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다농마트 사태는 ‘계약 종료’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①편이 보여준 것은 닫힌 문과 무너진 생계였고, ②편은 그 뒤에서 규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추적했다. 그리고 ③편에서 지이코노미는 “우연이 아닌 계획”이라는 문서 정황을 공개했다. 이제 ④편은 그 구조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돈의 흐름이다.
지이코노미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경보유통은 전대가 금지된 마트매장 일부를 두고 제3자와 전대차 계약을 체결해 계약금 4억 원을 수령한 정황이 드러났다.
뒤늦게 전대차 계약이 불법임을 인지한 계약 상대방이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며 법원에 신청한 채권가압류는 인용됐고, 지이코노미는 그 결정문을 확보했다. 문서로 시작된 ‘퇴출 설계’ 의혹은 이제 금전 분쟁과 법원 판단이라는 현실의 증거를 남기기 시작했다.
■ 83억 보증금은 왜 ‘조건’이 아니라 ‘구조’로 읽히나
경보유통의 보증금은 약 83억 원. 면적 조건이 변경될 경우 약 92억 원 수준까지 상향될 수 있다는 흐름도 거론돼 왔다. 문제는 액수 자체가 아니다. 그 액수가 만들어내는 행동이다. 정상 영업을 전제로 한다면 수익 구조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의문이 일기 시작한다. 보증금 83억은 단순 담보가 아니라 직접 운영이 아닌 다른 수익 구조를 전제한 장치였던 것은 아닌가.
유통업계에서 이러한 과도한 조건은 대개 하나의 경로로 수렴한다. 높은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사업자는 ‘운영’이 아니라 권리의 가공·분할·재임대, 즉 전대라는 우회 경로의 유혹에 놓인다.
결국 83억은 “운영을 하라”는 조건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구조”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리고 이번 4억 가압류 사건은 그 구조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첫 장면이다.
■ 불법 전대차 계약, 계약금 4억…가압류로 확인된 ‘돈의 움직임’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올해 2월 3일, 채권자 김 모 씨가 신청한 채권가압류를 인용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채권자는 경보유통을 상대로 ‘약속이행담보금 반환 청구권’을 주장했고, 청구금액은 4억 원이다. 가압류 대상은 경보유통이 마포시설관리공단에 대해 갖는 채권이다.
가압류는 유죄 판단이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금전 분쟁의 실재와 보전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특히 공단 설명에 따르면 문제의 거래는 전대가 금지된 상태에서 이뤄진 정육코너 전대차 계약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전대 금지 위반 → 계약금 4억 수령 → 반환 요구 → 가압류 인용. 의혹이 아니라 현실의 사건으로 나타난 구조다.
■ 공단 계약금까지 가압류…공공기관은 ‘지급 금지’ 상태
채권자는 경보유통이 공단에 납부한 약 4억2천만 원 계약금 채권에 가압류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공단은 법원 결정으로 해당 금액을 지급할 수 없는 지급 금지 상태에 놓였다.
민간 분쟁이 공공기관 집행 영역까지 번진 것이다. 공유재산 임대 계약에서 전대 금지 위반이 현실화될 경우 그 피해는 당사자에 그치지 않는다. 공단의 계약 안정성, 공공자산 관리 신뢰, 향후 운영 공백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전대 금지 조항의 실효성이 처음으로 시험대에 오른 장면이기도 하다.
■ 가처분 신청이 비춘 ‘시간 끌기’ 전략?
지이코노미가 추가 확인한 문서는 경보유통이 제출한 임대차계약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서다. 핵심은 단순하다. 공단이 계약 해지, 신규 임차인 선정, 제3자 임대차 체결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 달라는 요구다. 가처분은 대개 시간이 필요한 쪽이 선택하는 법적 장치다.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경보유통은 왜 본계약 이행이 아니라 해지 차단을 먼저 선택했는가. 시장에서는 보증금 이행 능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물론 이는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의 영역이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의 존재 자체는 경보유통의 우선순위가 “즉시 이행”보다 “현상 유지”였음을 보여준다.
■ 권리는 주장하고 책임은 미루는 구조
경보유통은 소송 과정에서 임차권 존속과 권리 보호를 강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실제 이행 과정에서는 반복된 전대 시도 금전 분쟁 지분 이전을 포함한 공동투자 구조 시도 등이 이어졌다.
권리는 끝까지 주장하면서 책임과 의무는 충분히 이행했는가. 지역 사회 비판의 핵심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공공자산 기반 사업에서 직접 운영 책임보다 권리 유지와 구조 재편이 앞섰다면, 이 사건은 더 이상 단순 민사 분쟁으로 보기 어렵다.
■ ‘돈의 구조’가 다시 사건을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83억 보증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가 어떤 행동을 낳고 어떤 유혹의 고리를 만들며 공공기관을 어떤 위험으로 끌어들이는지, 바로 그 지점이 사건의 본질이다.
전대 금지 위반 정황, 4억 가압류 결정,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 구조의 결과가 이제 현실로 나타났다. 남은 것은 책임의 시간이다.
■ 다음 편 예고
지이코노미는 다음 편에서 경보유통의 자금 조달 구조, 보증금 이행 능력, 반복된 전대 시도의 배경을 종합 추적해 투자·후견·연결선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31일, 23년간 시장을 지켜온 다농마트의 영업 마지막 날, 직원들의 생계가 동시에 멈춰 선 그 시점에 비워질 공간 투자 논의를 위한 움직임이 있었는지도 사실관계 중심으로 확인하고 있다.
취재 결과 당시 김대중재단 관계자 2명이 박강수 마포구청장을 면담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 만남이 단순 인사였는지 공간 투자 논의와 연결됐는지 추가 검증이 진행 중이다.
생계의 끝과 투자 논의의 시작이 같은 시간 위에서 교차했다면, 다농마트 퇴출은 시장 경쟁이 아니라 사전에 준비된 다음 단계였을 가능성을 더 이상 피하기 어렵다.
다음 편에서는 그날의 면담 경위와 등장 인물, 그리고 김대중재단이 언급된 투자 논의의 실체가 퇴출 구조와 어떤 연결선을 갖는지 문서와 증언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권력은 어떻게 밥줄을 끊었는가. 이제 그 질문은 돈의 흐름을 넘어 투자와 정치 연결선의 실체를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