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중동 지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국채금리가 동시에 상승하자 뉴욕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채권금리까지 끌어올리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5일(현지시간) 오후 1시50분 기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00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약 2.1%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2% 하락했다.
이번 하락세는 중동 전쟁 긴장이 재차 확대되면서 촉발됐다. 교전이 6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뚜렷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에너지 공급과 글로벌 물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고 해상 운임 역시 오르면서 공급망 차질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특히 이란의 유조선 공격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했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확산되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8% 가까이 상승하며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도 약 5% 상승해 배럴당 85달러를 웃돌았다.
유가 상승은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 가격은 하락했고 금리는 상승했다.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5.6bp(1bp=0.01%포인트) 오른 4.14%까지 상승했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 역시 4.6bp 상승해 3.59% 수준까지 올랐다. 최근 4거래일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날 유가 상승세가 잠시 진정되며 다우지수가 200포인트 이상 반등했지만 하루 만에 시장 분위기는 다시 급변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
증시에서는 특히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났다. 엔비디아와 애플, 알파벳, 테슬라 등 주요 기술주는 1% 이상 하락했다. 전날 급등했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4% 넘게 떨어졌다.
반면 브로드컴은 약 2.8% 상승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도 소폭 오르며 일부 대형주가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의 해상 물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교전이 확대될 경우 에너지 시장 충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벌 최고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이 이번 상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보호하는 군사적 부담과 재정 비용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유조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 호위와 위험 보험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인 운항이 언제 안정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회사가 2024년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을 재개하고 그레그 아벨 최고경영자(CEO)가 약 1500만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1% 이상 올랐다.
한편 미국 노동시장 지표는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최근 1년 사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노동시장이 안정적인 상태임을 시사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오는 7일 발표될 미국의 2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를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