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2001년에 개봉해 "내가... 니... 시다바리가?", "느그 아부지 머하시노?" 등의 명대사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친구>는 방역 소독차 꽁무니를 따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한 장면이겠지만, 중·장년층이라면 어린 시절 소독차 뒤를 신나게 쫓아갔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방역소독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소독 연기를 마시면 몸속 세균이나 기생충이 소독된다는 속설 때문에 연기 속으로 뛰어드는 아이를 말리지 않는 부모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 연막소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60년대부터다. 이후 오랫동안 방역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었지만,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이 문제가 되면서 친환경 방역 방식으로의 전환이 확산되고 있다. 전남에서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목포, 신안, 장성, 영암, 담양 등 5개 지역이 보건소 주도형 방역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연막소독에서 친환경적인 분무소독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장흥군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방역 체계를 개편하고 친환경 방역을 시범적으로 추진한다.
현재 장흥군의 방역 소독은 보건소와 읍·면, 그리고 마을별 자율방역단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마을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자율방역단 활동이 어려운 지역이 늘어나면서 기존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다. 2024년 장흥군 방역 실태조사에 따르면, 마을의 44%는 월 1회 미만, 56%는 주 1회 방역을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나 방역 빈도가 저조한 실정이다. 또한 방역 기기와 약품 관리도 체계적이지 않아 보다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장흥군은 올해부터 10개 읍·면 중 3개 지역(장흥, 부산, 유치)을 선정해 보건소 주도 방역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소독 방식도 연막소독에서 친환경 분무소독으로 전환하며, 방역 기기와 약품 관리도 통합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목적 방제 차량 1대를 신규 구입하고, 전담 인력도 2인 1조로 2개 반을 편성했다. 한 팀은 장흥읍을, 다른 팀은 부산면과 유치면을 맡아 매주 1회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방역 시스템은 시범 운영의 성과를 바탕으로 장흥군 전역에 점차적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보건소 주도형 방역의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문 인력을 활용하여 방역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일관된 품질 관리와 장비의 효율적인 운용을 통해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친환경 방역 방식을 도입하여 환경 오염을 줄이고, 주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방역 방식의 변화는 주민들에게 곧바로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존 연막소독의 강한 연기와 소리에 익숙한 주민들은 조용한 소독 방식이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이에 장흥군은 시범 지역 주민 교육과 홍보 활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며, 방역 소독 요청에도 신속히 대응해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4월, 소리 없이 피어나는 봄꽃처럼 조용히 이루어질 친환경 방역 소독.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새로운 방역 방식이 조용하지만 확실한 변화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