빠르고 일관되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전기차는 산업·통상·환경·재정이 얽혀 있고, 퇴직연금은 노동·금융·세제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공교롭게도 두 사안 모두 한 부처의 정책만으로 풀기 어려운 대표적인 경제현안이다.
새 경제팀이 첫 테이블에 이 두 문제를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형일 경제팀의 첫 시험대는 이제 회의실 밖에서 시작된다.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지켜낼지, 퇴직연금을 어떻게 국민의 노후자산과 자본시장의 장기자금으로 연결할지 구체적인 정책으로 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