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CONOMY 김대진 편집국장]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가 23일(현지시간) 당한 차량 전복사고로 두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긴급 수술을 했으나 부상 정도가 심해 걷는 데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재기 여부가 불투명하다.
UPI통신은 25일 "우즈가 다시 걷게 되려면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이전 허리 수술 이력까지 있는 우즈가 다시 골프 선수로 활동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예상했다.
우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운전하다가 내리막길에서 차량 전복사고를 당했고 두 다리를 심하게 다친 우즈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오른쪽 정강이뼈와 종아리뼈 여러 곳에 복합 골절상을 입었고 발목 역시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러톤의 정형외과 전문의 조지프 푸리타 박사는 UPI통신과 인터뷰에서 "정말 회복 속도가 빨라도 6개월은 소요될 것"이라며 "아무리 빨라도 2022년에나 다시 경기에 나올 수 있는데 만일 그렇게 된다고 해도 엄청난 일"이라고 예상했다.
푸리타 박사는 "그가 다시 걷게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리를 절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가 뛰어난 운동선수였고, 재활 경험도 있기 때문에 완벽히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척추와 목 부위를 전문적으로 보는 라헐 샤 박사 역시 "상처가 아무는 데 몇 주 걸릴 것이고, 스스로 일어서는 데도 몇 개월이 예상된다"며 "골프를 다시 하는 상황을 말하기에는 좀 먼 이야기"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사고처럼 다리뼈들이 피부에도 상처를 낸 경우 회복에 더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UPI통신은 "미국프로풋볼(NFL) 워싱턴의 쿼터백 알렉스 스미스가 2018년 이번 우즈와 비슷한 부상을 당했는데 당시 17차례나 수술을 받았고, 회복에 2년 넘게 걸렸다"며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다시 경기에 나올 수 있었다"고 비교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정형외과 전문의 조지프 패터슨 박사는 AP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뼈가 피부 밖으로 노출된 경우 조직 감염 위험성이 커진다"며 "감염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역 시절 메이저 대회에서 6승을 따낸 닉 팔도(잉글랜드)는 미국 CBS와 인터뷰에서 "우선 건강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고, 골프 경기에 나오는 것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40대 중반의 나이에 20대 선수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우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82승을 거둬 샘 스니드(2002년 사망·미국)와 함께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 중이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15승으로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18승에 이어 최다승 2위에 올라 있다.
우즈의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은 "우즈가 현재 깨어 있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 중"이라고 알렸다.
한편 이번 사고는 우즈가 자칫 생명을 잃을 뻔한 대형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우즈는 이날 오전 7시 12분쯤 LA 시내에서 남쪽으로 32㎞ 떨어진 롤링힐스 에스테이트와 랜초 팔로스 버디스 경계 도로에서 혼자 차를 몰다 사고를 당했다. 차는 왕복 4차선 도로의 가파른 내리막길 곡선 구간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복됐으며,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 차로로 여러 차례 구르다 연석과 나무 등을 들이받은 뒤 도로에서 9m쯤 떨어진 비탈길에서 겨우 멈췄다.
이 사고로 우즈의 차량 앞부분과 범퍼는 완전히 파손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도끼와 끌 등의 도구를 동원해 차량 앞 유리를 통해 우즈를 구조했다. 우즈는 현장에서 9마일(약 14.4㎞) 떨어진 1등급 외상치료 병원인 하버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학(UCLA) 의료센터로 긴급 이송돼 몇 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우즈는 사고 당시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등 의식이 분명했지만, 다리 부상으로 스스로 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고 현장에서 우즈를 구조한 소방당국은 브리핑에서 “우즈가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다리가 복합골절됐을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고 말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과 LA타임스 등은 “차량 전복 사고에 따른 충격으로 우즈가 두 다리가 복합골절되고 발목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전했다.
경찰은 우즈가 약물을 복용하거나 술을 마신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고 사고 현장에서 급제동 때 생기는 타어어 자국인 스키드 마크가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사고원인을 과속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가 난 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45마일(약 72㎞)이며 평소에도 사고가 빈발하는 곳이다.
우즈가 몰던 차는 현대자동차의 2021년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제네시스 GV80이다. 이 차량에는 에어백 10개와 운전자가 졸면 경보를 울리는 ‘운전자 주의 경보(DAW)’, 장애물과 충돌을 막는 ‘회피 조향 보조’, 전방충돌 경고 시스템 등 안전기능이 있다.
알렉스 비야누에바 카운티 보안관은 “차량 앞부분과 범퍼가 완전히 파손됐지만 에어백이 작동했다. 우즈는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차량 내부 차체가 거의 파손되지 않았을 정도로 온전한 상태여서 우즈가 살아남을 수 있는 쿠션 역할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치명적인 사고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즈는 현대차 후원으로 지난 주말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 대회 주최자 자격으로 LA를 방문했고 체류기간 동안 현대차로부터 GV80을 지원받아 이용해왔다. 우즈는 이 대회에 선수로 뛰지는 않았지만 시상식에 참석했고 이비드 스페이드, 드웨인 웨이드 등 유명 연예인과 농구 선수에게 골프 레슨을 해주는 골프TV 프로그램 촬영 일정을 진행했다.
우즈의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쾌유를 바라는 각계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저스틴 토머스(28·미국)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워크데이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매우 걱정된다. 우즈가 괜찮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축구 선수인 개러스 베일, 게리 리네커와 농구 선수 출신 매직 존슨 등도 우즈의 쾌유를 기원했다. 우즈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교제한 ‘스키 여제’ 린지 본도 “우즈를 위해 기도한다”는 글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도 사고 소식 직후 “타이거 곧 다시 돌아오리. 당신은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시기인 2019년 5월 우즈에게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수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