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광주광역시가 ‘AI 반도체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설계(IP)부터 검증, 실증까지 팹리스 산업의 전 과정을 담아낼 밸류체인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반도체 생태계의 판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12일, 광주실감콘텐츠큐브 MX스튜디오에서 열린 ‘AI 팹리스 클러스터 협력 컨퍼런스’는 그 포부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국내외 유망 팹리스 기업과 반도체 IP 벤더, 디자인하우스 관계자, 연구기관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여해 팹리스 생태계의 미래와 전략을 공유했다.
무대에 오른 강기정 광주시장은 “AI 국가 시범도시인 광주는 이제 반도체 설계부터 실증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할 준비가 돼 있다”며 “팹리스 기업이 기술을 검증하고, 실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산업계를 넘어 학계·연구기관까지 참여한 실질적 협력의 장이었다.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은 ‘AI 반도체 산업현황 및 전망’ 발표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중심축이 팹리스로 이동하고 있다”며, “광주는 이 흐름에서 기술, 인프라, 인재를 모두 갖춘 드문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강현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호남권연구본부장은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전주기 지원전략과 전문인력 양성방안을 제시하며 광주 클러스터의 실행 방향을 구체화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패널 토론이었다. 국내 팹리스 선도기업 대표들이 “AI 데이터센터와 실증 장비, 실제 서비스 적용 환경을 두루 갖춘 광주는 중소 팹리스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은 이미 산업 구조가 포화 상태인 반면, 광주는 산업 인프라와 행정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특히 IP, 디자인하우스, 제조, 검증이 실시간 협업 가능한 구조가 갖춰지면, 반도체 개발 속도는 물론이고 산업 전반의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광주형 AI 반도체 모델’은 주목받고 있다.
광주시는 오랜 기간 동안 AI 기반 인프라를 다져왔다. 국가AI데이터센터, 77종의 실증 장비, AI 반도체 검증 체계까지 이미 갖춰진 실증 환경은 이제 클러스터 조성을 본격화할 탄탄한 발판이 되고 있다.
한 패널은 “팹리스 산업은 단독 플레이로 성공하기 어렵다. 도시가 유기적 연결과 협력을 조정할 수 있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가 움직인다. 반도체 산업의 설계에서 실증까지, 기술과 도시가 맞물리는 교차점에서 광주는 이미 차세대 산업도시로 전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