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1597년 정유재란, 단 13척의 조선 수군이 133척의 왜선을 물리친 ‘명량대첩’의 역사가 400여 년을 넘어 오늘 울돌목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해남과 진도가 함께 여는 2025 명량대첩축제가 19일 개막해 21일까지 사흘간 이어지고 있다.



20일 저녁, 울돌목 해상과 판옥선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진 주제 공연은 이번 축제의 백미였다. 첨단 ICT 기술과 아크로바틱, 파이어웍스가 결합된 무대는 당시의 해전 장면을 압도적인 스케일로 재현했다. 객석에서는 “이순신 만세”를 외치는 관람객까지 나왔고, 아이들은 불꽃이 터질 때마다 두 손을 모으며 환호했다.
관람객 박모 씨(서울·42)는 “아이와 함께 왔는데 단순한 공연을 넘어 살아 있는 역사 수업을 받은 느낌”이라며 “다음에도 꼭 다시 찾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19일 개막식부터 군민들의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해남·진도 주민 1,200여 명이 진도대교를 가득 메운 출정 퍼레이드에 나서며, 이순신 장군의 기개와 호국정신을 몸소 되새겼다.
진도군민 김순자 씨(65)는 “선조들이 지켜낸 나라를 우리가 이렇게 기념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며 “군민이 직접 만드는 축제라 더 뜻깊다”고 말했다.
축제 기간에는 2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울돌목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상권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울돌목 인근 음식점과 숙박업소는 예약이 꽉 찼고, 농수산 특산품 판매 부스에는 관광객들이 줄을 섰다. 전남도와 해남군, 진도군은 축제를 통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약 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강술래대회,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 케이팝 랜덤플레이, 버블·매직쇼 등 무대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볼거리로 가득했다.
‘이순신 밥상 체험’에서는 전통 음식을 맛보며 조상들의 삶을 느낄 수 있고, 장군복 체험과 포토존에서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인증샷을 남기며 추억을 쌓았다. 명량해상케이블카와 울돌목스카이워크 역시 연일 만석 행진을 이어갔다.
명량대첩축제는 역사 재현에 머무르는 행사가 아니라, 이순신 장군과 백성들이 힘을 합쳐 나라를 지킨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자리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올해 축제는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진 무대로,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 감각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며 “호국의 울돌목에서 가을 축제의 진면목을 만끽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바람이 선선해지는 계절, 해남 울돌목은 수십만 명의 관광객으로 가득 차 ‘역사와 현재가 만나는 축제의 장’으로 변모했다. 명량대첩의 불멸의 정신은 과거의 승리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지역 공동체의 힘과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명량대첩축제는 오는 21일까지 계속되며, 폐막식에서는 또 다른 특별 공연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