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남 함평군이 남일 심수택 의병장 순국 115주기를 맞아 지난 12일 월야면 가차마을에서 추모식을 열었다.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들녘은 이날만큼은 항일의 함성이 되살아나는 역사 현장이 됐다.

1871년 함평에서 태어난 심수택 의병장은 나라가 흔들리던 격동의 시대에 자신의 삶을 조국에 바쳤다. 1905년 을사조약 체결 직후, 일제의 침탈이 본격화되자 그는 의병을 조직해 장성, 영광, 함평은 물론 남원과 장흥까지 전선을 넓히며 일본군과 맞섰다. 불리한 무기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그는 크고 작은 전과를 올리며 백성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일제의 탄압은 거셌고, 끝내 1910년 체포돼 교수형을 당하면서 40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의 투쟁은 비록 짧았지만 그 울림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추모식은 월야면 번영회(회장 장수복)가 주관해 열렸으며, 이개호 국회의원과 이상익 함평군수를 비롯해 유족, 기관·사회단체장, 학생, 주민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장에는 태극기가 물결쳤고, 주민들은 정성껏 준비한 국화꽃을 바치며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헌화와 묵념이 이어지는 동안 참석자들의 눈빛은 숙연했지만, 동시에 선열의 정신을 잇겠다는 다짐으로 빛났다.

한 주민은 “115년 전 이 땅에서 울려 퍼진 의병의 외침을 직접 떠올리니 가슴이 벅차다”며 “후손들이 반드시 그 정신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도 “역사 교과서에서 보던 이야기를 직접 현장에서 느끼니 더 실감이 난다”고 전하며, 항일 독립정신을 배우는 산교육의 장이 됐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심수택 의병장님과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평화로운 대한민국이 가능했다”며 “그 숭고한 뜻을 가슴 깊이 새겨 군정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추모식에 참석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정부는 이미 1962년, 심수택 의병장의 공훈을 기려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그러나 매년 이어지는 추모식은 기념의 의미를 넘어, 지역 주민과 후손들이 역사를 몸소 되새기고 미래 세대에게 교훈을 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가차마을에서 열린 이번 추모식은 역사 속 인물을 기리는 행사에 그치지 않았다. 지역 청소년들에게는 항일 정신을 배우는 교육 현장이 되었고, 주민들에게는 공동체의 뿌리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함평군은 앞으로도 선열들의 업적을 알리고 계승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도 마을 어르신들과 학생들은 한참 동안 행사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이 나눈 대화 속에는 “나라를 지키려 목숨을 바친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이 땅에서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1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심수택 의병장의 외침은 여전히 함평의 들녘과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울림은 과거의 메아리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나라와 공동체를 지키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일깨우는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