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NH농협(회장 강호동)의 배짱이 두둑하다. 언론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사를 삭제하라며 전화를 걸고, 말을 듣지 않으면 법무팀이 나설 수 있다며 법적 조치를 암시했다. NH농협 홍보실 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본지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법무팀에서 연락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한 정정 요청이 아니다. 이는 “입을 닫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는 전형적인 언론 길들이기다.
이런 방식은 낯설지 않다. 윤석열 정부 들어 등장한 신조어 ‘입틀막’은 비판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비판자를 배제하는 현실을 풍자하는 말이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인사를 자리에서 끌어내고, 정권에 비판적인 인물을 ‘문제 인물’로 몰아내는 식이다. NH농협의 행태는 이와 닮아 있다. 비판을 ‘오보’로 몰고, 언론의 입을 막으며, 말을 듣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운운한다. 과연 국민의 금융기관이 취할 태도인가.
이번 사안은 3월 22일자 본지 칼럼 「농협은행의 반복된 비극, 강태영 은행장과 강호동 회장이 책임져야」에서 비롯됐다. NH농협은행 직원이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사망한 사건에 대해, 기자는 그 책임을 조직의 수장들에게 묻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라 여겼다. 한 개인이 조직의 압박과 책임 전가 속에서 희생당했을 수 있다는 중대한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본지는 복수의 내부 관계자 증언과 자료 분석을 통해 기사를 작성했고, 유족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더 깊이 들여다보려 했다. 그런데 농협의 첫 반응은 유감 표명이나 해명이 아닌, ‘삭제 요청’과 ‘법적 경고’였다.
농협 측은 해당 기사를 ‘오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본지는 팩트에 기반해 절제된 표현으로 기사를 썼고, 오히려 농협 측에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돌아온 답변은 원론적인 입장뿐이었다. “CEO는 과거 대출과 무관하다”, “내부통제는 정상 작동 중이다”, “특정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한 바 없다”는 말만 반복됐을 뿐, 어떤 대목이 오보라는 것인지조차 명확히 짚지 않았다. 결국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려는 태도만 더욱 뚜렷해졌다.
사실 농협의 이 같은 언론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19년 자산운용 손실, 2021년 수백억 원 규모의 대출 사고, 2023년 고객정보 유출, 2024년 조직적인 사고 은폐 정황까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문제 해결과 책임자 문책보다는 언론 대응에 집중해왔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2025년, 마침내 검찰 조사 중 직원이 사망하는 비극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도 농협은 여전히 “기사가 잘못됐다”는 말로 본질을 덮으려 한다. 정말 잘못된 것은 기사인가, 아니면 반복되는 사고에도 바뀌지 않는 그들의 조직 문화인가.

NH농협은 협동조합 정신을 근간으로 한다. 국민의 돈으로, 농민의 신뢰로 성장한 조직이다. 그런 기관이 언론에 폐쇄적이고 진실 앞에 냉담하다면, 그것은 곧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다. 그 어떤 기업보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농협이, 비판 기사에 격앙돼 법적조치를 운운하며 기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이는 스스로 민낯을 드러내는 일이 될 뿐이다.
지이코노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NH농협그룹의 반복된 금융사고, 언론 대응 방식, 내부통제 실패, 책임 회피의 역사에 대해 연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단순한 보도를 넘어, 농협 내부의 구조적 문제와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를 해부하고, 그 안에서 벌어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것이다. 진실은 침묵으로 덮을 수 없다. 지이코노미는 끝까지 묻고 기록할 계획이다.
※NH농협 내부의 비리, 부조리, 억울한 피해에 관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작은 목소리가 진실을 밝히는 시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