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정태율 기자 |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또다시 수도권만 바라보면서, 지방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각종 규제를 쏟아내는 사이, 지방 부동산 시장은 점점 더 얼어붙고 있다. 아파트 가격 격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지방 살리기’ 대책은 내용도, 실효성도 모두 부족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2.1에 달했다. 상위 20% 아파트 한 채 값이면 하위 20% 아파트 12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10년 전만 해도 이 수치는 4.5 수준이었다. 아파트 한 채를 사는 데 드는 돈이 지역에 따라 이렇게까지 차이 난 적은 없었다. 정부가 이 격차를 좁히는 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건설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수도권 건설 계약액은 전년보다 17.7% 늘었지만, 비수도권은 7.4% 줄었다. 같은 나라 안에서 극과 극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수도권 중심 정책만 되풀이하고 있다.
6월 발표된 ‘6·27 대책’은 대출 규제를 강화해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은 효과가 잠깐일 뿐”이라며 “공급 부족과 대출 완화 흐름이 계속되면 서울 집값은 다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지방은 대출을 묶은 채 수요까지 줄면서 거래 절벽에 빠졌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이달 중순 ‘지방 중심 건설 투자 보강 방안’을 내놨지만, 문제는 정부가 정작 인구가 많은 광역시는 외면했다는 점이다. 부산 중구, 동구, 영도구는 인구 소멸 위험이 특히 심각하지만, 정부는 이들 지역을 세컨드 홈 혜택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방 주택을 한 채 더 사면 세금 감면을 해주겠다는 취지라지만, 혜택은 엉뚱한 지역에만 돌아가고 가장 절실한 곳은 빠졌다. 지방을 살리겠다는 말과 달리, 실제 효과는커녕 지역 불균형만 더 키웠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애초에 지방을 살릴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강릉, 동해, 익산 등 몇몇 도시에만 혜택을 주는 대신, 정작 인구가 많은 지방 도시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정책 설계 자체가 수도권 기준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취득세 같은 세금 혜택을 지방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대학원장은 “지방 광역시에도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대책이 시급하다”며 “필요하면 양도세도 일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지방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죽어가고’ 있다. 거래는 멈췄고, 투자도 없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규제 위주 대책만 반복한다. 지방을 살리려면, 실질적인 세금 혜택과 금융 지원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 소멸’은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서울만 챙기고 지방은 무시하는 지금의 정책으로는, 이 양극화의 골이 더 깊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