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미국 미디어 그룹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워너브라더스)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회사 매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하면서 글로벌 미디어 시장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는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여러 잠재적 인수자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관심을 받았다”며 전면 매각, 사업부 분리 매각, 스트리밍·스튜디오와 네트워크 부문 분리 등 모든 전략적 선택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미 자체적으로 추진해 오던 사업 구조조정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데이비드 재슬래브 워너브라더스 CEO는 “자산 가치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기 위해 포괄적인 검토를 시작했다”면서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 글로벌을 별도 기업으로 분리하기로 한 결정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 경쟁력 확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미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발표를 두고 “엔터테인먼트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매각 절차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 컴캐스트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도 인수 가능성 검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넷플릭스는 기존 방송 자산 인수에는 소극적이나, 경쟁사에 헐값 매각되는 것은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블 공룡 컴캐스트(NBC유니버설 모회사) 역시 워너브라더스 자산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컴캐스트 역시 방송·케이블·스트리밍 자산을 분리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양사 간 전략적 이해가 맞물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너브라더스는 최근 파라마운트글로벌에서 여러 차례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모두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라마운트 외에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인수 후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몸값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너브라더스는 2022년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한 이후 400억 달러(약 55조 원) 이상의 부채를 떠안으며 경영 압박을 받아왔다. 회사는 비용 절감과 콘텐츠 재편, ‘해리포터’, ‘왕좌의 게임’ 등 프랜차이즈 IP(지식재산) 중심 수익 강화 전략을 펼쳐왔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스트리밍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케이블 네트워크 자산 가치 하락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 검토는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글로벌 미디어 전쟁의 새 국면”이라며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