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퇴직연금 제도의 구조적 개편에 나선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 의원은 퇴직연금 ‘기금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금 수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노후소득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퇴직연금에는 약 714만 명이 가입 중이며, 적립금 규모는 400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연금 수령자가 퇴직금을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받는 비율이 무려 90%에 이르면서, 퇴직연금 제도가 노후소득 보장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핵심 문제는 수익률.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최근 5년간 퇴직연금의 연환산 수익률은 2.35%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 6.86%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러한 저조한 수익률은 곧 연금가입률 저조(53%)와 일시금 수령 선호로 이어져,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문제의 원인으로는 현행 ‘계약형’ 구조가 지목된다. 근로자나 사용자가 직접 투자 상품을 고르는 방식이다 보니, 전체 적립금의 87.2%가 은행·보험사의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쏠려 있다.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면서 안정성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된 셈이다.
안도걸 의원이 추진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이와 달리, 국민연금처럼 가입자 자산을 하나로 묶어 전문가가 통합 운용하는 방식이다. ‘미래경제성장전략위’ 금융혁신 분과에서도 이와 같은 방향에 대해 전문가 사이 공감대가 형성됐다. 위원인 황우곤 전 우리글로벌자산운용 대표는 “복수의 자산운용기구가 경쟁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금화가 도입되면 장기 저위험·중수익 중심의 분산투자가 가능해져 수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달성한 수익률 7.44% 수준까지 접근한다면,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 대비 2배 이상 개선도 가능하다.
안 의원은 “기금화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닌, 퇴직연금이 다시 노후소득의 중심축이 되도록 근본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