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옥 칼럼] 아들의 여자

  • 등록 2025.02.06 14: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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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너는 이다음에 배우자로 어떤 여자를 만나고 싶니?”

 

식사 중에 내가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집에서 살림만 할 수 있는 형제가 많은 여자요.”

 

“이 녀석아! 형제가 많은 여자를 데려오려면 네가 능력이 있어야 하니 어서 능력부터 키워.”

 

일하는 엄마의 아들이어서 그런지 아들은 늘 집에서 살림만 하는 친구의 엄마들을 부러워했다. 누구 집 엄마는 당근이나 오이도 나뭇잎 모양을 내어 그릇에 담아 주더라, 앞치마를 두르고 저녁을 하는 모습이 천사 같더라 등등 다른 엄마와 비교해서 말하곤 했다.

 

낸들 하나뿐인 아들에게 왜 그렇게 하고 싶지 않겠는가? 지방 강의를 다니다 보니 새벽에 나가기가 일쑤다. 나름대로 아들의 아침을 챙기겠다는 생각은 있어서 3시에 일어나 보온 도시락에 아들이 먹고 나갈 반찬과 국을 담아 식탁에 올려놓기도 하고 자주 편지를 써놓기도 한다. “아들아!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라”라고.

 

현관을 나오면서는 아들의 신발을 밖으로 향하게 돌려놓고 “신발아! 오늘 하루도 내 아들 좋은 곳 많이 데리고 다니다가 저녁엔 이 자리로 꼭 데려다 놓으렴”하고 중얼거린다.

 

핸드폰에는 아들을 ‘최고의 아들!’이라고 입력을 해 놓아 아들만 생각하면 좋은 에너지가 팡팡 솟는 것 같다. 이런 내가 새삼 아들에 대한 집착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들은 가끔 농담 비슷하게 “엄마한테서 할머니의 모습이 보여. 그러다 내 아내에게 호되게 시집살이시키는 건 아니겠죠? ”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런 걱정 하지 마! 엄마는 안 그래.”

 

아들의 말에 문득 신혼 때 방문도 닫지 못한 채 시어머니와 한집에서 살던 기억도 나고, 동네 엄마를 사귀게 되면 시댁 흉볼까 친구도 못 사귀게 하셨던 외롭던 시절도 생각난다. 손주며느리를 꼭 당신 손으로 고르셔서 둘이 내 흉을 보시겠다고 하시더니 돌아가신 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내가 그렇게 싫다 해도 아들에게 틀니 담가 놓았던 컵에 물 담아 먹이시고, 이 썩는다 해도 콜라를 늘 먹이시던 시어머니. “어머니! 틀니 담그던 컵에 물을 먹이시면 어떻게 해요? “야 틀니처럼 깨끗한 게 어디 있냐?” 하셔서 컵만 하루에도 몇 번씩 열탕 소독을 했던 것도 생각난다.

 

요즘 시어머니들은 손주가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보여주지 않으려 하면 볼 수도 없다고 한다. 언젠가 지하철 안에서 아기가 너무 예쁘기에 나도 모르게 아기 발을 만지려니까 “만지지 마요.” 하고 주변이 놀랄 정도로 소리를 크게 질러 주변 사람들이 나보다 더 놀라 일순간 모든 시선이 나에게 꽂힌 적이 있다.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그런 나를 보고 아들이 위로 한답시고 “엄마! 지금이라도 하나 낳으면 안 돼?” 이런 세상에,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형제를 만들어 주지 못한 건 늘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정말 바라는 대로 형제가 여럿 있는 여자 만나 아들딸 여럿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몄으면 좋겠다. 오늘은 아들의 여자와 예쁜 손자 상상을 하며 잠시 행복한 웃음을 지어본다. 아들은 생각지도 않는 일이긴 하지만.

 

 

 

 

박인옥

 

(사)한국교육협회 원장

경영학 박사

여성유머 강사 1호

공무원연금공단 여가설계 강사

기업, 단체 등 4,200여 회 강의

박인옥 기자 golf00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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