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 보성군 열선루 일대가 지난 24일, 428년 전 이순신 장군의 결의가 다시 소환된 듯한 열기로 뒤덮였다.
올해 처음 열린 ‘제1회 보성 열선루 이순신 역사문화축제’는 개막 첫날에만 2만5천여 명을 끌어모으며, 관광객의 방문 열기와 군민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낸 현장형 축제의 역동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이 축제는 관람 위주 행사에서 벗어나, 보성이 주도한 ‘참여형 역사공동체 축제’의 서막이 열렸다는 현장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축제의 시작은 오전에 열린 ‘이순신 역사문화 학술세미나’였다. 전문가들은 이순신 장군이 1597년 명량해전을 앞두고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전선이 있습니다(今臣戰船尙有十二)”라는 장계를 올린 장소로서의 열선루 가치를 재조명하며, 보성이 이순신 정신의 실질적 출발지였음을 강조했다.
이어 오후에는 ‘장군님 오신다’ 시가지 퍼레이드가 열렸다. 청년, 다문화가정, 농업인, 어린이, 군 장병 등 군민과 지역 구성원 500여 명이 직접 행렬에 참여했고, 보성하나로마트에서 열선루까지 약 30분간 이어진 행진은 길가에 서 있던 관람객들까지 자연스럽게 참여자로 끌어들였다. ‘보는 축제’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축제’라는 축제 방향이 현장에서 분명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열선루공원 주무대에는 퍼레이드가 도착하기 전부터 4천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해군본부 의장대의 퍼포먼스와 함께 LED 창작극 ‘이순신, 불멸의 결의’가 무대에 오르며 역사적 순간을 시각적으로 재현했고, 이후 체리필터·미란이·나태주 등 대중 공연이 이어지며 세대를 아우르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축제는 열선루 일대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같은 시각 보성읍 곳곳에서는 ▲제2회 다청년페스티벌 ▲보성세계차박람회 ▲국가유산야행 ▲차나무·분재대전 등이 연계 개최되며, 보성읍 전체가 하나의 열린 축제 공간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현장에서 체감됐다.
정형철 축제 공동상임위원장은 “이순신 장군의 장계가 쓰인 바로 그 장소에서, 보성과 군민이 주도한 축제를 시작하게 된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라고 말했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열선루를 남도를 대표하는 역사·문화 거점이자 보성 정체성의 중심지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축제는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첫 회임에도 ‘보성은 역사를 기념하는 도시’가 아니라, 이를 오늘의 참여와 경제·문화의 현장으로 재구성하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