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이창희 기자 | 인천항 개항의 시작점이자 근대 인천의 심장부였던 동구 배다리에서 지난 13일,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근대문화의 흔적이 살아 있는 골목과 현대적 예술적 감각이 깃든 공간을 무대로 다양한 체험과 공연이 펼쳐지며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하루를 선사했다.
바닷물이 만든 길, 배다리의 명소와 체험
'배다리'라는 이름은 마을에 바닷물이 들어와 배를 이어 다리를 건너던 데서 비롯됐다.

독특한 지명 배다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서울에서 지하철로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여행지다.
성냥 산업의 역사를 담은 배다리 성냥마을 박물관, 옛 건물을 개조한 예술 거점 아트스테이 1930, 대안 예술 공간 스페이스빔, 3·1운동 만세 시위 발상지인 인천 창영초등학교, 서양 건축의 원형을 보여주는 구 여선교사 합숙소 등은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로 손꼽힌다.
또한 배다리 로드갤러리와 로컬 상점들은 골목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더하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인천 동구는 이러한 명소들을 직접 걸으며 체험할 수 있도록 스탬프 투어를 운영했다. 관광객들은 지정된 장소를 앱을 통해 스탬프를 찍으면 기념 쿠폰을 받을 수 있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골목 속에 숨어 있는 역사와 문화를 몸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외지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따뜻한 장터와 골목 공연
배다리 철교 일대에서는 오랜 골목의 정취와 함께 '배다리 달시장'이 열렸다. 책방과 오래된 이발소, 수공예 공방 등 배다리 고유의 상점들이 대거 참여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49년 전통을 자랑하는 박의상실, 독특한 분위기의 영어헌책방 나즌문턱, 업사이클링 목재 제품을 선보이는 행복공작소는 방문객들에게 옛 추억과 새로운 영감을 동시에 전했다.
지역 예술가들의 손길이 담긴 도자기, 그림엽서, 목공예품은 장터 특유의 따뜻함을 더했고, 일부 부스에서는 직접 작품을 제작해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돼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또한 스탬프 투어로 지급된 기념 쿠폰을 달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계해, 프로그램 간 시너지를 높였다. 방문객들은 배다리 골목을 거닐며 얻은 스탬프 보상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었고, 이는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한 방문객은 "레트로 감성을 느끼고 싶어 배다리를 찾았는데, 스탬프 투어 리워드를 달시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여행이 한층 알차게 느껴졌다"며 "골목마다 문화와 예술이 살아 있는 듯해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오후 4시부터는 '배다리 문화공연'이 펼쳐졌다. 청년예술단체 코드아트 소속 앙상블팀 리하의 따뜻한 선율로 막이 오른 무대는 마술사 임정열의 화려한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팝페라 그룹 퍼포맨즈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무대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고, 마지막 무대에 오른 리타 밴드는 재즈와 록을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연주로 골목의 저녁을 한층 뜨겁게 달궜다.

좁은 골목길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배다리만의 공동체적 매력을 드러냈다.
김찬진 인천 동구청장은 공연장을 찾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유서 깊은 공간에서 음악과 공연이 울려 퍼지니 특별한 감흥이 있다"며 "배다리가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문화와 역사를 함께 품는 공간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배다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인천의 상징적 공간으로, 이번 가을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 동구청은 오는 10월 18일 '배다리 축제'를 개최해 지역의 역사와 예술, 상권이 어우러지는 종합 문화 행사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