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위에 지어진 내면의 집: 작가 양신현의 미학과 존재적 풍경’

  • 등록 2025.05.23 13: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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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종욱(미술평론가/문화칼럼니스트)
제2회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동문전, 작가 양신현은 ‘짓는다’

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 푸르른 생명이 절정을 향해 뻗어가는 5월, 서울 노원구 더숲아트갤러리에서는 한 편의 조용한 사유와 성찰의 전시가 관람자를 맞이한다.

 

제2회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동문전에 참여한 작가 양신현은 ‘짓는다’는 행위를 중심으로, 삶과 예술, 내면과 존재의 경계를 묻는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의 예술적 출발은 회화나 조형 이전에 '살아내는 시간'에서 비롯된다. 양신현 작가는 21년 전 양평으로 이주한 이후 오랜 세월 거처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시련과 결핍의 시간을 지나야 했다. 그러던 중 그는 스스로 설계하고 건축한 3층 규모, 48평의 집을 7년에 걸쳐 완성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자신의 감정과 기억, 철학이 응축된 예술의 현장이 되었다.

 

그가 말하듯, “무에서 유로, 유에서 다시 무로 돌아가는 흐름은 멀게만 느껴졌지만, 결국은 행복으로 남았다.” 이 집은 존재의 실존을 증명하는 공간이자, 자신과의 고요한 대화를 축적해 온 정신적 풍경이다. 양신현의 예술은 그곳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개인의 회고가 아닌, 관람자의 내면을 되비추는 거울로 작동한다.

 

그의 작업은 정교한 감정의 언어로 구성된다. 무심한 듯 놓인 오래된 오브제, 기억이 깃든 일상의 소품들은 감정의 층위를 따라 유기적으로 배열된다. 이는 시각예술을 통한 감정의 구조화이며, 동시에 시간과 정서를 수평적으로 확장해나가는 방식이다. 그가 남긴 작가노트는 이 지점을 명확히 한다. “끝없는 우주와 나의 존재는 너무도 힘겨워 보이지만, 내 안의 작은 우주를 행복으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늘 나 자신을 자극한다.”

 

주목할 것은 그의 예술이 단절된 개인의 고백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양 작가는 매일 아침 교통봉사와 초등학교 등굣길 안내를 하며 익명의 얼굴들을 응시한다. 무언의 표정 속에 스민 감정을 읽고, 그것을 다시 예술로 치환하는 그의 실천은, 예술과 생활이 별개가 아님을 증명하는 행위다.

 

그의 작품은 외형적으로 과장되거나 현란하지 않다. 오히려 절제되고, 침묵 속에서 더 많은 감정을 품는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깊이 말하고,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예술. 그것이 바로 양신현이 추구하는 내면의 미학이다. 그의 작업은 외부 세계의 재현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을 구성하는 작업이며, 우리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내면에는 지금 어떤 집이 세워지고 있습니까?”
“그 안에는 어떤 시간과 감정이 머물러 있습니까?”


이번 전시는 단지 작품을 ‘보는’ 자리가 아니라, 그 안에 ‘머무르고 사유하게 만드는’ 장이다. 양신현 작가가 시간 위에 지어올린 내면의 집은, 오늘날 우리가 잊고 지낸 감정의 깊이를 되새기게 하는 조용한 울림으로 남는다.
 

정길종 기자 gjchung111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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