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떤 분을 처음으로 만났다. 약속 장소에 나가 식사하는데, 말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이 쓰고 온 모자가 필자는 알지도 못하는 유명 브랜드라며 얼마라고 자랑하고, 목걸이와 반지도 아주 비싼 것으로 딸이 선물해 주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도 계속 말을 많이 해서 듣는 내내 피곤했지만 그렇다고 첫 만남에서 인상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분도 필자도 함께 동석하신 분도 모두 힘들게 겨우 일정을 잡아서 만난 것인데, 돌아오는 발걸음과 마음이 무거웠다.
가끔 사람들을 만나면,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자랑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제 골프 가서 얼마를 쓰고 왔다던가 또는 남편 회사에 이름만 올려놓고 월급에 배당금만 꼬박꼬박 받아 챙기며 명품 가방을 구매하면서 딸도 하나 사줬다는 등의 자기과시이기 일쑤이다. 아주 고급차를 몰고 다니며 자랑만 하고 정작 모임에서 밥 한 그릇은 손이 떨리고 마음이 떨려서 못 산다. 그러면서 자랑은 공짜라서 그런지 아니면 자랑할 곳이 없었는지 친구들 사정 생각도 안 하고 자랑을 원 없이 하는 사람이 있다. 참으로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피하고 싶은 사람이다.
과연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성공했다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부산의 어느 통닭집 회장님은 정말 가난하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시골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300명 중 한 사람에게만 주는 최고의 상은 면장님 상이었다. 면장님 상은 부상도 있었다. 바로 농사일의 필수 농기구인 삽 한 자루였다. 면장님 상장을 가슴에 품고, 부상으로 받은 삽을 어깨에 메고 집에 가니 농사짓는 형들이 참으로 좋아했다. 그분은 그때 결심했다. 열심히 노력해 언제 가는 내가 삽 100자루, 아니 1,000자루의 돈을 학교에 기부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졸업 후, 어린 나이에 서울에 올라와 쌀 배달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동대문 포목점에서도 일을 배웠다. 그러다가 군대를 다녀오고, 부산에서 지금의 사모님과 함께 정말 어렵고 힘들게 통닭집을 시작했다. 부부는 6평의 작은 가게에서 장학금을 1억을 만들 때까지 결혼식도 미루었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마침내 첫 장학금으로 회장님 나이와 사모님 졸업기수를 합한 금액 48,490,000원을 냈다. 다음 해 사모님 생일날에 맞추어 모교 교장선생님을 주례로 모시고 결혼식을 올렸다. 2차 장학금은 개교 100주년에, 그렇게 3차에 걸쳐 1억 원의 장학금을 모교에 전달했다. 너무 가난해 못 배운 게 한이 된 분들이 열심히 일해 모은 장학금으로 어려운 후배들에게 희망을 선물한 것이다.
부부는 지금 장사하는 통닭집의 건물주가 되었다. 43년째 운영하며 지역에서 희망장학회도 운영하고, 지하 1층은 지역주민들의 학습공간으로 무료 개방했다. 아직도 모교에 장학금을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하고, 지역에서 봉사활동으로 이웃을 섬긴다. 참으로 귀감이 되는 존경스러운 어른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자란 자녀들의 생각은 어떨까? 역시나 제대로 가치 있게 귀하게 베풀며 사는 아버지의 모습이 늘 존경한다고 했다. 어렵던 시절을 잊지 않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고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이런 모습이 품격 있고 진정 성공한 인생 아닐까? 당연히 만나고 싶은 사람 아닐까?
강윤정
마중물교육파트너스 대표
평생교육 석사
시니어 TV 특강강사
인문학 맛있는 고전 진행자
웰라이프 및 웰다잉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