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알리는 6월이지만 이미 봄은 없어지고 온 여름이다. 기상청이 지난 100년간 기후를 분석한 결과, 1910년대 서울에서는 여름이 6월 중순(6월 10일)부터 였지만 2000년대 여름은 5월 27일로 앞당겨졌다. 여름은 일(日)평균기온이 20도 이상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지 않는 첫날로 정의하는데, 2010년대 들어서 여름 진입 시기가 더 빨라지면서 올 여름은 이미 5월부터 시작되었다.
6월의 날씨는 단순히 기온이 높은 폭염이지만 이상기온에 습도까지 시너지를 이루면서 더욱 견디기 어려워지고 있다. 섭씨 35도, 습도 85%인 한낮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몸을 던지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전국에서 벌어지는 마라톤 대회, 학교 운동장에서 조기축구, 야외에서 진행되는 사회인 야구대회, 동호인 전국 사이클 대회, 온 산하를 뒤덮는 주말 등산객 등 다양한 행사가 더운 여름에도 개최된다. "이 세상에서 햇살이 강한 한낮에 바깥에 나가는 건 미친개와 영국인뿐이다“ 라고 영국의 위대한 극작가 노엘 카워드 경(卿)이 말한 미친개와 영국인들이 땡볕 태양 아래에서 걸어 다닐 때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 할 정도의 더위를 이겨 내기 힘겨움에도 한국 골퍼들은 폭염 속에 뛰어다니고 있다. 도대체 한국 골퍼들의 땡볕 근성은 어디에서 나올까.
골프의 계절은 단연 봄·가을을 최적이라 얘기하지만 실제로 골프는 여름 운동이다. 골프장의 우열은 넓은 초원에 깔린 잔디의 상태로 결정된다. 최고 수준의 잔디 상태를 자랑하는 골프장은 대부분 최상위 브랜드의 골프장이다. 잔디는 여름에 가장 생장이 활발하다. 따라서 티샷 임펙트 때 느끼는 튼실한 풀잎에 감기는 짜릿한 질감의 손맛은 여름철 잔디가 최고다. 뿐만 아니라 골프는 신체 근육의 회전운동으로 최적의 몸 상태를 보여주는 것도 여름이다. 하지만 좋은 점은 이것이 끝이다.
여름은 골퍼들에게 겨울과 마찬가지로 반갑지만은 않은 계절이다. 폭염과 장마비의 변덕스러운 날씨와 함께 땀으로 젖은 장갑은 손의 움직임을 둔화시키고 땀범벅과 함께 짜증스러운 불쾌지수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다른 계절에 비해 더 많은 발생하고 있다.
골프장이 600개(18홀 기준)를 넘어서면서 골프장 안전사고도 크게 증가하였다. 따라서 이제 대중화 시대로 진입한 골프도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고는 ‘부주의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들이기에 특히 골퍼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햇볕이나 더위를 벗어나고자 하는 빠른 샷으로 인한 타구 사고는 심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골프장 내의 헤저드 익사 사고들 대부분 여름철에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골프장에서의 ”골퍼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다양한 안전사고는 골프장의 제도 및 시설 개선보다 더 우선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좋아하는 골프 도중 사고를 당하여 평생을 장애로 살아가거나 심하면 사망에도 이른다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골프장은 골프장 관련 법규에 대한 불만과 골퍼들의 안전불감증이, 골퍼들은 골프장의 운영관리에 대한 불만들이 대중을 이루지만 골프장 내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골퍼들의 안전불감증이 큰 원인이다. 골프장에서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보다 오직 매출에 기인하여 한 팀이라도 더 받으려는 과욕이 원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초보 골프를 골프장을 인도하는 동반자는 타구사고를 주의한다는 마음 가짐으로
골프장에 비기너를 데려가는 동반자는 소위 골프장에 '머리 얹으러 가면서' 안전에 대한 교육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나 안전교육은 생략한 채 오직 공 잘 치는 법만 알려주고 있다.
무게 46g의 아주 조그만한 골프공이 골퍼의 클럽을 떠나면 그것은 공이 아니라 무서운 흉기로 변한다. 초속 250m의 속도로 날아가면서 전화번호부 책을 뚫을 만큼 위력이 강하고 공에 맞으면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공의 위험을 교육하는 사람은 대명천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라운드 도중 캐디가 골프공이 날아온다고 위험을 경고 하면 “골프공에 머리를 맞으면 머리가 깨지는 것이 아니라 골프공이 깨진다”는 무용담을 얘기하는 동반자들을 수없이 보았다.
실제로 대구의 체력단련장에서 함께 라운드 중 필자가 친 공이 나무에 맞아 뒤로 날아오면서 여성 동반자의 얼굴 광대뼈를 맞아 85바늘을 꾸맨 경우도 경험하였다. 늘 안전에 관심과 주의를 가진 골프 안전 전도사도 이러한데 동반자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이나 장애를 갖게되는 걸 목격한다면 가슴 섬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골프장은 타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습 스윙을 위해 1번홀과 10번홀 근처에 연습스윙 공간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연습 스윙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경고하는 표지판을 세우고 캐드들에게도 안전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골퍼는 라운드 도중 샷을 하기 전 다른 동반 플레이어 등에게 위험을 알려야 한다. 인접 홀에서 날아온 공에 의한 부상은 골프 코스의 문제로 골프장에서 책임을 져야 하지만 라운드 도중 뒷팀이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뒷쪽에서 위험을 알리는 '포어(Fore)'라는 경고를 들었다면 즉시 몸을 움츠리면서 손으로 머리 부분을 감싸는 등 자신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뒤돌아보다가 다치면 피해자 과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 판례에도 언급되고 있다.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가장 위험한 사고는 카트사고이다
안전사고의 절반 이상이 지각 능력과 신체 반응이 현저히 떨어지는 한순간에 추락하는 골프 카트 사고다. 자동차 사고는 70% 이상이 머리 손상을 유발하듯이 경사진 비탈에서 발생하는 낙상으로 인한 추락사고는 거의 자동차 사고에 버금가는 손상으로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이러한 피해는 골퍼 한 사람의 피해를 떠나 한 가정을 나락으로 빠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5년간 전국골프장에서 발생한 카트 사고(전국골프장 내 유형별 사고 현황)는 총 1751건으로 5년 평균 매년 350건의 카트 사고가 발생하였다. 사고 유형별로는 충돌사고가 13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추락사고 369건, 전복사고 69건 순이었다. 이들 사고로 1560명이 다쳤고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벼운 접촉 사고로 인한 사망이 아닌 경우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고 발생 건수는 이보다 2배나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국가 전자상해 감시시스템'(REISS)에 등록된 사고 사례 연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약 15만 6040명이 골프 카트 관련 사고로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골프 카트 사고 유형으로 주행 중 추락사고가 가장 많았고, 다음은 부딪힌 사고였다. 부상 부위로는 55%는 뇌진탕과 뇌출혈로 심각한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위였다.
카트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 고육책으로 안전바 3개를 설치한 카트
계속 같은 형태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만, 골프장에서의 안전장치 준비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였다. 카트와 안전시설물에 손잡이나 팔걸이는 설치돼 있었지만, 대부분 수납 바구니, 가르막 등 다른 물품이 설치되어 있어 이용이 어려웠다. 팔걸이 높이도 낮아 좌석 이탈방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야간 라운드가 일상화되었지만, 전조등이나 후미등을 설치한 카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흔한 안전띠와 차 문이 설치된 카트는 단 한 대도 없다. 지난해 발생한 카트 추락사고로 경각심을 가질 때 썬힐 골프장은 발 빠르게 카트 손잡이와 함께 안전 대(위 사진 참조)를 3곳이나 설치함으로 내장객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카트 도로에 설치된 안전 시설물의 경우 경사각 권장기준인 11.3도를 초과한 구간도 많았으며, 무려 16도 이상의 급경사 구간도 일부 있는 골프장도 있다. 미끄럼방지 포장이나 주의 표지 등 안전시설물이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이마저 이행하지 않는 골프장도 있다. 특히 국내에 보급된 골프 카트의 약 30%가 10년 이상인 노후 차량(카트 수명 8~10년 정도)이다. 언덕 같은 비탈면과 인접한 구간 중 일부 시설물은 방호 울타리나 조명시설이 없거나 파손되어도 복구하지 않은 안전불감증의 골프장도 전국에 산재되어 있다.
라운드 도중 카트를 타지 말고 걸어가면서 운동하자
인간의 근육은 하체부터 퇴화한다. 20대와 70대의 근육을 비교하면 상체는 30% 감소한 데 비해 하체는 무려 50%나 감소한다. 골프에서 하체의 리드가 장타를 만든다. 하체는 걸을 때 튼실해진다. 골프 라운드 도중 카트 사고는 대부분 카트 승차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걸어가는 골프를 즐기면 건강한 체력과 함께 카트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산악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아 골프장의 지형상 카트 사고 우려가 있고, 골프 카트는 안전띠 없이 양옆에 문이 없는 개방적 형태로 사고 위험성이 높다. 또한, 요즈음 라운딩 비용을 줄이기 위한 캐디 없는 골프장이 확산하면서, 골프장 카트 운행에 익숙하지 못한 골퍼가 카트 운행을 하다가 많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카트 사고의 “제1 예방은 걸어서 라운드를 즐기는 방법”이다. 굳이 카트에 탑승할 때는 카트 손잡이를 잡고 이동시 바른 자세로 안전에 유의하는가 스스로 점검하도록 하자.
골프장에서 연간 무려 수십명이 사망하고 있다
최근 비공식 조사에 의하면 전국 골프장에서 년간 수십명이 라운딩 또는 직후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한다. 물론 생활 습관병(성인병)에 의한 심장질환 및 뇌질환에 의한 돌연사를 포함한 숫자이지만 타구사고, 익사사고, 카트사고, 낙뢰사고에 의한 것으로 대부분의 골프장이 안전의무에 소흘하였거나 경기도우미의 안전의식의 부재와 현장에서 응급처치의 미비로 인한 것이다. 이러한 사고로 골프장에서 지불하는 배상금은 많아짐과 동시에 골프장의 신인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제 경기도우미는 단순하게 골퍼가 플레이어하는 동안 골프 전반에 관한 어드바이스와 그날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라운딩의 리더 역할만으로는 품격 높은 골프장으로 거듭날 수 없다. 골퍼에게 주치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안전을 리드하는 안전요원으로 그날의 안전사항을 총괄 감독하면서 개개인의 건강까지 체크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안전사고를 현장에서 신속한 응급처치 기법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캐디 및 모든 골퍼인들은 자신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안전 및 응급처치 교육을 배우고 익혀 쾌적하고 안전한 골퍼인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우리나라가 유독 골프장에서 안전사고가 많은 이유
국내 골프장 대부분이 산악지형에 조성한 탓으로 급경사, 급회전, 낭떠러지에 페이웨이 폭이 좁고 업 다운이 심하고 빠른 시간 배정으로 팀 간의 간격이 가까워 사고 발생 우려가 많은 편이다. 또한 골프의 특성인 중독성으로 인해 지나치게 몰두하여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여 위험을 초래하고, 사고는 자신에게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남의 불행으로 보는 관점이 팽배하여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기 도우미의 불친절과 서비스 정신의 실종, 사고예방 대처능력의 부족과 응급처치 미숙으로 골프장에서 책임이 가중 (도우미의 잘못이 곧 골프장 손실로 이어짐)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 골프장 입장 : 홀과 홀 사이에서 날아오는 볼까지 책임지는데 납득이 가지 않음 � 골퍼인 입장 : 사고의 책임은 안전시설 설치를 하지 않은 골프장 책임이 당연함 |
골퍼, 왜 안전사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골프장 카트의 현대화와 장비(드라이브 등)의 성능개선으로 진행의 속도감과 골프공의 빠른 스피트가 사고발생시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옆 홀 서 날아온 볼에 맞아 실명한 피해자까지 발생하는 현실에서 안전사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최근 캐디들의 사고방식이 자유로워지면서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정신이 부족해지고 편리성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신세대 감각이 사고 발생의 요인을 많이 제공하지만 정작 꼭 필요한 안전교육 및 응급처치 교육을 적절하게 시키지 않는 골프장이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 종사자들도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골프장 안전사고 시 초기 응급처치는 골퍼의 생명이나 장애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다. 골프장 직원 및 경기 도우미들이 기본적인 응급처치법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사고자의 생명을 구하고 장애를 경감시키고 부상의 악화를 예방하여 치료기간을 단축시켜 빠른 회복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이젠 “골프장 안전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생각하여야 한다. 또한 많은 골프장에 생기면서 명문 골프장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는 사고가 없는 안전한 골프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여건이 허락할 때마다 안전에 관련된 교육과 친절교육은 상시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5년간 골프장과 관련된 안전사고 발생이 2배로 늘고 있고 또한 새롭게 진입하는 비기너 골퍼들이 생겨나고 있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싯점이다. 앞으로 국내 골프장은 5년 내외에 약 7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안전불감증을 가진 골퍼도 늘어나면서 더 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골프장의 안전사고는 생명과 직결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여름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골프장 뿐만 아니라 골퍼도 안전사고 예방에 노력하여야 한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라 했다. 바로 뜨거운 여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젠 폭염, 열대야 등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감당 해야 할 여름 환경이다. “육칠월 더위에 암소 뿔이 빠진다” 하였고 심지어 해가 넘어가는 저녁 때인 “칠월 저녁 해에 황소 뿔이 녹는다” 했다. 무더위를 걱정하는 선조들의 지혜를 헤아리면서 땡볕 라운딩을 준비한다면 사전에 수분 보충에 노력하면서 시작 전 스트레칭을 하고 난 뒤 가벼운 마음으로 타수에 신경쓰지 않고 여름 라운드를 즐기도록 하자. 그리고 혹시하는 마음으로 장타까지도 기대해보자.
이원태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