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미래를 말하지만, 현실은 무너지고 있다. SK증권이 자산관리(WM) 부문을 미래 성장의 축으로 삼겠다며 조직을 재편하고 금융센터를 확대했다. 그러나 성적표는 초라하다. 실적은 악화되고 자산건전성은 흔들린다. 전략보다 중요한 건, 지금 시장이 요구하는 냉정한 ‘검증’이다. SK증권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발간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SK증권은 처음으로 WM 부문을 지속가능 전략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전우종 대표는 “고객 수익에 직결되는 자산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지난해 조직 슬림화에 이은 본격적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하지만 성과는 정반대다. 올해 1분기 WM 부문은 103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는 부동산 PF로 타격을 입은 저축은행 부문보다 더 나쁜 실적이다. 연간 영업순수익은 2022년 227억 원에서 지난해 163억 원으로 감소했고, WM 시장점유율은 2.1%에서 1.4%로 급락했다. 인수했던 피티알자산운용은 작년 재매각되며 전략이 방향성을 잃었다.
문제는 외부 환경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미래에셋, 한국투자, 삼성증권 등 대형사들이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복합 PB 서비스를 앞세워 고액자산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SK증권이 내세운 ‘대형 금융센터’ 전략은 이들에 비하면 한참 뒤처진 대응이다. ‘차별화’가 아닌 ‘늦장 추격’에 가깝다.
자본력도 불안하다.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은 5,6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 감소했다. 부동산 PF 부진의 여파다. 여기에 최대주주 J&W파트너스는 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되며 지배구조 리스크까지 떠안았다. 해당 PEF의 자산총계는 970억 원 수준으로,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여력조차 제한적이다.
더 큰 문제는 자산건전성이다. 올해 들어 요주의이하자산이 800억 원 증가해 3,300억 원, 고정이하자산은 1,400억 원 늘어 2,3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증권담보대출을 포함한 신용공여금이 급격히 부실화되고 있다. 고정이하 신용공여금만 919억 원, 관련 충당금도 159억 원 늘었다. 회수가 불투명한 자산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SK증권은 여전히 WM 부문의 체질 개선과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대형 금융센터를 통해 세무, 부동산, 투자상품을 결합한 종합 자산관리를 제공하고, 법인 및 공공기관 대상으로도 컨설팅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은 말보다 숫자에 반응한다. 손실을 내는 자산관리, 무너지는 자본, 불안한 지배구조와 늘어나는 부실, 이 모든 것은 SK증권이 “생존 가능한 체력”을 갖췄는지 묻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청사진이 아니다. 실적, 건전성, 자본, 그 모든 항목에서 SK증권은 시장의 시험대 위에 있다. 버틸 수 있는가? 아니면 밀려나는가? 선택은 이제 성과로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