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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티타늄 원소재 깎아 임플란트 ‘기둥’까지…무허가 제조 의혹 확산

업계 “무허가 의심 사업장 200여 곳·하루 4000개 공급” 주장
연결부 형성된 Premill 아닌 원소재서 Connection·Screw까지 가공 의혹
식약처 최근 5년간 관련 민원 점검…의료기기법 위반 확인·고발
‘치과기공 제작·가공’과 ‘의료기기 제조’ 경계 놓고 복지부 판단 주목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환자의 입안에 장기간 사용되는 치과용 임플란트의 핵심 부품인 ‘맞춤형 지대주’를 둘러싸고 무허가 제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사업장이 이미 연결부가 형성된 가공용 반제품(Premill)을 환자의 구강 상태에 맞게 가공하는 수준을 넘어, 티타늄 원소재(바·블랭크)를 컴퓨터 수치제어(CNC) 장비에 넣어 임플란트 고정체와 맞물리는 연결부와 나사 체결구조까지 직접 가공한 뒤 치과에 공급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히 기공 방식의 차이로만 볼 사안은 아니다. 맞춤형 지대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치과용 임플란트 상부구조물’로 분류하는 2등급 의료기기다. 의료기기 제조는 제조업 허가와 제품별 허가·인증·신고, 제조·품질관리체계(GMP) 등 엄격한 기준 아래 관리된다. 반면 현행 의료기사 관련 법령은 치과기공사의 업무범위에 임플란트 맞춤 지대주와 상부구조의 설계·제작·수리·가공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의 핵심은 ‘치과기공사가 맞춤형 지대주를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다. 허용된 치과기공의 ‘제작·가공’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티타늄 원소재에서 임플란트 고정체와 직접 결합하는 핵심 구조까지 만들어내는 행위를 치과기공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의료기기 인허가가 필요한 ‘제조’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다. 식약처와 보건복지부의 규제 영역이 맞닿는 지점이기도 하다.

 

◇ ‘반제품 가공’과 ‘원소재 제조’…어디서부터 달라지나

 

 

치과용 임플란트는 잇몸뼈에 식립되는 고정체(Fixture), 고정체와 인공치아를 연결하는 지대주(Abutment), 외부에서 치아 역할을 하는 보철물(Crown)로 구성된다. 환자의 잇몸과 보철물 형태에 맞춰 지대주 상부를 정밀 가공하는 것은 일반적인 치과 진료 및 기공 과정에 해당한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제작했느냐’다. 정밀 규격이 이미 형성된 반제품의 상부를 환자 맞춤형으로 깎는 것과, 티타늄 원소재에서 시작해 고정체와 결합하는 연결부와 나사 체결부까지 직접 가공하는 것은 공정의 성격부터 다르다.

 

특히 연결부는 환자의 잇몸뼈 속에 식립된 고정체와 직접 결합하는 핵심 부위다. 치수와 공차, 회전방지 구조, 나사 체결 상태 등이 유격이나 파절, 골소실 등의 부작용과 연관될 수 있어 높은 수준의 정밀도와 품질관리가 요구된다. 결국 원소재에서 연결부까지 직접 가공하는 행위를 치과기공사의 ‘가공’ 범위로 인정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의료기기 ‘제조’로 규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 업계 “무허가 의심 사업장 200여 곳”…하루 4,000개 유통 주장도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업계에서 제기하는 시장 규모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원소재 등을 이용해 맞춤형 지대주를 불법 제조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장이 전국 200여 곳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적법한 인허가를 갖춘 제조업체가 20~30곳에 불과하다는 업계 추산과 함께, 하루 4,000개 이상의 무허가 추정 제품이 치과에 공급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추산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개별 업체의 일탈에 그치지 않는다. 상당량의 의료기기 부품이 정식 인허가와 품질관리 체계 밖에서 생산·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이코노미는 업계가 제시한 수치를 현재 확인된 사실로 단정하지 않는다. 관계 당국의 공식 통계가 아닌 만큼 실제 인허가 업체 현황과 생산·납품 기록 등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사업장 수와 유통량이 제기된 만큼 당국이 현재 시장의 생산·유통 실태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 CNC 복합가공기 판매 경로가 추적의 열쇠

 

 

본지가 취재 중인 또 다른 단서는 치과용 CNC 복합가공기다. 업계에서는 맞춤형 지대주 정밀가공에 사용되는 CNC 복합가공기가 의료 전시회 등을 통해 60여 대 판매됐다는 정황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CNC 장비의 판매나 구매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장비를 ‘누가 구입했고, 무엇을 가공했느냐’다. 구매처가 확인되면 해당 사업장의 의료기기 제조업 허가 여부와 원재료인 티타늄 구매 내역, 실제 생산 품목, 치과 납품 내역 등을 교차 검증할 수 있다.

 

만약 의료기기 제조 인허가를 받지 않은 기공소나 사업장에서 티타늄 원소재를 이용해 임플란트 연결부까지 직접 가공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해당 행위가 의료기기법상 제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당국의 판단이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CNC 60여 대’라는 숫자 자체가 불법의 증거는 아니지만, 무허가 제조 의혹의 실제 규모와 제품 유통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추적 단서가 될 수 있다.

 

◇ 환자 입속 부품…문제 생기면 이력 추적 가능한가

 

인허가 문제의 이면에는 환자 안전과 제품 추적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정식 의료기기 제조·품질관리체계(GMP)에서는 원재료의 출처부터 제조 공정, 품질검사, 출하 기록 등을 관리한다.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추적하고 필요한 경우 회수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반면 인허가 체계 밖에서 생산된 제품이 유통된다면 제조이력 추적(Traceability)이 어려워질 수 있다. 어떤 티타늄 원재료가 사용됐는지, 제조번호(LOT)는 무엇인지, 어떤 품질검사를 거쳤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충분히 남아 있는지조차 불분명해질 수 있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납품받은 지대주가 정식으로 관리되는 반제품을 이용해 제작됐는지, 원소재에서 직접 가공된 것인지 외관만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환자는 자신의 입안에 장기간 사용되는 의료기기가 어디에서, 어떤 기준과 관리체계 아래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 적법 업체는 비용 부담…시장 왜곡 심화

 

무허가 제조 의혹은 의료기기 산업의 공정한 경쟁 문제와도 연결된다. 정식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제조업 허가와 제품별 인허가, GMP 적합 인정, 전문 인력 운용, 시험검사 등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부담한다.

 

반면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이 이러한 규제 체계 밖에서 생산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공급된다면 정식 제조업체가 오히려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무허가 제조 여부를 명확하게 가려내야 하는 이유가 환자 안전뿐 아니라 의료기기 산업의 공정한 경쟁 질서와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 식약처 고발 조치에도 현장 변함없는 이유

 

더욱 주목할 부분은 식약처가 이미 유사한 문제를 확인해 고발 조치를 한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지이코노미의 공식 질의에 “최근 5년간 치과용 임플란트 상부구조물 무허가 제조 민원에 따라 점검을 실시했고, 의료기기법 위반 확인 및 고발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허가·인증·신고를 거치지 않은 의료기기의 제조 및 판매는 의료기기법상 벌칙(징역 또는 벌금)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최근 5년간 구체적인 점검 건수와 적발·고발 실적, 당시 법 위반으로 판단한 제조공정의 세부 기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미 고발 조치까지 이뤄진 사안과 유사한 형태의 무허가 제조 의혹이 현장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속 이후 관리와 시장 전반에 대한 실태 파악이 충분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식약처-복지부 사이에 놓인 ‘제조와 기공’의 경계

 

이번 사안이 장기간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배경에는 보건당국의 이원화된 관리체계도 자리한다. 식약처는 의료기기법에 따른 제조와 인허가를 담당하는 반면, 보건복지부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치과기공사의 업무범위를 관할한다.

 

현행 의료기사 관련 법령은 치과기공사가 CAD/CAM이나 3D 프린터 등을 활용해 맞춤 지대주를 설계·제작·가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식약처 역시 본지 질의에 구체적인 치과기공사의 업무범위에 대해서는 복지부 소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디지털 가공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비교적 분명했던 기공과 제조의 물리적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CNC 장비를 이용하면 티타늄 원소재에서 완성도 높은 정밀부품을 직접 가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기술은 빠르게 변했지만 ‘어디까지가 기공이고 어디부터가 의료기기 제조인가’를 판단할 행정적·법적 기준이 이를 충분히 따라가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결국 식약처가 판단해야 할 의료기기 ‘제조’의 범위와 복지부가 판단해야 할 치과기공사의 ‘제작·가공’ 범위 사이에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장의 혼선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 단속 넘어 ‘기공 vs 제조’ 경계 명확히 정립해야

 

식약처 답변을 통해 치과용 임플란트 상부구조물의 무허가 제조와 관련해 실제 의료기기법 위반을 확인하고 고발한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이제 문제는 개별 민원에 따른 단발성 점검을 넘어 시장 전체의 구조를 살펴보는 단계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과거 고발된 사업장의 재발 여부와 현재 영업 상태를 점검하고, 원소재에서 임플란트 연결부까지 직접 가공하는 사업장이 실제 얼마나 존재하는지 실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어디까지가 치과기공이고 어디부터가 의료기기 제조인가’에 대한 식약처와 복지부의 명확하고 통일된 기준이 요구된다.

 

식약처는 현재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면밀히 검토해 위반 확인 시 관리·감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이코노미는 후속 취재를 통해 업계가 제기한 ‘200여 곳·하루 4,000개’라는 수치의 근거를 실제 인허가 현황과 생산·납품 구조 등을 토대로 검증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CNC 복합가공기 60여 대’의 실제 판매처와 사용처를 추적하고, 보건복지부에 티타늄 원소재에서 임플란트 연결부와 나사 체결부까지 직접 가공하는 행위가 현행 치과기공사의 업무범위에 포함되는지 공식적인 법적 해석을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