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고흥 들녘에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벼 잎이 마치 깨를 흩뿌린 듯 검은 반점을 보이는 ‘깨씨무늬병’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이다.
연일 이어진 고온다습한 날씨에 병이 확산하자 공영민 고흥군수가 8일 직접 현장을 찾았다.
포두면 일대 논에는 수확을 앞두고 병든 이삭들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농민들의 얼굴에도 근심이 깊었다.
공 군수는 논두렁을 따라 걸으며 피해 상황을 세밀히 살피고, 농가들의 호소를 꼼꼼히 메모하며 하나하나 의견을 들었다.
“비가 자주 오고 습기가 많아 약을 쳐도 효과가 오래가지 않습니다.”
“예년보다 확산 속도가 훨씬 빨라 걱정이 큽니다.”
농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자 공 군수는 “피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필요한 지원이 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군 차원에서 대응책을 세워 농민들의 부담을 덜겠다”고 답했다.
벼 깨씨무늬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병해다. 배수 불량이나 토양 양분 불균형이 겹치면 더 쉽게 번지고, 심한 경우 쌀알이 검게 변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올해는 긴 장마와 집중호우, 일조량 부족 등이 겹치며 예년보다 피해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고흥군은 신속한 방제와 재발 방지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군은 병해가 발생한 3,862농가, 약 7,882ha에 방제약제를 긴급 지원했으며,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마을 단위 공동 방제를 독려하고 있다.
또 내년도 재배를 대비해 규산질 비료 살포를 권장하고, 수확기 이후 볏짚 환원과 겨울철 퇴비 투입을 통한 토양 비옥도 향상 교육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노력은 병원균 밀도를 낮추고 토양 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시켜 재발 가능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공 군수는 “쌀 생산비가 오르고 병해충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벼 깨씨무늬병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받아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부처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병해로 인해 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품질이 저하된 벼도 정부 수매 대상에 포함되도록 적극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흥군은 농가 피해 현황을 정밀 조사해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병해충 예찰 시스템을 보완해 조기 발견과 방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AI(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을 활용한 ‘스마트 병해충 관리 시스템’ 구축도 검토 중이다.
공상권 고흥군 농업정책과장은“올해 경험을 교훈 삼아 농민과 행정이 함께 대응하는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공 군수의 이번 현장 점검은 상황을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위기에 처한 농민 곁으로 직접 다가선 ‘현장 행정’의 의미를 더했다.
공 군수는 “농사는 하늘이 반, 사람의 손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며 “기후 변화로 병해가 늘어나는 만큼, 행정이 농민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고흥군은 앞으로도 벼 병해 방제와 더불어 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비록 들녘의 벼 이삭이 일시적으로 병들었지만, 군과 농민이 함께 나선다면 고흥의 논은 다시 건강한 초록빛을 되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