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유주언 기자 |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1학년 수업에서 시작된 독립예술 프로젝트 『황천순환전차』가 오는 7월 1일 출간된다. 단순 과제를 넘어 ‘삶과 죽음, 정체성과 경계’에 대한 급진적 질문을 던지는 이번 작업은 영상, 소설, 연극, 퍼포먼스 등 장르를 해체하며 관객을 사유의 궤도로 초대한다.
교육을 넘어선 예술 실험… ‘과제’가 아닌 ‘선언’_“창작은 제출이 아니라 선언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규찬 교수의 <매스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수업에서 출발했지만, 단순한 수업 결과물을 넘어섰다. 연극원 석지윤은 “이건 과제가 아닌 태도에 대한 선언”이라며, 작업 전체가 하나의 ‘창작에 대한 급진적 응답’이라 말했다. 실제로 영상, 문학, 연극, 에세이, 스틸이미지 등 다양한 형태의 조각들이 하나의 ‘열차’로 조립되며, ‘형식 파괴’를 실험했다.
국가·가족·신념… 선택할 수 없는 경계를 향한 저항_황천열차는 단순한 사후 세계가 아니다
‘황천순환전차’라는 설정은 동아시아적 죽음의 세계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치다. 열차에 탑승한 관객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강요당했던 국가, 가족, 신념 체계를 돌아보게 된다. 작가 강빈은 “이 열차는 억압 구조의 은유이며, 탑승 자체가 관객에게 실존적 질문을 던지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 작업은 관객에게 해답보다 질문 자체를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존 내러티브와의 단절을 시도한다.
국적도 장르도 경계를 초월한 ‘경계인’ 창작자들_창작자들의 삶이 곧 작품의 연장이자 증언
이번 작업에 참여한 강빈, 석지윤, 제강도준은 모두 장르의 경계와 더불어 국적과 문화의 경계에서도 살아가는 ‘경계인’들이다. 일본에 거주하며 한국 국적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 자체를 작품에 투영했다. 영상, 텍스트, 드로잉 등이 하나의 열차 궤도처럼 엮이며, 그들의 존재 자체가 본 프로젝트의 철학과 메시지를 대변하고 있다.
7월 1일 책 출간… “종착역 아닌 환승역”_창작의 여정은 멈추지 않는다
『황천순환전차』는 오는 7월 1일 교보문고를 통해 출간되며, 앞서 6월 28일 영상 상영회를 통해 선공개된다. 그러나 책은 끝이 아닌 ‘환승역’에 불과하다. 연출가 석지윤은 “이 열차는 멈추지 않는다. 단편영화, 연극,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로 지속 운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예종이 만든 이 ‘황천열차’는 단순한 청년 예술가들의 패기로 보기에 아깝다. 매체의 경계를 해체하며, 존재와 정체성, 죽음과 억압을 질문하는 이 작업은 지금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예술적 각성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그 질문의 깊이가 과제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