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도 참 여러 종류가 있다. 고추장잠자리도 아니고, 간장잠자리도 아니고, 된장잠자리가 있다고 해서 그 종류를 찾아보았더니 별의별 잠자리가 다 있다. 왕잠자리, 개미허리왕잠자리, 고추잠자리, 밀잠자리, 물잠자리, 나비잠자리, 깃동잠자리, 노란측범잠자리….

지난해 7월 하순, 미국에서는 바닷가에 출몰한 잠자리 떼 때문에 한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 북동부 로드아일랜드주 해변에 모래사장과 하늘을 뒤덮는 잠자리 떼가 출몰해 깜짝 놀란 관광객들이 비명을 지르고 숨기도 했다. 다행히 잠자리 떼가 피서지에 장시간 머물지는 않았다. 불과 몇 분이었다. 이때 출몰한 잠자리는 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왕잠자리였다.

지난해 9월 초순, 제주도에서는 된장잠자리 떼가 바다 위 낚싯배를 급습한 적 있다. 야간에 조업 중이던 낚싯배에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된장잠자리가 떼로 몰려와서 사람에게도 달라붙었다. 심지어 사람의 얼굴에도 내려앉았다.

우리 한국인은 잠자리를 가을의 곤충으로 여긴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잠자리는 우리에게 지나간 세월의 낭만과 추억도 되새기게 한다. 그렇지만 잠자리는 가을의 곤충이 아니다. 초여름부터 산천을 나는데, 가을에 개체수가 유난히 많다 보니 우리는 잠자리를 가을의 곤충으로 인식하는 셈이다.

한국인이 어려서부터 가장 많이 본 잠자리는 고추잠자리다. 몸빛이 고추처럼 새빨개서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몸의 색이 새빨간 고추잠자리는 수컷이고, 암컷은 노르스름해서 메밀잠자리라는 애칭이 붙었다.

된장, 고추장, 간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장류다. 그렇기에 된장잠자리도 토종 잠자리라 생각하기 십상인데, 본래 서식지는 동남아시아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잠자리임엔 틀림없으나 번식 지역은 다른 나라다. 된장잠자리가 우리나라에서 번식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겨울의 추위 탓이라고 한다.

몸무게가 0.3g이라는 된장잠자리는 지구촌 구석구석을 떠도는 방랑자로 알려져 있다. 바람을 타고 수천㎞를 며칠 만에 날아갈 수 있다. 인도양도 훌쩍 건넌단다. 그렇게 대양을 건너가다 난바다에서 선박이 보이면 떼로 내려앉는 모양이다. 지난해 가을 제주도 해상에서 빚어진 소동도 된장잠자리의 그런 본성을 보여준 사례라 여겨진다.

작년 보다 약 3개월 빠른 지난달 중순, 된장잠자리 떼가 제주도 해상의 고깃배를 다시 또 급습했다. 장마철의 새벽, 제주시 한경면 수월봉 인근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낚싯배에 된장잠자리 수천 마리가 몰려들었다. 하늘을 뒤덮고 사람들 몸에도 달라붙었다. 피해를 본 고깃배 선장은 “한두 마리가 아니고 배 전체를 다 덮을 정도”였다고 탄식했다.

동남아시아에서 날아와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 규슈 지역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된장잠자리. 모기나 파리 등을 잡아먹는 익충으로 분류된다지만 떼를 지어 고깃배에 날아들어 어부들의 몸에까지 달라붙는 걸 보면 혹시 지구 온난화로 그 본성을 잃은 게 아닌지 의심도 든다. 물론 기우에 지나지 않겠지만 뭉치면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기근을 불러오는 공포의 메뚜기 떼, 그 데자뷰는 결코 아니겠지?

서주원

G.ECONOMY ESG전문기자

前 KBS 방송작가

소설가

ESG생활연구소 상임고문

월간 ‘할랄코리아’ 발행인

독도문화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