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학교 밖에서 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올해 해남군에서 추진 중인 다양한 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보면,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해남의 아이들은 지금, 책과 교실을 벗어나 직접 보고, 듣고, 만들고, 움직이며 배우고 있다. 일본으로 문화탐방을 떠나고, 과학 체험 전시장에서 공룡과 상상력을 탐험하고, 하루를 아침밥 한 그릇으로 시작하는 건강한 습관까지 함께 익혀가고 있다.
해남군은 올해도 관내 작은학교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문화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지역 청소년들에게 국제적 시야를 넓힐 기회를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역시 3억 원의 군비를 투입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총 142명의 중학생이 참여한다.
1기 일정은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송지중, 황산중, 우수영중, 화원중 학생 67명이 참가하며, 2기는 7월 14일부터 18일까지 두륜중, 화산중, 현산중, 북평중, 산이중에서 75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일본 홋카이도 지역의 다테시티 ‘넥스트 제너레이션 에너지 파크’, 삿포로 차세대 에너지 파크, 중학교와 대학박물관 등을 견학하며 글로벌 감각을 익히는 시간을 가진다. 관광을 넘어서 과학·에너지 중심 체험과 현장 중심 학습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틔우게 되는 셈이다.
명현관 해남군수이자 해남군교육재단 이사장은 “글로벌 역량을 갖춘 지역 인재를 키우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남공룡박물관에서는 과학과 상상력이 결합된 특별한 전시가 한창이다. 국립광주과학관과 연계한 순회전시 ‘싸이킷(Sci-Kit)’은 전시 관람에 머무르지 않고, 관람객들이 직접 실험하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융합형 과학전시다.
‘싸이킷’은 ‘사이언스(Science)’와 ‘키트(Kit)’의 합성어로, 과학의 원리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23종의 전시물이 1층 기획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해남은 이번 순회전시에서 호남권 5개소 중 최대 규모를 유치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이 전시를 통해 공룡을 매개로 한 상상력 자극은 물론, 과학적 원리에 대한 이해와 호기심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교육과 놀이가 결합된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공룡박물관은 6월 한 달간 ‘공룡의 날’ 기념 특별공연과 SNS 이벤트도 함께 운영 중이다. 버블매직쇼 등 어린이 인기 공연과 함께, SNS에서 박물관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르면 소정의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상설 프로그램인 ‘공룡비누 만들기’ 체험도 여전히 인기다.
학생들의 아침 식사 습관을 챙기는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해남군보건소는 16일부터 29일까지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침밥 먹기 챌린지를 운영한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해남군보건소 카카오채널 ‘아침먹고 땡!’에 가입한 뒤, 아침밥 먹는 인증사진을 5회 이상 올리면 된다.
챌린지에 성공하면 소정의 기념품이 주어지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군은 이 캠페인을 통해 청소년들의 식습관 개선뿐 아니라 학습 집중력 향상,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지난해에도 약 300명이 참여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군 관계자는 “성장기 학생에게 아침식사는 기본적인 식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건강과 학습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아침밥 문화를 꾸준히 확산해 가겠다”고 말했다.
해남군의 이 같은 일련의 프로그램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체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몸으로 느끼고, 흥미를 갖고, 직접 행동하며 배우도록 유도하는 방향이다.
작은학교의 한계를 지역의 집중 지원으로 극복하고, 교육의 기회를 넓혀가는 해남군의 시도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깊다. 지방 교육의 한계를 넘기 위한 실험, 그리고 그 실험에 즐겁게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지금 해남에서는 아이들이 세계를 배우고, 과학을 만지고, 아침을 챙기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