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방제일 기자 | 무대보다 먼저 숲이 관객을 맞았다. 가을 숲에서는 음악도 조금 다르게 들린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숲속의무대를 감싼 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고, 푸른 잔디 위에는 돗자리가 하나둘 펼쳐졌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은 공연 시작 전부터 자리를 잡고 피크닉을 즐겼다. 거대한 구조물과 강렬한 조명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여느 음악 축제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2026 아트포레스트 페스티벌 WITH 백그라운드 라이브’는 그렇게 서두르지 않고 막을 올렸다.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고, 가을 한낮을 즐기는 축제였다.
숲이 객석이 되고, 장르의 경계가 무대가 되다
공연의 열기는 깜짝 무대에서 단숨에 달아올랐다. 사전 공개되지 않았던 가수 백지영이 등장하자 객석 곳곳에서 환호가 터졌다. 백지영은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감성 발라드로 무대를 채웠다. 자연을 배경으로 번지는 노래는 대형 공연장의 화려한 음향과 조명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울림을 남겼다.
이어 10CM는 친근한 소통과 감성적인 라이브로 관객을 끌어당겼고, 에릭남은 세련된 음색과 여유로운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어반자카파의 단단한 보컬 하모니와 피아니스트 윤한의 섬세한 연주는 가을 숲의 분위기를 한층 깊게 만들었다.
무대는 대중음악에 머물지 않았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와 ‘식스’의 웅장한 넘버가 축제의 밀도를 높였고, 연극 ‘크루즈’는 야외무대의 공간감을 살리며 관객과 만났다. 음악 페스티벌에 연극과 뮤지컬을 덧붙인 구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장르가 한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방식이었다. ‘아트포레스트’라는 이름이 비로소 구체적인 풍경으로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보고, 먹고, 그리는 모든 순간이 참여가 되다
객석 밖에서도 축제는 계속됐다. 맛집 큐레이션 플랫폼 ‘푸딘코’가 운영한 먹거리 부스에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인기 캐릭터 ‘조구만(JOGUMAN)’ 포토존과 피크닉 그림 패키지 굿즈는 축제의 기억을 사진과 물건으로 남겼다.

드로잉 월과 예술나무 메시지 리프에서는 관객이 직접 축제의 일부가 됐다. 시니어와의 상생 가치를 담은 ‘신이어마켙’ 굿즈존, 크리에이터 주호다·권또또·제이키아웃이 함께한 나눔 부스도 마련됐다. ‘그려보리 내 맘대로 초상화’, ‘어노잉박스’, ‘타자기 위 낭만’ 등 체험 프로그램은 공연과 공연 사이의 빈 시간을 또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바꿨다.
현장에서는 “숲속에서 음악을 들으니 힐링이 된다”, “공연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기부에 참여할 수 있어 뜻깊다”는 반응이 나왔다. 두 말은 이날 축제의 성격을 압축한다. 하나는 즐거움이고, 다른 하나는 참여다. 아트포레스트 페스티벌은 둘 사이에 굳이 경계선을 긋지 않았다.
즐거움의 대가가 예술의 내일로
문화예술 후원은 흔히 어렵고 거창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후원이라는 단어 앞에서 사람들은 먼저 금액과 책임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날의 방식은 달랐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고, 초상화를 그리고, 굿즈를 고르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후원으로 이어졌다. ‘착한 소비’가 의무가 아니라 즐거운 선택이 된 셈이다.

사전 응모권 수익과 현장 체험·후원 프로그램 수익 전액은 아르코(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 모금 캠페인인 ‘연극내일기금’에 기부된다. 배우 신구와 박근형의 기부로 시작된 이 기금은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청년 연극인과 배우들이 창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화려한 공연 뒤에는 늘 다음 무대를 걱정해야 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관객에게는 두어 시간의 공연이지만, 누군가에게 그 무대는 오랜 연습과 기다림 끝에 얻은 삶의 자리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축제의 진짜 주인공은 이름이 크게 적힌 출연진만이 아니었다.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청년 예술가와 그들의 내일도 무대 한가운데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