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광주가 사흘 동안 김치 향으로 들썩인다. 31일 막을 올린 ‘제32회 광주김치축제’가 광주시청 일대를 하나의 거대한 김치 놀이터로 바꾸며 11월 2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축제는 식문화·전통·공연이 어우러진 도심형 미식 축제로 꾸며져, 김치를 색다르게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행사는 김치문화를 지켜온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김치감사제’로 첫 장을 열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감사문을 낭독하며 “김치는 한 끼의 반찬을 넘어 우리의 삶과 정서가 배어 있는 문화”라고 전했다.
이어 열린 ‘대한민국 김치경연대회’ 시상식에서는 광주 이정화 씨의 ‘가자미 갓 쌈지’가 대통령상을 차지해 박수를 받았다.
축제장 곳곳은 “보는 재미, 먹는 즐거움, 직접 만드는 성취감”이 한꺼번에 살아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붐볐다.
김치 수상작을 배울 수 있는 ‘김치명인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전년도 대통령상 수상자 김지미 씨가 김치 양념 배합법과 숙성 노하우를 공개해 신청자들의 집중을 끌었다.
참가자들은 “김치 한 통이 아니라 문화 한 조각을 담아간 느낌”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 특히 인기를 끈 공간은 ‘김치마켓’. 대통령상 수상 김치부터 지역 명인 김치, 전통시장 김치까지 맛 비교가 가능한 부스가 한데 모였다.
가격은 시중의 70~80% 수준. 김치마켓 앞에서는 “맛보고 사자”는 시민들로 시험용 접시가 순식간에 비워졌다.
색다른 김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천인의 밥상’ 존은 가장 북적이는 공간이었다.
광주김치찜, 한돈 삼겹 김치짜파, 김치 고기전, 묵은지 오일 파스타 등 김치의 재발견이라 부를 만한 메뉴가 등장해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했다.
한 참가자는 “김치를 이렇게 세련되게 즐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엄지를 세웠다.
저녁 7시, 축제의 분위기는 정점을 찍는다. ‘K-김치파티’가 열리면서 광주시청 앞 광장은 미식 축제에서 흥겨운 야간 페스티벌로 전환된다.
길놀이, 사자춤, 탈춤 등 전통연희에 트렌디한 디제잉이 더해져 세대와 국적을 넘어 어울리는 무대를 꾸민다.
김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색 공연은 축제의 대표 포토존으로 자리 잡았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김치체험학교, 대통령상 수상작품 전시, 김치놀이터, 소금 체험관, 도시농부 어울림 한마당, 대한민국명장 안유성 쇼 등 참여형 콘텐츠가 촘촘히 배치됐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가족 단위 방문객이 함께 즐길 수 있어 연령대별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광주시는 축제를 통해 김치산업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꾀하며, 해마다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역 농산물 사용 비중을 높이고, 김치 스타트업과 청년 셰프와의 협업 프로그램도 함께 추진 중이다. 김치를 매개로 한 지역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김치축제가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대표 도시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며 “김치가 가진 나눔과 조화의 가치가 축제를 통해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