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가족의 슬픔 위에 놓인 ‘추가금 안내서’…‘상조, 이대로 괜찮습니까?’

  • 등록 2025.05.28 10: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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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는 예우이고, 상조는 신뢰여야 한다
선택인가 강요인가, 무너지는 상조의 신뢰
상조서비스는 더 이상 ‘배려’나 ‘안심’ 기능하지 못해

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 상조는 유가족의 슬픔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로 출발했다. 갑작스러운 상(喪)을 맞이한 가족들이 복잡하고 낯선 장례 절차에서 벗어나, 보다 정중한 방식으로 고인을 보내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현장에서 들려오는 상조의 모습은 그 본래 취지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한 상조 실무자를 취재한 결과, 상조서비스는 더 이상 ‘배려’나 ‘안심’의 이름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가족에게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는, 각종 업그레이드 항목과 추가 비용 설명으로 덮여 있었다. 수의, 유골함, 리무진, 상복, 도우미까지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안내된 상품이 정작 장례 현장에서는 “추가가 필요하다”는 설명으로 다시 포장된다.

 

고객들은 반문한다. “상품에 다 포함돼 있다면서 왜 또 추가하라 하느냐?” 슬픔 속에 떠밀리듯 선택해야 하는 항목 앞에서, 유가족의 감정은 상처받고, 실무자는 감정노동에 지친다. 서비스라기보다 강매에 가까운 상황이 반복되며, 상조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가 일선 실무자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회사 구조와 지침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지역별 문화와 소비 성향을 무시한 본사의 일괄적인 실적 압박, 성과 중심의 판매 유도, 감정적 공감보다 ‘금액’과 ‘추가 항목’을 우선시하는 영업 논리는 고객도, 실무자도, 기업도 모두를 지치게 한다.

 

상조는 기본적으로 ‘선택권’을 보장해야 하는 서비스다. “고인을 더 잘 모셔야 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필수처럼 유도되는 고가 항목들은, 고객의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한다. 선택이 아니라 강요로 느껴질 때, 상조는 단순한 판매를 넘어 도덕적 신뢰를 잃게 된다.

 

이제 상조업계는 성과가 아닌 ‘성찰’이 필요하다. 상품은 명확하고 투명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선택 항목과 포함 항목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실무자는 영업 인력이 아니라 유가족의 동반자여야 하며, 감정노동 보호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객 만족도와 민원 관리도 실적 평가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장례는 인생의 마지막 예우다. 그 마지막 순간을 상업적 기회로만 바라보는 구조는 결국 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상조가 다시 신뢰받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구조를 정비하고 본래의 취지로 돌아가야 한다. 신뢰는 돈으로 파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지키는 것이다. 지금 상조에 필요한 건, 그 마음을 되찾는 일이다.

정길종 기자 gjchung111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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