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추석 연휴 사이 치솟은 미국 국채금리와 중동발 국제유가 불안이 국내 금융시장을 한꺼번에 덮쳤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하루 3조원이 넘는 물량을 쏟아냈다. 코스피는 2.7% 급락해 7,000선을 내줬고 원·달러 환율은 1,365원대로 올라섰다.
2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1.18포인트(2.70%) 떨어진 6,889.7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3일 7,080.92까지 올라섰던 지수는 연휴 뒤 첫 거래일에 다시 7,000선 아래로 밀렸다.
충격의 중심에는 외국인이 있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2,3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1조175억원을 팔았다. 개인이 2조6천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5%대 급락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美 10년물 5.17%…연휴 사이 판이 바뀌었다
국내 증시를 흔든 가장 직접적인 변수는 미국 국채금리다. 추석 연휴로 국내 금융시장이 쉬는 동안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1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도 5.5%에 근접했다.
한국은행 해외사무소 집계에 따르면 25일 기준 미국 2년물 금리는 4.85%, 5년물 4.99%, 10년물 5.16%, 30년물은 5.49%를 기록했다. 5년·10년·30년물 모두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는 중동 불안에 따른 물가 압력과 미국의 국채 공급 부담,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미국 10년물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NH투자증권은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는 10년물 금리 상단을 최대 5.6%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한국 주식을 보유할 유인이 줄어든다.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 외국인에게는 환차손 위험도 커진다.
이날 외국인의 3조원대 매도는 이 같은 글로벌 자금 이동이 국내 증시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환율도 1,365원…‘주가↓·원화↓’ 동반 충격
외환시장도 흔들렸다. 28일 원·달러 환율은 1,365.1원까지 올라섰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데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간 영향이 겹쳤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이 ‘달러 강세→원화 약세→외국인 주식 매도→증시 하락’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나타난 셈이다.
여기에 중동발 유가 불안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국처럼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경제에서는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를 경우 부담이 더 커진다.
달러로 결제하는 원유 가격 자체가 오르는 데다 원화 가치까지 떨어지면 실제 국내 기업이 부담하는 에너지 수입비용은 더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은도 경계수위 높였다
한국은행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수위를 높였다. 한은은 28일 권민수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추석 연휴 기간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한은에 따르면 연휴 기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기대 강화와 중동지역 긴장 재고조, 국제유가 움직임 등의 영향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다.
23~25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0bp(1bp=0.01%포인트), 2년물은 10b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지수(DXY)는 0.4% 올랐다.
한은은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하면서 국내 금융·외환시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美 금리+유가+환율’ 동시 상승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는 미국 국채금리와 국제유가, 원·달러 환율이다.
세 변수가 동시에 오르면 한국 경제에는 부담이 커진다. 미국 금리 상승은 외국인 자금이탈 압력을 높이고,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상승하면 생산비와 운송비를 통해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앞서 9월 국제유가 상승과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생산자물가의 상방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9월 1~16일 국제유가는 8월 평균보다 29% 상승했다.
물가 압력이 다시 높아지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신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28일 국내 금융시장의 급락은 단순히 추석 연휴 동안 쌓인 악재를 한꺼번에 반영한 하루의 조정으로만 보기 어렵다.
미국 국채금리와 중동 유가가 오르고 달러가 강해지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가와 원화 가치가 동시에 하락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시작된 충격이 중동의 고유가를 만나 서울 증시와 외환시장까지 그대로 전해진 것이다.
당분간 국내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가격표는 코스피보다 먼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국제유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